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민족·진보는 우리 역사의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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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주동식

 

-근대화 거부했던 위정척사파, 매우 다양한 변종 낳아. ‘꼭 서구 방식이어야 하느냐’는 질문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정서는 한방 미신, 주사파, 친북종중, 반미반일 흐름으로 남아

원인과 결과, 실사구시, 과학의 정신, 구체성은 피곤해서 싫어하는 한국사람들의 공짜심리 

 

 

1. 공짜 심리

 

조선 후기 이후 한반도 사람들의 최종적인 화두는 바로 근대화였다. 근대화를 주장한 최초의 그룹이 개화파였다. 그들의 운명은 비참했지만, 역사는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더 이상 근대화의 명제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은 없다. 다만, 근대화를 거부하는 흐름은 위정척사파에서 시작해 매우 다양한 변종을 낳았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근대화를 직접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방식의 근대화’를 말한다. 꼭 서구식 근대화여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그 최종적인 정치적 표현이 바로 북한 김씨조선 체제이다.

 

남북의 분단은 바로 서구식 근대화가 근대화의 정답이라고 믿는 흐름과 그게 아니고 다른 방식의 근대화도 가능하다고 믿는 흐름 사이의 대립갈등이 정치적으로 현실화한 결과이다. 6.25는 두 노선이 충돌한 현상이다. 그래서 6.25는 대한민국의 건국을 가능케 한 건국전쟁이지만, 미완의 건국전쟁, 시민전쟁(civil war), 내전이기도 하다.

 

남한은 서구식 근대화가 답이라고 믿는 흐름이 결집한 체제이고, 북한 김씨조선은 그게 아니고 우리식 근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흐름이 결집한 체제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정서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세례를 받아 기괴한 변종으로 거듭난 것이 주체사상이다.

 

서구식 근대화에 대한 거부는 뿌리깊다. 대한민국 내부에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퍼져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정서는 고종과 민비의 미화에도, 한방 미신 신뢰에도 남아있다. 주사파와 친북종중, 반미반일 흐름이 그 핵심이다.

서구식 근대화에 대한 거부는 묘하게도 동양철학 중에서도 공자보다는 노자 장자를 더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서구식 근대화의 핵심 코드에 답이 있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실사구시, 과학의 정신이 핵심이다. 그것은 구체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이런 원인과 결과를 꼼꼼이 따지는 정서와 가장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동양철학이 바로 노자와 장자이다.

 

원인과 결과, 실사구시, 과학의 정신, 구체성을 싫어하는 심리의 본질이 무엇일까? 바로 공짜심리이다. 서양식 근대화의 핵심인 인과론, 실사구시, 과학의 정신, 구체성은 수고하고 노력해서, 니 이마에 땀을 흘려서 그 결과로 밥을 먹으라는 정신이다.

 

한국 사람들은 그게 싫은 것이다. 피곤한 것이다. 기본 시리즈 좋아하고 무상 좋아하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좌빨들은 한국 사람들의 그런 정서에 영합하고 자극한다. 왜냐? 인과론, 실사구시, 과학의 정신, 구체성 등이 작동하는 시장의 질서에서 가장 경쟁력이 없고 도태될 수밖에 없는 무리가 좌빨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가장 원초적인 신앙체계라고 하는 무속이 그런 정신의 집약이다.

 

문명이 세워진 성과 언덕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거대한 야먄의 바다 또는 황무지이다.

 

요즘은 회의가 생긴다. 본질적으로 이 우주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저 증가하는 엔트로피 속에서 아주 작은, 처절한 투쟁 속에서 간신히 얻은 결과물들의 축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물 흐르듯이 흘러간 결과물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문명의 작은 성이다. 그 성은 화려해 보이지만, 매우 협소한 언덕 위에 놓여 있다. 그 성과 언덕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거대한 야먄의 바다 또는 황무지이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바라보며 인간의 이성과 진보의 가능성에 절망했다던 서구 지식인들의 심리를 어설프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절망의 방향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속성은 비슷할 것 같다.

페미니즘은 저 엔트로피 증가의 뚜렷한 표현이다. 그래서 오히려 페미니즘이 승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은 그것이 승리에 대한 보장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폭포로 떠내려가는 보트 위에서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유일한 선택은 최대한 노를 저어 그 추락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2. 근대·민족·진보

 

근대-민족-진보는 우리 역사의 삼위일체이다.

 

민족은 근대의 산물이다. (1)인권과 법치 등을 중심으로 한 헌정질서 (2)그 헌정질서가 배타적으로 작동하는 영토 (3)그 영토 안에서 헌정질서가 유통되는 수단인 표준어 등 세 가지가 민족의 실제 내용이다. 즉 민족(nation)이라는 하위 범주의 삼위일체이다.

 

저 삼위일체 중에서도 첫번째 요소가 바로 헌정질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과 북한 김씨조선은 같은 민족이 아니다. 민족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가운데 대한민국 국민과 김씨조선 인민이 공유하는 것은 언어 하나뿐이다. 그나마도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다.

 

민족은 동포, 겨레 등 전통적인 역사 공동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주사파 양아치들이 뻑하면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민족으로 번역된 nation의 원래 번역어는 국민이 더 정확하다. UN(United Nations)이 언어 및 역사 공동체들의 집합인가? 그게 아니다. 그냥 독자적인 헌정질서를 가진 정치공동체 즉 국민들의 연합이다. 그래서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이나 중공, 러시아 등 국가들이 하나의 단위로 UN회원국이 되는 것이다.

 

민족을 혈통 및 언어, 역사 공동체로 내세우는 주사파 양아치들의 사기를 깨트려야 한다.

 

근대는 인권과 시장질서, 기업, 사유재산, 법치, 자유선거, 공화국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역사적 패러다임이다. 이 요소들은 모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나머지 요소들도 사실상 무력화된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 근대를 구체화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의 결실이다. 북한 김씨조선은 저 근대의 요소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며, 철저하게 저 근대의 가치에 적대적이다. 그러면서도 공화국을 내세우고, 민족(nation)을 내세운다. 그래서 북한 김씨조선의 본질은 기만이고 사기이다. 악마의 속성이다.

 

진보는 바로 이 근대의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실제로 정치적 질서로 구체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내부의 진보를 내세우는 좌파들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 진보를 참칭한 사기꾼들일 뿐이다. 문제는 이 자들이 무지몽매하기 때문에 지들이 왜 진보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하고 스스로 진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지지율이 가장 강고한 40대는 가장 진보를 내세우고 신봉하면서도 진보에 대한 이해가 가장 빈약하고 왜곡돼 있는 집단이다. 똥팔육들이 저지르는 허접한 양아치짓을 보면서 그걸 진보라고 착각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그들의 롤모델인 똥팔육보다 더 저질이다. 똥팔육들은 사기는 치지만, 그래도 나름 진보의 본질에 대해서 줏어들은 것이 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이 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각성할만한 소양은 갖고 있다.

 

근대-민족-진보는 우리 역사의 삼위일체이다. 이 세 가지 핵심 개념이 철저하게 왜곡되고 오염돼 있다는 게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그래서 우리 현대사는 진실 투쟁의 성격을 갖는다. 이 진실 투쟁에서 최전선에 나서고 지휘부를 맡아야 할 지식인들이 허접하다는 게, 그럴만한 용기도 지성도 없다는 게 비극의 진정한 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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