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도, 혁명도 아니었다” 진중권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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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대호

 

-분단 시대의 이념 대립구도가 ‘우익 국가주의’ 대 ‘좌익 민족주의’라 규정하는 진중권의 착각

-실제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 대립’.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남북 집권 세력 모두 공유

대한민국 역사적 의미와 총체적 위기에 둔감. 애국 시민을 극우나 국가주의 세력으로 폄하해

 

 

[진중권의 퍼스펙티브] “애국가 버리란 김원웅, 일장기 든 광화문 다 미쳤다

 

낡은 국가주의와 낡은 민족주의

진중권의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핵심 주장이야 공감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와 이념에 대한 착각이 의외로 많아 보입니다.

 

진 교수의 핵심 주장은 낡은 국가주의와 낡은 민족주의 둘 다를 떨쳐버리자는 것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종북좌빨 색출에 나서는 자와 8.15에 일장기 휘두르는 자(극우?)나, 존재하지도 않는 토착왜구 척결에 나서는 자와 8.15에 애국가 폐기하자는 자(극좌?)는 모두 미쳤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주장 같은데,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이 주장이 목구멍으로 잘 안 넘어 갑니다.

 

‘극좌?’의 대표주자는 광복회장이고, 여당 의원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는 김원웅입니다.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쓰고 죽창가를 부른 자도 민주, 진보, 민족 진영에서 꽤 비중이 있는 인사입니다.

 

이번 8.15집회에 일장기를 휘두른 자는 이름을 아는 이가 없는 단순 시위 참여 대중입니다. 그것도 태극기-성조기-일장기 셋을 깃대에 달아 한미일 삼각공조를 주장했을 뿐입니다. 물론 종북좌빨 색출 얘기 하는 사람은 보수 내에서 꽤 비중 있는 인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집권 세력들의 역사 인식이나 철학, 가치, 정책을 보면 대한민국이 종북좌빨에 점령된 듯한 느낌을 가질 만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종북좌빨이라는 표현은 전쟁과 독재 시대의 악몽을 되살리고, 섬뜩한 피비린내를 풍기기에 제발 쓰지 말자고 말합니다. 극좌적 편향을 지칭하는 다른 단어를 쓰자고 합니다. 물론 문 정부의 철학, 가치, 정책, 언설이 하도 우악스러워서 먹히지 않습니다만.

 

 

 

진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적 의미를 폄하하고 보수, 우파, 자유, 애국 시민의 절규를 극우나 국가주의 세력으로 폄하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립’

실제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립’이었습니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남북의 집권 세력이 둘 다 공유했습니다. 국가주의는 조선의 유산이기도 하고, 후발개도국이었던 일본, 독일, 소련이 보여준 ‘국가주도 압축적 부국강병 전략’ 의 대성공이 준 교훈이었습니다.

 

해방-전쟁-정전체제 이후의 남북 분단 시대의 주된 이념 대립구도는 ‘우익 국가주의’ 대 ‘좌익 민족주의’의 대립이 아닙니다. 진 교수의 큰 착각입니다. 이승만은 정치는 몰라도 경제에 관한 한 국가개입주의를 극력 자제 내지 배제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국가주의는 1987년 헌법에도 강하게 흐르는 이념입니다. 헌법 제9장 경제 조항을 한번 보십시오.

 

문재인 정부는 1987년 이후 들어선 그 어떤 정부보다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합니다. 2017년 7월에 발표된 문 정부 5개년 계획의 큰 항목 중 하나인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와 그 뒤 펼친 수많은 정책과 언설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민족주의도 국가주의 못지 않게 뿌리가 깊습니다. 박정희가 강조한 민족적 민주주의와 국민교육헌장 등에서 강조한 바 있는 민족중흥, 7.4 공동성명에 있는 ‘민족 대단결 원칙’, 김영삼의 취임사(동맹 보다 민족 우선) 등의 언설과 1980년대 운동권 주류적 생각(이는 단지 NL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역시 강력한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국가주의 중에서도 좌측 극단입니다. 코민테른의 일국일당주의도 있었고, 김일성 등장 이전에 북한 좌익의 핵심(조선 공산당 평안남도 서기)이었다가 1945년 9월에 암살된 현준혁은 소련연방 가입을 공공연히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파는 물론 민족주의자들로부터도 엄청난 반감을 샀습니다. 이게 암살의 핵심 이유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한반도에서 해방 직후부터 지금까지 주된 대립구도는 ‘국가주의,민족주의 우파(자유민주주의) 대 국가주의,민족주의 좌파(공산주의)의 대립’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단순화하면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 대립입니다. 한마디로 해양(근대) 문명 대 조선적, 스탈린적 야만의 대립 입니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좌파(파쇼)로 역주행 하는 문 정권

