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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John Lee
-영화 <300>에서 애국심 거절당한 장애인은 결국 스파르타를 배신하고 큰 해를 입혀
-금기시 여긴 여자 군입대는 이제 당연시하나 트랜스젠더는 아직 그런 다수 되지 못해
-국가의 특수 사례 처리 방식은 당시 사회 합의를 반영. 거꾸로 바꾸는 계기로 될 수도
군대는 징병제지만 입대는 의외로 경쟁이 치열하다. 연간 필요한 군병력 수는 일정한데, ‘칼’입대 ‘칼’복학을 선호하는 대학생들은 특정 시기에만 몰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어든 출생율에 맞추어 미리 부대 별 정원을 먼저 줄이는 추세라 제때 원하는 특기로 들어가기는 참 어렵다.
예전에는 필요한 군인 수에 비해 당해 남성이 많아서 결격사유 없이도 웬만하면 면제를 받고는 했었다. 공익도 일할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다 보면 아무것도 안 한 채 소집해제가 되기도 한다. 군인은 무료로 해주지만 군 병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두를 받아줄 수는 없다.

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무장 군인을 동반시켜 흑인을 등교시킨 무리한 행위가 없었다면, 지금 흑인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연말이 되면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고 싶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희망한 사람이 실제 기회가 왔을 때 기증하는 경우는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기증하지 않은 경우에도 검사와 관리를 위한 비용은 계속 들어간다.
한 해에 배정된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국가의 여건이 안 되어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헌혈은 공짜로 해 주는데 수혈은 왜 돈을 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참 많지만.
영화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은 스파르타의 방패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자원 입대를 거부한다. 애국심을 거절당해 앙심을 품은 장애인은 결국 스파르타를 배신하고 큰 해를 입힌다.
복무 중에 성전환을 한 부사관은 복무를 계속 희망했으나 국가는 군대에 그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거절했다. 병사가 아닌 부사관이기 때문에 이건 의무복무라기보다는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일반 직장이라면 성별이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여기는 군대다. 평상시에 화장실을 따로 쓰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전시에는 같은 텐트에서 뒹굴어도 괜찮은 사람들을 모아 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자의 군입대는 금기시되었으나 이제는 여군은 군대의 적지 않은 한 축이 되었다. 슬프게도 트랜스젠더는 아직 그런 다수가 되지 못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트랜스젠더 한 명을 군대에 받아들이기 위해 군대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여군은 이제 그 수가 적지 않음에도 일선 부대에서는 단 한 명의 여군을 위해 화장실을 하나 더 만들고 작업 중에 상의를 탈의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하지만 우리가 건물에 남녀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것을 낭비로 여기지 않듯, 손해에도 불구하고 여군과 공존하는 것은 이제 사회적인 이익이 더 크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듯하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이때까지 없었던 사례이기에 어디까지가 합의됐는지도 불분명하고 혼란이 크다. 아마 이런 사례가 계속 생긴다면 MTF 트랜스젠더 여성을 선천적 여성으로 인정하든지, ‘제 3의 성’ 정도로 인정해 별도 시설을 만들거나 독립 부대를 만들 것이다. 성적 정체성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같이 생활하는 여군에게 강요할 것은 되지 못한다.
스파르타군에게 장애인이 걸림돌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포용하지 못한 대가로 스파르타는 더 큰 것을 잃었다. 혹은 스파르타 사회가 보다 너그러웠다면, 비록 전력으로는 도움이 안 되지만 장애인까지도 받아들인다는 선전 행위가 더 이득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트랜스젠더 군인 한 명의 존재는 전투력 자체에는 해가 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군대가 그마저도 받아들이는 대범한 행보를 보여주는 게 국민들 대상으로 한 홍보에 이득이 되는지,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얼마나 보여주는지, 그것이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 들여지는지가 관건이다.
특수 사례를 국가가 처리하는 방식은 당시 사회의 합의를 반영하지만 거꾸로 사회의 합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무장 군인을 동반시켜 흑인을 등교시킨 무리한 행위가 없었다면, 지금 흑인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던 그의 앞날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