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승만이라면 서울사수 방송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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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병태

 

-역사를 전할 때 ‘현재의 관점’은 위험해. 역사 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이런 지적 오만의 결과

-“이승만이 의도적으로 시민들이 피난 못 가게 했을까? 얻을 게 무엇이길래?”비판적 사고 필요

-반민족 정부의 정통성 없는 독재자는 위선적으로 그려야 했다. 신화와 미신이 그렇게 탄생했다

 

 

남침후 3일간 무슨 일? 이승만 행적은? “1人10役”

역사를 전할 때 가장 위험한 오류 중의 하나가 ‘현재의 관점Presentism’이다. 이 관점은 두 가지에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현재의 가치관으로 과거를 재단한다는 것이다. 경제, 문화, 정치 그리고 가치관이 다른 상황을 우리의 눈으로 과거 사람들을 재단하는 지적 오만을 범한다. 역사 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 등이 이런 지적 오만의 결과다.

두 번째 문제는 역사적 사건을 논할 때 우리는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사건의 주인공들은 결과를 모른 채 제한된 정보와 자원 속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의사결정을 하는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대처가 훗날 역사적 평가에서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6월 27일 수원비행장. 왼쪽이 처지 준장, 오른쪽이 무초 미대사.

 

“이승만은 서울 사수를 방송하고는 혼자 도망갔다?”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에게 서울 사수를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고 바로 자신은 서울을 버렸다는 이야기를 젊었을 때 처음 듣고는 나도 아무 의심없이 분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승만 그가 그렇게 의도적으로 국민을 속여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주장에 대해 의심하는 ‘비판적 사고’를 훈련 받지 못했다. TV도 휴대폰도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지금과 전혀 다른 정보 전달체계의 세상에서 그리고  해방 후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던 신설국가의 정부가 얼마나 비효율적일지 우리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과 미국의 협력을 얻어내기에도 분초가 모자랐을 것이라는 짐작들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답은 정해져 있다. 민족 통일이 아닌 분단국가이자 일제 청산을 하지 못한 반민족 정부를 세운, 역사적 정통성이 없어 국부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독재자 이승만이므로 위선적 인간으로 그려져야 했다. 신화와 미신은 그렇게 탄생한다.

물어보자. 이승만이 의도적으로 시민들을 피난 못 가게 했을까? 그래서 그가 얻는 이익이 무엇이었을까? 상황을 오판했으면 전쟁이 어찌되든 나라를 포기하고 자신도 서울에 남아 시민들과 같이 죽었던지 인민군의 포로가 되었어야 옳았는가?

우리가 세월호에 대해 단죄할 때도 늘 결과론적 시각에서 단죄하고 비난하는 오만을 저질러왔다. 왜 그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의 의문도 남지 않을 완벽한 구조를 하지 않았느냐고. 우리의 지적 수준이 이런 정도다.

우리는 신화를 의심하지 않는 주술적 문화의 국민이다.

내가 현대중공업에서 최고경영자들에게 강의할 때 그들은 정주영 회장의 거북선 신화를 내게 반복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당신이 선주인데 아프리카 이름도 모를 나라에 어떤 사업가가 자신의 조상이 만들었다는 장난감 배나 전설 상의 배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 조상이 이런 배를 만들었으니 오더를 달라면 주겠는가 하고.

 

그들은 매우 놀라는 모습이었다. 사업하며 덕담식으로 거북선 이야기가 나왔겠지만 지폐 한 장 때문에 실적도 전혀 없는 조선사에 오더를 주었다는 이야기는 신화일 뿐이다.

정부가 보증하고 선주가 리스크 프리의 조건으로 그렇게 시작된 조선 산업의 역사를 극화한 것이다.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내가 그 상황이라면 하고 역할극을 해보는 것이다.

내가 이승만이라면 의도적으로 서울 시민을 속였을까 하고. 내가 이탈리아의 선주라면 거북선 지폐때문에 감동해서 오다를 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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