보수, 우파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성찰반성을 거치면서 드디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벗어던지고, 튼실한 사적 자치 및 지방 자치와 보충성 원칙에 근거한 근대적 자유민주주의 세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과 X86세대는 오히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좌파(파쇼)로 역주행 하고 있습니다.

 

진 교수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유럽, 미국, 일본처럼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우파(미국 공화당, 영국 보수당) 대 좌파(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의 대립 구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주된 정치적 대립 구도는 역주행하는 좌파(민주, 진보, 노동, 민족, 평화 팔이) 파쇼에 대항하여 근대적 자유민주주의 세력으로 환골탈태 중인 보수+ 중도의 대립구도 입니다.

 

다시 말해 광화문 광장의 투쟁 시민과 미래통합당, 국민의당과 (민주, 진보, 노동, 평화 팔이들의 위선, 독선, 무능에 치를 떨며) 진 교수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는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통일 전선을 형성하여) 역주행 중인 국가주의와민족주의 좌파들을 정치의 변방으로 몰아내고, 선진국에 정착된 자유민주주의 우파 대 좌파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내자는 것입니다.

 

국가주의라는 말은 중국과 조선과 남북한의 정치 이념과 현상을 이해할 때 나름 효용이 있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원산지와 달라 많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모든 이념은 그 주된 대립물을 봐야 합니다. 헤겔 등이 주창한 독일의 국가주의의 주된 대립물은 과도한 자치분권주의와 무정부주의에 따른 혼란, 비효율, 약소국화였습니다. 그래서 국가주의는 절대이성의 구현이었습니다.

 

그런데 헤겔 시대의 혼란은 조선과는 상관없습니다. 조선은 국가주의의 다른 극단인 성군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왕을 인과 덕과 예에 통달한 성왕으로 만들어, 어린 백성을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그러니 삼권분립 개념이나 보충성원칙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독립이요, 건국이요, 혁명이 맞다

당연히 성군주의는 왕을 인, 덕, 예의 도덕으로 옭아매는 구실이자, 왕을 타도하는 근거였습니다. 그 어떤 선발, 교육, 훈련, 견제,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도 왕이 성왕의 반열에 올라갈 수 없으니, 그래서 겉으로는 왕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하, 더 정확히 말하면 일부 세도가나 당파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습니다. 한마디로 숨은 실세들이 헤쳐먹기 정말 좋은 체제였습니다.

 

이런 조선을 제대로 청산하지 않다 보니 북에서는 위대한 수령, 어버이 수령 타령을 하고, 남에서는 대통령을 무슨 성군의 현신처럼 여겨 청와대 게시판에 온갖 민원이 다 폭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가 광대한 사적자치(이 핵심은 시장자치와 공동체 자치)및 지방자치와 보충성 원칙과 권력자의 인식과 윤리의 한계에 대한 통찰에 근거하여, 계약을 통해 자유와 권리를 위임하고, 의무와 부담을 받아 안는 정치이념 및 체제라는 개념이 사라진 듯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기본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양문명(지중해 문명)의 정치적 지혜의 정수인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위대한 사회계약입니다. 그런데 진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건국’도 아니었고, ‘혁명’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건 완전히 틀린 얘깁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독립이요, 건국이요, (조선의 유산과 국내외 공산주의자들의 강력하고 질긴 공세를 감안하면) 혁명이 맞습니다.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잉태하여, 2차 대전의 승리와 일찍이 소련의 괴뢰정부가 들어선 북한과 그에 동조하는 정치 세력과 8년(1945~53년)간 처절한 건국전쟁을 거쳐 태어났습니다.

 

진 교수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의미를 너무 폄하하고, 지금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에 둔감하니, 보수, 우파, 자유, 애국 시민의 절규를 간단히 극우나 국가주의 세력으로 폄하하는 것 같습니다.

 

진교수는 역사공부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가 비판한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그리 먼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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