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체제와 대한민국의 호남화 현상

<<광고>>



¶글쓴이 :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1987년 체제에서 대한민국은 좌파 헤게모니가 강화되는 과정 밟아. 그것은 즉 호남화 현상

-‘대주주’ 호남, 386이 주도하는 좌파에게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자원 배분에서는 소외 겪어

-‘한국 안의 한국’ 호남, 근대화 이전 조선의 질서 강해. 반기업 반시장 반미반일 정서로 표현

 

 

지난 12월 13일(금)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된 ‘호남 문제 해결 못하면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 주제의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편집자>

 

1. 1987년 체제의 가치 왜곡

 

1987년 체제는 좌파의 정치적 승리(직선제 개헌 등)를 우파가 정치공학적(6.29)으로 막아낸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로 좌우는 힘의 균형을 이뤘고, 우파는 실물 권력(정치, 경제, 물리력 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체제의 정치적 명분은 정치적 승리자인 좌파의 것이었고, 그 명분과 정당성은 이후 우리 사회의 담론 지형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은 좌파가 전매특허처럼 써왔지만, 실제로는 1987년 체제 담론 지형의 좌파 편중을 지적하는 데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87체제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당시의 가치관, 사실상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관이 점차 약화되는 과정을 밟아왔다. 민주화의 기치 아래 사회적 소수의 가치관이 점차 확산되고 주류화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회적으로는 노동, 복지, 인권, 페미니즘 등의 어젠다였고, 정치 영역에서는 반일 의제였다. 이영훈을 대표저자로 한 <반일종족주의>가 보여주는 것처럼, 1987년 체제의 성립 이후 정대협 등 반일단체의 활동은 질과 양 두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좌파 담론은 이제 반일을 징검다리 삼아 반미 및 종북종중을 본격화하고 있다.

 

1987년 체제에서 대한민국은 좌파 헤게모니가 강화되는 과정을 밟아왔고, 그것은 다른 말로 호남화라고 할 수 있었다. 호남화 즉 좌파 헤게모니의 강화는 사회 경제적 자원의 낭비와 함께 시장 기능의 훼손으로 인한 가치평가의 왜곡 등 대한민국이 박정희 시스템을 극복하고 21세기의 도약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치명적인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조금과 지방재정 교부금 등의 ‘공짜’가 크게 늘어났다. 직불금 등 농업보조금이 대표적이지만, 본질적으로 시장기능을 왜곡 거부하는 다양한 명분의 보조금이 사회 전 영역에서 확대돼 왔다. 그 효과는 부정적이라고 보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농업보조금 규모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 농업경쟁력은 추호도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추락을 거듭해왔다.

 

다양한 명목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의 경우 발전 가능성 있는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마케팅 등 기업 역량 고도화보다는 가급적 많은 기업들에게 고르게 혜택을 줘서 불만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원 방식도 정보 지원 등 기업의 내적 경쟁력을 제고하고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보다는 현금 살포 위주였다. 중소기업 지원이 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국가 경제 발전보다는 불만 잠재우기 즉 체제 방어 비용의 성격이 강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보조금은 경제적으로 자원의 낭비라는 문제점 외에도 산업과 기업을 좀비화하고, 시장의 가치 평가 기능을 왜곡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광범위한 공짜 심리를 확산하며, 문화적으로 책임감과 도덕성을 부정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한 가치 왜곡 현상을 불러왔다.

 

2. 대주주 호남과 경영권 쥔 386 좌파

 

좌파 어젠다의 핵심이자, 그 모든 어젠다의 도덕적 정치적 배경이 되고 정당성을 담보해준 것이 5.18의 피값이었다. 다만 1987년 체제의 좌파 헤게모니를 주식회사로 비유할 때 호남은 대주주로서 거대한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회사를 움직이는 경영권은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좌파가 행사했다고 봐야 한다. 1987년 체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호남-좌파의 대립 갈등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오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채 거대한 마그마를 품은 휴화산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극렬 우파의 인종주의적 호남 혐오에는 호남의 무임승차에 대한 분노가 작용하고 있다.

 

1987년 체제의 왜곡과 부작용에 대해 대주주인 호남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로 호남은 그동안 껍데기뿐인 명분만 얻고, 실제적인 이득은 386 좌파가 가져갔다고 봐야 한다.

 

호남의 정치적 승리에 따른 배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보조금은 그 특성상 호남에게만 혜택을 주기는 어려웠고 전국적/계층적 범주로 분배되어야 했다. 농업 보조금이나 중소기업 지원금 등이 그런 경우이다. 호남은 그런 혜택의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배제 그리고 광범위한 인종주의적 호남 혐오가 그런 현상을 부채질했다.

 

반면, 1987년 체제의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386세대는 보다 직접적인 혜택을 챙길 수 있었다. 노동, 복지, 인권, 페미니즘 등의 어젠다를 386이 주도할 수 있었고, 거기에서 생기는 혜택과 성과는 다른 세대 및 사회집단과 나눠갖는 몫이 아니라 고스란히 386세대가 독점했다.

