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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봉달
-미국 변호사 비용, 실력 있는 로펌까지 갈 것 없이 동네 복덕방 변호사만 해도 시간당 200불
-‘이제 나한테는 무려 50불짜리 고소문이 있다, 각오해라 이 사기꾼 폰팔이 ㅅㄲ들아’ 자신감
-“웬만한 재판은 인터넷으로 파일링하고 손으로 써내는 서류 안받은 지 몇년 됐다” 접수 거부
찾아가면 폰팔이한테 손님 맞을래요 경비 부른다요 소리나 듣고 쫓겨나질 않나, 점장 새끼는 한통속인데다 인터넷에 악플을 달아도 해결이 안 되고 통신사 잘못이 아니니 계약서상 중재 절차도 불가하며 최후로 기대해본 BBB도 유명무실했다. 그럼 남는 게 뭐겠나. 내가 무슨 지역 국회의원을 아는 것도 아니고 베스트바이 사장이랑 친구도 아닌데 까쓰통 옆구리에 차고 동귀어진을 시도할 게 아니라면 법 밖에 더 있겠나.
하지만 소송까진 가기 싫었다. 꼴랑 270불 손해 본 걸 갖고 받아줄 변호사도 없을 뿐더러 설사 있다고 해도 그 많은 수임료를 부담하면서까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도 아니었으니까. 참고로 미국의 변호사 비용은 굳이 실력 있는 로펌까지 갈 것 없이 동네 복덕방 변호사만 해도 시간당 200불에 달한다. 과속 티켓처럼 별달리 준비할 것도 없이 코트 한번만 나가도 되는 경우도 최소 1000불이 넘는데 그나마 형사나 그렇지 민사의 경우 기본으로 몇만불 깨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무리 미국이 소송의 천국이라지만 대부분의 경우 변호사들 배만 불리지 막상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을 하든, 사기꾼 천지 캘리처럼 동네 영세상인에게 장애인 차별을 구실로 소송을 걸든, 막상 당사자에게 떨어지는 건 많지 않다.

미국의 변호사 비용은 굳이 실력 있는 로펌까지 갈 것 없이 동네 복덕방 변호사만 해도 시간당 200불에 달한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싶던 차에 문득 소액소송제도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지금은 속세를 떠나 은거 중이지만 코로나 전엔 맨날 검도 같이하면서 페북서도 나랑 옥신각신하던 미스타변이 갈쳐준 거다. 본인이 식당에서 밥먹다가 돌맹이 때문에 이가 부러졌는데 주인년이 쌩까길래 스몰클레임 진행해 들었던 비용 3배로 받았다고.
듣기로 일리노이의 스몰클레임 청구액 산정은 대충 이렇다. 일단 액수가 1만불 이하여야 하며 그 이상은 스몰클레임을 할 수 없고 정식 재판을 걸어야 한다. 손해본 금액 뿐 아니라 재판은 물론 그 이전 해결 과정에서 들어간 시간과 비용까지 청구 및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손실액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2배에서 3배까지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미스타변은 주정부 공무원이고 영어도 잘하니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됐다. 물어봤더니 서류만 잘 써놓으면 영어하는 거랑 별상관없고 특히 증거만 확실하면 걱정할 게 없단다. 자기도 서류는 직장동료 온동네 소액소송 좆문가 흑형한테 50불 주고 만들었다며 나한테도 소개해준댄다. 돈은 승리 보수조로 나중에 이기고 난 뒤에 줘도 된다면서.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주면 전달해주겠다고 해서 만들어놨던 작품을 약간 고쳐 이메일로 보냈다. 뭘 어떻게 만들어주나 해서 봤더니 내가 써놓은 글의 개요를 조금 다듬고 초딩 외노자 같은 단어를 뭔가 좀 전문가스러운 용어로 바꿔 판사가 읽기 좋게 만들었더만.
KIA 법원에 보내는 글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감탄을 하며 미스타변한테 물어봤다. 이거 들고 법원 가면 되는 거냐고. 변씨말로는 그러면 된단다. 그거랑 인터넷에 있는 스몰클레임 양식 다운 받아 작성해서 법원 가면 거기 직원이 어찌어찌 하는지 다 가르쳐준다면서.
그래 이제 나한테는 무려 50불짜리 고소문이 있다, 판사도 이 글을 보면 정의감에 불타올라 내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겠지 각오해라 이 사기꾼 폰팔이 ㅅㄲ들아.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로 법원을 찾아갔다. 민사(civil) 부서 복도에서 번호표를 뽑고 한참 차례를 기다렸다가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이게 웬일인가. 담당자가 내 서류 접수를 거부했다. 요새 웬만한 재판들은 죄 인터넷으로 파일링을 한다면서 종이 양식에 손으로 써서 내는 서류는 안 받은 지 몇년 됐다는 거다.
허거걱 말을 더듬으며 그러면 저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물으니 e-filing 어떻게 하는지 검색해보고 거기 나온대로 잘 따라서 하면 된단다. 그러면서 가차없는 표정으로 하는 말,
“Next!”
아씨 괜히 헛걸음했네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봤다. 보니까 일리노이만도 e-filing 대행업체가 수십개 중구난방 백가쟁명이다. 그 중 수수료 싸고 뭔가 믿음직해보이는 업체를 골라 미스타변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접수시켰다.
비용은 300불 좀 안 나왔는데 베스트바이에는 970불 물어내라고 했다. 이왕 청구할 거 걍 천불 이상 달라고 하지 왜 970불이냐 묻는다면.. 1천불 기준으로 법원 수수료도 오르고 뭔가 절차가 또 복잡해지는듯 해서다. 솔직히 쫄았다고나 할까. 난생 처음 해보는 건데 괜히 막 높게 불렀다가 일이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암튼 손해본 금액인 270불에 법원 수수료 300불, 그리고 예전에 스프린트 중재 신청하느라 쓴 20불을 더하면 590불이 다였지만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와 쏟아부은 시간 및 노력을 생각하면 970만불도 적다는 생각이다.
그게 2020년 1월, 잘못된 크레딧을 청구서에서 확인한 지 4개월만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연재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