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흔히 좌파 정부라고 하는데

<<광고>>



¶글쓴이 : 박동원

 

-국민통합을 기반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해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스웨덴

-좌파정책, 우파정책을 쓴 게 아니라 그 때 그때 필요한 정책과 효율적 시스템 구축에 힘써

-정치의 본질인 ‘문제해결’에 충실히 복무했고, 이념 따위가 아닌 중도 실용정신에 기반해

 

 

1. 오로지 중도실용의 유연성과 지혜만 있을 뿐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옛법을 변경하거나 관습을 바꾸어서는 안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군은 변경할 만한 일이라면 변경해도 좋다거나 그렇지 않은 일이라면 영구히 지키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변경하고 변경하지 않음에 있어 구애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단지, 나라를 잘 다스려서 백성이 행복하게 되는 일이라면 옛 관습을 따르는 것이고, 새로운 관습을 기르는 것이 좋다면 새 사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 한비자-

 

한비자의 이 놀라운 통찰력을 보면 좌파 우파, 보수 진보 따지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싶다. 원래 좌와 우, 진보와 보수엔 경계가 없다. 바다와 강에 경계가 없고, 바다와 땅에도 경계란 건 없다. 하늘과 땅인들 경계가 있을까.

 

그 경계란 오직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이 편의에 의해 경계선을 만들었고, 그 경계로 인해 불신과 분열은 배가된다. 필요하면 바꾸면 되고 필요하지 않으면 그냥 살면 된다.

 

 

지난 7월 스웨덴 고틀란드에서 열린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연설을 듣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2. 스웨덴을 흔히 좌파정부라 얘기하는데

 

한비자의 이 문장은 중용과 중도실용의 가치가 잘 반영되어 있다. 스웨덴을 흔히 좌파정부라 얘기하는데 틀렸다.

 

한손 총리는 연정을 통해 2차 대전 중립을 지켜 나라를 보호했고, ‘국민의집’을 지은 타게 에를란데르는 국민 통합을, 늘 국민과 함께하다 괴한의 총에 맞은 팔메 총리는 냉전 상황에서 미국과 소련 사이에 중립적 포지션으로 외교를 안정시키고 복지국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렇듯 국민통합을 기반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해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지만, 1970년부터 20여 년간 기업 규제 강화와 고세율 등 복지국가 정책을 과도하게 추구한 결과 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해 다시 기업을 창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 신생 기업이 많이 설립되었고, 소득이 높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면서 지금껏 강소국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기틀을 놓고 완성한 팔메가 1982년 재집권을 하면서 재무장관에 기용된 펠트는 사민주의 정책기조를 폐기하고 자본의 이윤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그가 내걸었던 목표는 ‘선성장 후분배’. 그가 주장했던 ‘제3의 길’은 사민주의도 아니고, 대처나 레이건의 자유주의 우선도 아닌 정책을 취했다. 사양산업의 보조금을 끊고 금융규제 완화 등 팔메 총리와 정반대의 정책을 취했다.

 

처음 경험해본 준비없는 개방정책으로 다시 위기를 맞은 사민당은 1991년 우파정권에게 패배했다.

 

집권한 우파들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펴지 않았다. 긴축재정, 복지축소, 부유세 폐지, 노조의 실업보험 관리권 회수, 공기업민영화 같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사민당의 동의없이 추진하지 않았다. 타게 에를란데르가 구축한 ‘국민의 집’ 대타협의 공동체정신을 허물지 않았던 것이다.

 

스웨덴 지도자들은 좌파정책, 우파정책을 쓴 게 아니라 그 때 그때 필요한 정책과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에 힘썼을 뿐이다. 그런 효율적 시스템을 위해 국민통합에 나서고, 국민적 신뢰를 높이며 정권교체의 위험도 감수하며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그때 그때 문제를 해결해왔다.

 

정치의 본질인 ‘문제해결’에 스웨덴 정치인들은 충실히 복무했고, 이는 이념 따위가 아닌 중도 실용정신이 기반이 되었다.

 

3. 거룩함, 숭고함, 엄숙함 따위를 걷어내야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서밋에서 “노동자 교육·여성 노동 존중, 스웨덴을 배우자”고 했다.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그런 표면적인 것이 아니다.

 

이념과 자기 신념에 갇히거나 얽매이지 않는 스웨덴 지도자들의 중도 실용정신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통합에 나서고 대타협에 나섰던 그들의 노력 과정을 배워야한다.

 

우린 어떤가. 정치적 전통은 있는가. 어떤 어설픈 정치평론가는 이런 말들을 하면 교과서라 평한다. 싸우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 얘기한다. 그이 또한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에 갇혀 있을 뿐이다.

 

경계를 만들면 경계 너머의 세계가 보이지않는다. 경직되면 문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거룩함, 숭고함, 엄숙함 따위를 걷어내야 한다. 인간, 민족, 역사, 민중, 국가, 애국 같은 실체 불분명한 상징을 해체시켜야 된다.

 

오직 중요한 건 공동체가 유지되고 구성원이 먹고 사는 일이다. 모든 상징도 거룩함도 거기에 종속되어야 한다.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거스르는 이념 따위는 없다. 인간이 이론을 만들고 그 이론에 인간이 종속된다. 스스로 동굴을 파고 그 동굴 속에 스스로 갇힌다. 정치는 경계를 갈라 편을 만들고, 사람은 구분지어 자신의 삶을 합리화시키거나 치장한다.

 

오직 중요한 건 먹고 살기 위한 실용이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