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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용수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길은 명백하다. 환자가 불안을 견뎌내며 의사를 믿는 것이 최선
-진짜 죽어가는 사람 살리고자 고민고민, 구충제 주장하나? 의사와 제약 회사가 미운 건 아닌가
-“돈 벌기 위한 음모” “니가 암에 걸려도 구충제 안 쓸까?” “기생충 좌파 지식인 조민 제자냐?”
펜벤다졸은 그리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니다. 설명해봐야 듣지도 않을 사람들에게 시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 다만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감이 내 등을 떠밀고 있을 뿐.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길은 명백하다. 환자가 불안을 견뎌내며 의사를 믿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확률 높은 치료를 받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믿음을 주문하고 싶다. 믿는 길이 최선임을 설득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근거가 부족한 치료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밉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를 깸으로서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해치고 있으니까.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다. 도대체 너네가 진짜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자 고민, 고민해서 구충제를 주장하냐는 거다. 그저 의사가 밉고, 제약 회사가 미운 건 아닌가?
당신들의 그 정의 실현이 환자 목숨을 인질로 잡고 있는 행위라는 걸 알기는 할까? 남의 생명이 걸린 일이니 쉽게 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충제가 효과가 있으면 돈을 제일 많이 버는 방법은 구충제를 특허 내는 거예요. 그거 하나면 세계적인 초국적 제약 기업 탄생합니다.
어차피 논리가 안 통하니 감성에 호소하는 걸로 작전을 변경했다. 적당한 과장과 선동을 버무리고, 우물에 적당량의 독도 살포했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 인간들이 많겠지?
이 주제로 한편 더 쓴다면, 마지막 주제는 이거다. 의사들은 “가망없다”는 표현을 언제 쓰는가? 그 때 나는 정말로 살아날 가능성이 0일까?
의사들의 표현을 이해하면 근거 없는 치료에 혹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주제는 머리 나쁜 사람들이 오독하기 쉽기 때문에 아마도 쓰지 못할 거 같다.
다음은 많이 들어 온 댓글에 대한 내 답변이다.
“니가 암 걸려도 구충제 안 쓰나 보자.”
– 네. 안 씁니다. 각서라도 쓸까요? 대신 님들도 각서 하나 쓰시죠. 당신들이 암 걸리면 본인 몸에 아무 약이나 실험해도 괜찮다고. 아 펜벤다졸 수준의 근거는 갖춘 약을 쓸 테니 걱정 마세요. 세상에 개, 돼지한테 쓰는 약들 진짜 많아요.
“의사와 제약 회사의 돈 벌기 위한 음모다.”
– 구충제가 효과가 있으면 돈을 제일 많이 버는 방법은 그걸 숨기고 다른 약을 파는 게 아니고, 구충제를 특허 내는 거예요. 그거 하나면 세계적인 초국적 제약 기업 탄생합니다.
– 의사는 환자를 살려야 가장 경제적이에요. 이번에 살려도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 거거든요. 이번이 아니어도 죽어가는 비용은 언젠간 한번은 지출할 테니 쌤쌤이에요. 대신 살려내면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병원비를 지출하게 되죠.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병원 신세를 많이 지죠. 의사가 돈 벌고 싶다고 환자를 죽게 내버려둘 이유가 있어 보이나요?
신선한 댓글 하나도 덧붙인다.
“기생충 좌파 지식인 조민 교수의 수제자?”
– 서민 교수님 죄송합니다. 따로 사사 받은 적은 없지만 남들이 수제자라 인정하니 스승의 날 찾아뵙고 인사라도 드려야 하나 싶네요. 괜히 일면식도 없는 저 때문에 아버지가 조국이 되어버리셨으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