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기우는데, 양념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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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승민 (시사평론가)

 

-“문빠들은 다른 사람 어머니를 ‘저 애미’라고 부르나” “민주당 지도부들 안 나서고 이런 모습 방치”

-대통령 위신 세워준 건 ‘미남(美男)’ 보호한다던 극성 지지자들. 친문은 ‘작은 팬클럽’으로 남을 것

‘대깨문’들은 불경이라는 단어 사용하여 자발적으로 문재인을 독재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셈

 

 

지난달 여당의 모 국회의원이 극성 친문(親文) 지지자들에게 댓글 공격을 받았다. 해당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같은 당 김영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응원하면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이나 ‘님’ 자 같은 존칭(尊稱)을 붙이지 않고 성명 그대로 언급한 게 친문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분노한 이들은 해당 글에 “대통령님이 네 친구냐” “딸뻘한테 반말 듣고 좋겠다” “대통령님께 존칭도 안 하고 표는 얻어가고 싶은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신 같이 무식한 사람을 가져다 쓰신 게 유일한 오점이다”라는 등 공격성 댓글을 달았다. 여당의 일개 의원 하나가 대담무도(大膽無道)하게도 대통령님께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최근에는 문 정권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이 있었다. 금 전 의원이 팔순 노모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저 애미는 얼마나 수치스러운지도 모르고 있겠지? 어떤 괴물 종자를 낳았는지’라는 극언에 가까운 댓글이 달린 것이다.

 

격분한 금 전 의원은 “문빠들은 다른 사람 어머니를 ‘저 애미’라고 부르느냐”“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태다. 민주당에 있을 때 정말 여러 차례 이런 모습에 대해서는 지도부나 리더들이 나서서 제지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무도 안 나서고 놓아두더니 이렇게까지 된다”고 질타했다.

 

어느덧 청와대 권력의 해가 북악산 서편에 걸렸거늘 아직도 친문의 ‘양념’ 공세는 그칠 줄을 모른다. 여전히 대권은 문재인 청와대에 있고, 친문 파벌이 집권세력의 주류라고 믿는다. 그래서 친문의 양념은 갈수록 그 맛이 독하고 맵게 숙성된다. 착각도 유분수다. 저런다고 해당 의원들이 친문의 위세를 두려워하겠는가.

 

곧 떠날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을 두려워 할 정치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인하여 친문 세력은 차기 대권에 나설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눈여겨보던 인사들은 줄줄이 낙마했다. 정권의 잔여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금까지 퇴임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할 후계자를 낙점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문재인을 ‘미남(美男)’이라고 보호하겠다던 극성 지지자들은 곧 ‘작은 팬클럽’으로 남게 될 것이다.

 

비문(非文)·반문(反文) 성향으로 분류되는 위인들이 대권 판도를 휩쓰는 지금의 분위기만 봐도 친문의 정권 재창출은 요원해 보인다. 과거 ‘친문 일색’이었던 집권여당은 이제 말 안 듣는 독자세력이 됐다. 검찰 개혁 속도 조절론을 두고 이미 지난달부터 대통령의 권위를 대놓고 무시해왔다.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역대 정권들이 보편적으로 겪어온 수난이라지만, 개중에서도 현 정권의 위기는 빨리 온 편이다. 작년부터 코로나 악재가 터지고 검찰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청와대는 통제력과 리더십을 잃었다. 윤석열을 때리면서 대권주자로 키워줬고, 식물총장에게 잡아먹힐 식물 대통령 신세가 됐다. 권력의지가 부족했던 대통령은 국사를 과단성 있게 추진해나가는 정치적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차기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도 전인 지금부터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간 대통령의 위신을 세워줬던 건 노회한 청와대 비서들이요, 우악스럽고 노기충천(怒氣衝天)한 집권여당이며, ‘미남(美男)’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극성 지지자들이었다. 친문은 곧 ‘작은 팬클럽’으로 남게 될 것이다.

 

대통령을 옹립한 공신도 친문이지만, 현 정권의 발목을 잡은 말썽꾸러기도 친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성스러운 ‘친문 팬덤’이었다. ‘양념 잔뜩 묻은 발톱’을 세워 상대를 향해 맹공을 펼치는, 무슨 오소리떼를 자처하던 친문 팬덤은 현 정권의 민낯을 상징했다. 특유의 위선적 ‘내로남불’과 독선적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보여주는 산증인이었다.

