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의 미국 이민#26 소액재판 법정투쟁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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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봉달

 

-미국 판사님께 your honor 꼭 붙이고, 용모 단정해야. 영어 윽엑거리는 외노자의 이중삼중고

“미스타 봉, 당신 피고 불렀어? 베스트바이 어디 갔어? 안 데려오면 기각(dismiss)시킬 거야”

“봉 vs 베스트바이 케이스는 10월에 다시 청문한다. Zoom에서 나가.”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원래 소액재판의 경우 접수한 뒤 1~2개월 정도 있으면 청문(hearing) 절차가 시작된다. 내 건 역시 1월24일에 접수돼 청문이 4월초로 잡혔다.

 

아따 듣기로 법원에는 잘 차려입고 가야 한다는디 요새 배가 나와 소시적에 입던 양복은 하나도 맞는 게 없응게 우짜쓰까잉. 혼자 쓰잘 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2020년 2월, 모두에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코로나 광풍이 불었다.

 

누가 민주당 주 아니랄까봐 옆동네 인디애나나 미주리는 차분했건만 일리노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이것도 폐쇄 저것도 락다운 생쇼의 연속이었다. 재판도 예외가 아니라 진행 중인 모든 사건은 긴급한 가정법원 일이나 형사가 아닌 이상 무기한 연기돼야 했다. 큰 돈 걸린 사건도 그럴진대 나 같은 쩌리 소액재판이야 더 말할 게 있겠나.

 

기약없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중 어느덧 여름이 됐다. 7월쯤이었나, 법원에서 우편물 하나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면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대부분 재판을 Zoom으로 진행한다는 거다. 내 소송건도 다시 재개돼 줌을 통한 청문이 8월로 잡혔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판사님들께 꼭 your honor를 앞에 붙여야 하고 용모도 단정하게 해야 한다.

 

고매하신 판사님들은 한국선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미국에선 꽤 여러번 본다. 과속 티켓 하나도 법원에 출두해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뵈올 때마다 뭔가 위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말도 그냥 막 하면 안 되고 꼭 your honor를 앞에 붙여야 되는가 하면 용모도 단정하게 해야 되고 등등 안 그래도 영어 문제로 윽엑거리는 외노자로선 이중삼중고가 아닐 수 없다.

 

마침내 대망의 그날. 대면이 아닌 줌으로 하는 원격 청문 절차였지만 실제로 판사님 용안을 뵙는 것처럼 두근반 세근반 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컴터 앞에 섰 아니 앉았다. 인삿말과 함께 your honor도 꼬박꼬박 붙이고 나름 최대한 자연스럽게 법정에 임해서 스스로에게 뿌듯해 하던 차, 갑자기 귀에 판사의 호통이 들렸다.

 

“미스타봉, 당신 피고 불렀어? 베스트바이 어디 갔어?”

 

“네? 유어 아너 판사님, 베스트바이가 어딨는지 제가 어찌 압니까. 찾아가면 쫓아내는데요. 혹시 제가 베스트바이에 연락해서 데리고 나왔어야 하는 건가요?”

 

“아니 !@#!@&#((!@#$ 이 사람아 피고를 소환(summon) 하는 건 당신 책임인데 지금껏 뭘한 거야. 날짜 다시 줄 테니까 피고 데려와. 안 데려오면 기각(dismiss)시킬 거야.”

 

“넹 네 마이 아너 아니아니 유어 아너 판사님 그게 멉니까요?”

 

“봉 vs 베스트바이 케이스는 10월에 다시 청문한다. 끝. 줌에서 나가.”

 

“오오미 이런 쉣 ????????????????”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뭘 잘못 알아들었나. 분명 e-filing은 이상 없이 했구만 그럼 법원이 베스트바이한테 나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또 있었다. 판사님이 성내던 와중에 법원 서기가 말하기를 내 사건이 사실 기각된 상태라는 것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법원 시스템 안에서 청문이 이중으로 잡혀있다가 내가 나가지 않은 케이스는 원고 불출석 사유에 의해 다른 판사 직권으로 기각된 모양이었다.

 

이건 성질 부리는 판사님이 케이스를 다시 살리면서 별문제는 아니게 됐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여 줌이 끝난 뒤 법원에 전화해 물어봤더니 직원이 한다는 말이 뭔가 이상하긴 했는데 아무튼 지금은 괜찮다는 거다.

 

그러나 쫄보인 나로서는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 비록 비대면 시대기는 하지만 일단 법원에 찾아가서 직접 서류를 놓고 물어보면 뭔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결심을 하니 미룰 이유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법원으로 향했다.

 

<연재 리스트>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2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3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4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5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6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7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8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9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0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1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2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3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4 결혼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5 전직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6 짐쟁이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7 시민권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8 철도물류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9 관세사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20 인터뷰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21 미국회사  #22 소액재판 법정투쟁기(1)
 #23 소액재판 법정투쟁기(2) #24 소액재판 법정투쟁기(3)
 #25 소액재판 법정투쟁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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