 

즉, 호남의 입장에서는 386이 주도하는 좌파에게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자원 배분에서는 소외되는 결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런 현상이 극대화된 것이 노무현이 주도했던 좌파 리버럴 진영에서의 호남 비하와 모욕이었다.

 

호남은 그 대가로 일부 고위직과 보수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지역예산을 받았지만, 실제로 호남이 친노·좌파의 승리에 기여한 몫 그리고 감수해야만 했던 정치적 비하와 모욕에 비하면 호남은 친노·좌파와의 거래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비유하자면 호남은 집문서 땅문서 선산문서까지 친노 대깨문 좌파 386에게 넘겨주고 짜장면 몇 그릇 얻어먹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이런 불공정 거래에 대한 일부 호남 특히 수도권 호남 출향민의 분노가 심화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약진은 그러한 호남의 이탈이 훨씬 더 전면화된 현상이었다.

 

문재인은 그러한 경험에 대한 반성 때문인지 2017년 대선과 이후의 국정 운영에서 호남에 대해 각별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에서 호남 출신 고위인사가 대폭 증가한 것도 그러한 배려의 결과이다. 현재 호남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거의 무차별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그런 현상의 연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집문서 땅문서 대신 대접하는 짜장면이 탕수육이나 팔보채 정도로 격상된 셈이다.

 

즉, 호남은 1987년 체제의 대주주로서 그동안의 기여나 지분에 비해 거의 받지 못했던 배당을 한몫에 받고 있는 셈이고, 그런 배당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누리려 한다. 그런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유지가 거의 사활적인 관건이다. 그것이 호남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지의 핵심 근거이다.

 

3. 예고된 비극과 우파의 사명

 

이런 호남-좌파 연합은 대한민국 나아가 호남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정책 기조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속과 발전, 부국강병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정책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필연적으로 실패가 예고돼있는 정치 노선이다. 이는 반드시 불행으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권의 정치노선이 끝까지 관철(정권 유지 및 재창출 성공)될 경우 그것은 대한민국의 소멸을 포함,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불행이 된다. 호남 역시 그 비극에 포함되며 나아가 그 비극을 불러온 역사적 책임까지 모면하기 어렵다. 정반대로 문재인 정권이 몰락한다면 호남은 직접적인 책임 소재 논란과 함께 정치적 청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도 호남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안게 된다. 그리고 우파는 국가의 운명을 책임진 세력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와 과제를 안고 있다.

 

우파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우리나라 우파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인종주의적 혐오 일변도의 대응으로, 일베와 네이버 등 포털의 익명 댓글과 페이스북 우파 네티즌들이 보여주는 적대적 반응이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 가장 강경해 보이는 이들 혐오의 가장 근저에 깔린 것은 실상 우파의 정치적 패배감과 절망이다. 호남의 무임승차에 대한 분노라는, 나름 정당성을 가진 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치적 패배감과 절망 때문에 그 외형적 표현은 정치적으로 결코 객관화 합리화 정당화되기 어려운 인종주의적 혐오라는 B급 C급 정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우파 대중들이 스스로 정치적인 패배자이고 근본적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한 데서 나타난 결과이다.

 

이런 편향은 우파가 호남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영의 주역으로 나서는 데 치명적인 방해요소이다. 우파 진영 전체의 정치적 정당성이 추락하는 한편 지지층 등 우파 내부의 저열화를 심화시키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의 수혈을 막는 요소가 되고 있다.

 

또 하나의 편향은 우파도 좌파처럼 호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남은 오랜 세월 정치적인 소외와 경제산업적 낙후, 인종주의적 혐오에 시달려온 것이 사실이고, 현재도 그 후유증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호남이 문재인 정권의 대주주이자 대한민국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에 대한 시혜성 지원 정책은 시의성을 갖지 못할뿐더러 호남이 안고 있는 고민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라고 볼 수도 없다.

 

4. ‘한국 안의 한국’이 의미하는 것

 

호남을 ‘한국 안의 한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지만, 그 핵심은 근대화 이전 조선의 사회 문화적 질서가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는 지역이라는 의미이다. 그 객관적 표현이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미반일 정서로 나타나고 심지어 반대한민국 친중종북 정서의 심화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 호남을 위로하고 호남의 행태를 정당화해주는 방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호남 문제 해결의 원칙은 혐오도, 무조건적인 지원이나 정당화도 아니다. 유일한 대안은 정정당당한 비판이다. 우파의 자유주의적 가치를 앞세워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미반일 반대한민국 친중종북 정서를 비판해야 한다. 여기서 잊어서는 안될 것은 혐오하는 자는 결코 비판할 수 없고, 비판하는 자는 결코 혐오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다.

 

우파의 몰락은 사실상 호남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결과이다. 우파가 대한민국 주류의 위치에서 철저하게 몰락하고 비주류로 전락한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남 문제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우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무척 멀다. 하지만, 우파의 정치적 무능력, 사회적 무책임성, 도덕적 저열화를 극복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호남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고 본다. 땅에 넘어진 자는 바로 그 땅을 짚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이걸 해내는 자가 우파의 리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