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민주시민 교육 진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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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사회과의 민주시민교육 잘 되고 있는가 : 초등 <사회 6-1>을 중심으로

 

¶글쓴이 : 김주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민주주의 개념정의 없어 학습자들은 사건 서술내용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늠 못해

-독재는 민주주의의 대척개념이 아니고 견제와 균형, 법치를 내세운 공화주의의 대척개념

-독재는 북한 사례와 비교해야. 그렇지 않으면 건국 대통령과 부국 대통령을 욕하게 될 것

 

 

2.2. 반독재 민주주의, 반민주주의 독재의 순환논법

 

초등사회 정치단원 제1장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참여”이다. 이 단원에서는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집회까지 소개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정의 없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민주운동사를 역사서술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과목과 구별되는 사회과목의 교과서 서술방식이 아니다. 사회교과서는 개념정의부터 하고 사회과학적으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사건전개과정을 설명하는 역사교과서와 비슷해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정의가 없으므로, 학습자들은 사건의 서술내용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다. 서술내용을 살펴보면 순환논법이 동원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정의나 분석내용이 없이, 민주주의는 반독재이고 독재는 반민주주의라는 셈이다. 순환논법이 동원되었으므로, 이제는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독재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독재에 대한 개념정의나 분석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4.19 혁명은 ‘헌법을 바꾸어 가며’ 장기 집권을 이어가던’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를 무너뜨린 것으로 묘사되었다. 5.18 민주화 운동도 ‘헌법을 바꾸어’ 장기집권을 해왔던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가 암살로 무너진 뒤 불법적으로 집권한 ‘부당한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운동으로 묘사된다. 6월 항쟁도 ‘불법적으로 잡은 권력을 유지하고자 민주주의를 탄압했던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 승리한’ 민주화운동으로 묘사되었다.

 

독재는 북한의 사례와 비교해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국대통령과 부국대통령을 무조건 독재자로 욕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독재와 민주주의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동원된다. 독재는 ‘불법적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 국민의 기본권 탄압, 국민이 원하지 않은 대통령 간선제’를 가리킨다. 민주주의는 반대로 ‘합법적인 임기 준수, 국민의 기본권 존중,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직선제’를 가리키고 있다.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처럼 독재와 민주주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므로, 학습자는 민주주의나 독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열거된 조각들을 조합해서 전체 모습을 상상해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코끼리가 되던 괴물이 되던 크게 개의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합법적인 임기 준수, 국민의 기본권 존중,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직선제’의 모습만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없는 민주국가도 있고, 대통령 간선제의 민주국가도 있다. 그리고 독재가 꼭 ‘불법적인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 국민의 기본권 탄압, 국민이 원하지 않은 대통령 간선제’의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불법적인 장기집권이 아니라 합법적인 종신집권의 독재국가도 있고, 대통령제가 아니라 수령제의 독재국가도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독재는 민주주의의 대척개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독재는 공화주의의 대척개념이다. 독재란 권력을 독점해서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인치제도이다. 1인이 독점하면 1인 독재, 계급이 독점하면 계급독재, 민중이 독점하면 민주독재라고 한다. 공화주의는 권력독점을 막으려고 권력을 분립시키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고, 인치제도를 법치제도로 바꾸어내었다. 이를 보면 독재가 공화주의의 반대말이지,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민주화운동의 시기에는 모두 독재를 민주주의의 대척개념으로 사용하였다. 그렇게 쓸 수도 있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일반적으로 현대정치제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현대정치제도는 자유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가 혼합되어있다. 따라서 독재를 막으려는 공화주의의 정치기제가 현대정치제도에 존재하므로, 독재를 현대정치제도의 대척점으로 둘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사회가 이미 민주화된 이상, 요즈음에도 예전처럼 독재를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공산 전체주의 독재국가인 북한도 스스로 인민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가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되면, 인민 민주주의 국가는 독재국가가 될 수 없다. 인민 민주주의도 용어상으로 보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이 인민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 초등학생에게 북한이 독재국가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북한의 독재와 비교할 때 이승만의 독재나 박정희의 독재는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독재 개념을 분석적으로 정의했다면, 이승만이나 박정희를 김일성 김정일의 독재와 동렬에 세울 수 없을 것이다. 이승만이나 박정희의 독재는 자유민주주의의 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가권력을 완벽하게 독점할 수 없었지만, 김일성 독재는 수령전체주의 독재체제의 틀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국가권력을 완벽하게 독점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독재 이야기가 나오면 북한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재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건국대통령과 부국대통령을 무조건 독재자로 욕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비교 관점을 형성하지 못하면 초등교육부터 우물 안 개구리만 자라나지 않겠는가?

 

초등 사회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해서 분석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오던 용어를 아무런 비판적 검토를 거치지 않고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념용어가 지칭하는 사례도 서로 비교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백지장 같은 어린 마음에 오개념부터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연재 리스트>

초등학교 민주시민 교육 진단 #1

초등학교 민주시민 교육 진단 #2

초등학교 민주시민 교육 진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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