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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주동식
-‘한강의 기적’의 주인공 우파, 정치만은 하지 않아. 좌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치만
-당비 1만원이 당원의 최소자격. 이들 대상으로 정치 콘텐츠 유통시켜 리더십 만들어야
-창당비용 100만원 내는 발기인들이 Philgrim Fathers 역할 맡아서 공천 등 주도해야
정치란 리더십 창출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이란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 그걸 실현하는 데 필요한 철학과 방법론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리더십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이 전쟁과 학살 등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이 방식으로 리더십을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가성비가 너무 낮고 부작용이 큽니다. 현대 정치 특히 정당정치는 이런 부작용을 극복하면서 리더십을 창출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 폭력을 배제한다 해도 정치가 리더십을 결정하는 승부라는 본질은 변할 수 없습니다. 그 승부를 가리는 무기가 메시지와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정치는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와 콘텐츠를 구성하는 미디어가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우파는 이런 정치의 본령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정치 기피, 정치 혐오가 우파의 자승자박이 됐다고 봅니다.

우파는 ‘한강의 기적’의 주역이었지만, 정치만은 하지 않았습니다. 좌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정치만 했습니다.
우파는 건국과 산업화, 경제개발 등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왔습니다. ‘한강의 기적’의 주역이 우파입니다. 하지만, 우파는 모든 걸 다 하면서도 정치만은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좌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치만 했습니다. 우파는 정치적 무능력으로 좌파에게 대한민국 주류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그 결과가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입니다.
좌파 정치는 본질적으로 시민단체 정치입니다. 시민단체가 정당에 인력을 파견하고, 어젠다를 제시하여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방식은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우파가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좌파보다 뛰어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정당정치를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학계의 주류인 좌파 학자들은 정당정치를 약화시키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간접화하는 것이 정치혁신이라는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우파가 정당정치를 정상화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이 당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파 정당은 사실상 청와대의 국회 출장소 역할이었고, 당원은 동원 대상, 박수부대에 불과했습니다.
당원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정당의 정치이념적 정체성에 동의하고, 그 정치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헌신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가장 기본이 당비 납부와 최소한의 교육 이수입니다. 그 중에서도 당비 납부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당비는 1천원~2천원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안내는 당원이 더 많습니다. 2중당적, 3중당적도 많고 심지어 자기가 당원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가 당비 월 1만원 납부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조직은 돈을 끌어대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이 극소수 정치지도자의 사유물이 되는 이유가 당원들이 당비를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에서 오랫동안 당원 생활 하신 분들에게 ‘당비 1만원’ 얘기를 하면 분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당의 주인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게 고용된 일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월급을 받아야 할 판에 내 돈까지 내고 활동하라니… 이런 생각인 겁니다.
이런 발상으로는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책임과 권리를 갖춘 당원이어야 공천 등 당의 리더십 창출 프로세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진성당원들을 대상으로 정치 컨텐츠와 메시지를 제시하고 당원들을 이끌어 정권 쟁취에 나서는 사람이 바로 정치 지도자가 됩니다. 정치 콘텐츠의 인격화가 바로 정치 리더십인 것입니다.
현재 한국 정당의 가치 생태계에서 유통되는 것은 정치 콘텐츠가 아닌, 정치 이권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정당정치도 없고, 정치 혁신도 없고, 대한민국의 몰락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정치를 바로잡지 못하면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대중에게 제시해 설득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도 우파 정치세력 통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의 조건에서는 통합이 성사된다 해도 결국 밀실에서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지분 갈라먹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는 결코 우파가 거듭날 수도 없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보수에 대한 불신 가운데 과정과 절차의 불투명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시간이 많지 않지만 진성당원을 세운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모여야 합니다. 나아가, 진성당원제가 자리잡기 전까지 이번 통합정당 건설에서는 미국 건국의 모태인 Philgrim Fathers 같은 역할을 하는 창당 발기인들이 당의 강령과 규약, 정강정책을 결정하는 주역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몇몇 실력자들이 돈과 조직을 책임지고 나머지 발기인들은 이름만 거는 방식의 창당은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당의 발기인들은 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각자 100만원씩의 당비 납부를 자격으로 하여 중앙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공천 등 총선까지의 핵심 의사결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천심사위원회 같은 기형적 조직은 당연히 폐지해야 합니다. 나아가 중앙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 방식으로 공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탄핵 문제는 우파의 재건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현재로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 역시 몇몇 네임드들의 탁상공론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크게는 자격을 갖춘 진성당원들의 전면적인 토론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보수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없는 세력은 별도의 세력으로 분화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게 장기적으로는 보수의 통합과 단일 대오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