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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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노태정

 

-오늘날 미국에서 연합주의자들과 분열주의자들의 갈등이 점점 더 극으로 치닫고 있어

-정부 이전부터 권리를 가진 개인 존재. 정부는 이들의 생명·재산·자유 지키기 위해 등장

-인간의 선한 본성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되면서 평화와 번영 확대

 

 

<미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가 출간 됐습니다. 어떤 점에서 이 책은 벤 샤피로의 전작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이 출간된 후 한 언론과 했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 책의 어떤 챕터에 가장 애정이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샤피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미국의 승리를 설명한 제5장을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는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에서 미국의 승리를 설명한 챕터에 포커스를 맞춰 이를 확대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샤피로는 미국 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사람들을 비교분석합니다. 먼저, 미국의 역사는,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아쉬움과 어두움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인들은 인간의 죄악된 본성을 극복해 나가며, 보다 완전한 국가적 연합을 이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책에서 샤피로는 그 같은 사람들을 ‘연합주의자(Unionists)’라고 지칭합니다.

 

반면, 미국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시작부터 노예제와 인종차별, 백인 기득권의 뿌리 가운데 잉태 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죄악이 촉수를 뻗어 나가듯 확대되어 왔기 때문에, 미국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갈아엎지 않는 이상 진정한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샤피로는 그와 같은 사람들을 ‘분열주의자(Disintegrationists)’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오늘날 미국에서 연합주의자들과 분열주의자들의 갈등이 점점 더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미국이 가졌던 강점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적 상징자산들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벤 샤피로는 연합주의에 근거한 철학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탁월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보수와 진보는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다가도 주말이 되면 교회, 성당 등 종교기관에 가서 함께 예배를 드렸고, 슈퍼볼과 월드시리즈에 함께 열광했으며, 헐리우드 영화와 심야 토크쇼를 보며 국가적 유대감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분열주의자들은 이 모든 영역을 정치화시켜버렸습니다.

 

이제 미국인들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같은 교회를 출석해도 친구가 되기 힘듭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조차 정치적 메시지를 강요받고 있고, 또 문화산업, 기업 전반에 걸쳐 국민의 한쪽 절반을 죄악시하는 태도가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에서 샤피로는 그와 같은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연합주의에 근거한 철학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탁월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합니다. 또 분열주의자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미국의 철학과 문화, 역사를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심도있게 분석합니다.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샤피로는 미국의 철학이 정부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권리를 가진 개인이 먼저 존재했으며, 정부는 이 개인들의 생명과 재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설명하며 샤피로는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헌법, <연방주의자 논집>,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등을 독자친화적인 방법으로 해설합니다. 또 미국의 문화는 개척과 도전을 예찬하고, 기업가정신을 보상하며, (개인의)권리를 보호하고, 독립과 자립(self-reliance)을 장려하는 문화라고 샤피로는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역사는, 아쉬움과 결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성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세계에는 평화와 번영이 확대되어 왔음을 설명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책을 번역하면서, 이 책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시사해주는 점이 꽤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연합주의자들과 분열주의자들의 갈등은 점점 극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분열주의자들은 건국을 부정하고, 지금껏 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이뤄온 성취를 모두 ‘친일파’ 또는 ‘기득권’ 세력이 대중을 착취하며 이뤄낸 불공정의 결과물이란 식의 논리를 펼칩니다.

 

심지어 대한민국보다 북한에 더 큰 정통성을 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제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놓지 않으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처럼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분열주의자들은 정치, 문화, 안보, 외교, 언론, 학계 등 제도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표면적으로는 다른 형태를 띄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분열주의자들은 비슷한 사상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기에, 미국의 현실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많은 적용점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전직 대법관이자, 미국 보수주의 사법 철학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라고 평가 받는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18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국부들이 “정부에 관한 새로운 과학(new science of government)”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칼리아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특정 분야의 천재들이 집단으로 출연한 ‘천재들의 시대’가 있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철학이 그러했고, 15세기 피렌체의 예술이 그러했으며, 18세기 미국에서 정부에 관한 이론이 그러했다.”

 

저는 스칼리아 대법관의 말에 동의합니다. 미국의 국부들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 (교회, 자선단체, 봉사모임 등의)튼튼한 사회적 기관, 도덕적 시민들, 제한된 정부, 권력의 분산 등의 개념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민주공화정 체제를 창조해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아니할 수 없는데요. 왜냐하면 이승만은 한국인 최초로(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아시아인 최초로) 민주공화국의 개념과 미국 국부들의 철학을 이해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전쟁 종료 후인 1954년 7월 미국을 방문해 했던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승만은 미국 건국 정신에 대한 극진한 존중을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과 같이 저도 워싱턴과 제퍼슨, 링컨에 의해 감화를 받았습니다. 여러분과 같이 저도 여러분의 걸출한 조상들께서 모든 인류에게 전해주기 원했던 바로 그 자유를 지키고 영속화하기 위해 내 일생을 바치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Like you, I have been inspired by Washington, Jefferson, and Lincoln. Like you, I have pledged myself to defend and perpetuate the freedom your illustrious forefathers sought for all men).”

 

이승만은 미국 국부들이 언급했던 이상이 실현되는 나라를 꿈꾸며 대한민국을 건국했습니다. 이승만의 과거 증언과 그에 관한 사료를 찾아보면, 그는 젊은 시절부터 미국식 공화정을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인식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 이상을 바탕으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건국했습니다(물론 그렇다고 이승만이 과가 없는 인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건국 이상은 이승만이 취임연설에서 언급했던 “개인의 근본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건국 이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 역사 가운데 아쉬움과 곡절이 많았고, 이 땅에서 아직 그 이상이 온전히 실현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요. 이 책이 그와 같은 이상을 재조명하는데, 또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철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토론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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