 

촛불혁명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다가 ‘대한민국 호(號)’가 물을 벗어나 뭍으로 기어오르다 아예 산으로 가버렸다. 숲속에 처박히고선 여기가 바다라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아직 버틸 만하다며 괜찮단다. 외교도 남부럽지 않고 경제도 튼튼하단다. 다 괜찮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학력 차별 폐지하라’고 울며불며 떠들어도 내 자식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특목고·명문대 보냈으니 괜찮다. ‘땅 투기 근절, 토지공개념’ 운운해도 내 땅은 고급 정보 얻어서 남몰래 ‘몰빵’ 투자해놨으니 괜찮다. ‘서민 등쳐먹는 금융 범죄 엄단하라’고 악어의 눈물 흘려도 내 펀드는 차명으로 돌려놓고 수익률 빵빵하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며 정권 버릇 잘못 들여놓은 게 극단적 친문 지지 세력이다. ‘점령군 마인드’가 아니고선 이럴 수가 없다.

 

덕분에 상식은 배부른 정권이 깔고 앉는 고깃집 방석이 됐고, 공정은 권세가들 핫도그 빵에 끼워먹는 소시지가 됐으며, 정의는 필요할 때 잡고 필요 없을 때 던지는 공깃돌이 됐다. 대통령은 임금님이 되셨으니 용상을 지키는 친문 친위대들은 서슬 퍼런 검극(劍戟)을 휘두르며 불손한 무리들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다.

 

집권세력 인사라도 불공(不恭)의 기미가 보이면 언제라도 친문의 작두에 목이 올라갔다. 무소불위 정권과 안하무인 정당에 청년층이 절망했고, 중도·보수가 혀를 찼으며, 합리적 진보가 등을 돌렸다. 조미료를 너무 털어 넣다가 요리를 망쳤다.

 

소위 ‘문빠’ ‘대깨문’이라는 멸칭(蔑稱)으로 불리는 극성 친문 세력들을 정면비판하고 나선 건 다름 아닌 진보 지식인들이었다. 강경 친문 지지자들의 댓글 폭격과 신상 털기 등 맹목적이고 광신적인 ‘양념 버무리기’에 신물이 난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 <싸가지 없는 정치>(인물과사상사, 2020)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오만한 자세로는 정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하다. 싸가지 없는 발언을 자주 하는 문 정권의 대표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해보시라”“그들은 야당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청산해야 할 적폐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썼다. 그러면서 “문 정권의 대표 선수들이 노무현과 문재인에게 도전하거나 항명하려는 게 아니라면, 독선·아집·배제·타도의 관성에서 벗어나 섬겨야 할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들에게 정중해야 한다”“그런 기본자세가 있을 때에 비로소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저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 2020)에서 “전체주의는 대중과 지도자의 직접적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인민의 일반의지는 오직 지도자를 통해서만 대변된다”“이견을 가진 자들은 지지자들의 손에 제거된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졸지에 ‘문재인 보유국’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본인이 공저한 책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 2020)에서 “지금 ‘문팬’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2019년 신년 기자회견 때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 ‘경제가 좋다 그랬는데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나요?’ 이 질문했다가 작살났다”“그 다음에 KBS 송현정 기자가 문 대통령과 단독 대담을 했는데, 인상 좀 썼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그들이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권위적이지 않다, 민주적인 대통령이다’라는 건데 자신들이 더한 권위주의를 체현하면서 작살내고”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빠’에게 꽂는 정문일침이다.

 

전직 언론인이 보수의 시각에서 문빠의 양념 테러를 비판한 대목도 있다.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저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백년동안, 2021)에서 “‘대깨문’들의 의식구조는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불경(不敬)’이라는 단어에서 엿볼 수 있다”“불경은 종교적인 뉘앙스가 강한 단어다. 신성한 대상에 대해 외경심(畏敬心·두려워하며 공경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심리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의 글이다.

 

“불경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임금의 한마디에 온 백성이 고개를 땅에 처박고 사시나무처럼 떨어야 하는 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경은 히틀러나 무솔리니, 김정은 같은 전체주의 국가 독재자들에게나 쓸 수 있는 용어다. 따라서 ‘대깨문’들은 불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문재인을 독재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셈이다.”

 

친문 세력은 그간 자신들의 지나친 행각이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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