[서평] 사림, 조선의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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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정치 주도세력의 철학, 가치가 흡사하면 몇 백년의 시간 초월하여 유사한 패턴 그려

-성리학 이념을 표방한 사림과 운동권을 대비시켜 이들의 행태와 모순부조리를 설명

-5.18에 운동권이 받은 충격과 계유정난 및 기묘사화에 사림이 받은 충격의 유사성

 

 

[사림, 조선의 586](유성운 저)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번 붙들면 내려놓기 힘듭니다. 역사로부터 현실을 설명하는 작업은 대체로 몇 백년 전의 ‘역사’와 지금 ‘현실’을 무리하게 단순화하여 억지 연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치 주도세력의 철학, 가치가 흡사하면 몇 백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유사한 패턴을 그립니다. 이 책은 조선 사림과 대한민국 운동권의 철학, 가치(세계관, 가치관)의 유사성을 포착하여 역사로부터 현실을 설명하고, 현실로부터 역사를 설명하니, 흐릿한 사건들이 명료하게 보입니다.

 

저 역시 남북한의 역사와 현실의 특이성을 천착하다가, 조선으로 올라가서 헤맨 지 제법 됐습니다. 덕분에 참 많은 책을 보고, 글도 많이 썼습니다. 모든 탐구는 비교에서 출발하기에, 조선과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 일본, 중국, 유럽, 미국 등을 주유천하 했습니다.

 

조선 유교체제와 성리학 이념이 남북한의 역사와 현실을 설명하는 참 유용한 프레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그 프레임으로 조선과 남북한을 설명한 유명한 책입니다.

 

이 책은 성리학 이념을 표방한 사림(사대부)과 운동권(586)을 대비시켜 이들의 행태와 모순부조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념이 아니라 권력집단을 매개로 설명하니 훨씬 생동감도 있고,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문묘 종사(도통 정립)을 둘러싼 갈등과 의미를 명료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1980년 5.18에 운동권이 받은 충격과 1453년 계유정난및 1519년 기묘사화에 받은 사림이 받은 충격의 유사성, 권근/김성수와 정몽주/김원봉의 위상 변화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조선 초기의 건강한 기풍이 중기로 가면서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도 명료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문정권의 많은 정책(부동산, 탈원전, 대북 정책 등)도 언급하는데, 조선 역사에서 유사한 철학, 가치가 만들어낸 정책적 패악(영조시대의 도성 안 집 매매 금지 정책, 은광과 회취법 억압, 여진족 속고내 포획을 둘러싼 갈등 등)과 연결시켜 설명하니 더 흥미롭습니다. 특히 유향소와 주민자치기본법의 유사성에 대한 설명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약간 아쉬운 것은 조선과 대한민국의 비교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동시대 일본, 중국과 조선이 왜 어떻게 달랐는지를 제대로 천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시론적 분석이긴 하지만, 제 책 <7공화국이 온다>에서 ‘조선과 한국의 갈라파고스적 특징'(141~146쪽)을 논한 글이 있습니다.

 

저자 유성운 기자의 통찰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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