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투쟁, 홍콩을 지지한다”

<<광고>>



¶글쓴이 : 조용수

 

-NBA 농구팀 모리 단장의 개인 트위터에 중국 불매 운동 시작. NBA 관계자들 앞다투어 사과

-이게 팍스아메리카 맞나? 홍콩시위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 가치 묻는 사건이자 인권의 문제

-정치적 올바름이란 가치가 자신들 이익에 손해가지 않는 선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서야

 

 

“자유를 위한 투쟁. 홍콩을 지지한다
(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

 

NBA 농구팀 휴스턴 로켓츠의 모리 단장이 개인 트위터에 올린 짧은 한마디에,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에 사용되는 문구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즉각 NBA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에 놀란 NBA 관계자들은 앞다투어 사과를 해야 했고.

 

멀리는 사드 배치부터 가까이는 일본 문제까지, 내 곁에서 일어난 다양한 불매 운동이 떠오른다. 우리는 경제를 볼모로 어디까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도 좋은 걸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명분은 어느 선일까? 참으로 어려운 난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이번 중국의 불매 운동은 치졸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이다. 치미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NBA는 세계화에 성공한 스포츠 산업이다. 축구를 제외하면 적수를 찾을 수 없다. 미국내 인기 스포츠인 야구를 비롯해 모든 종목을 더해도 NBA의 인기를 따라 잡을 수 없다. 팬이 세계 각지에 있으며, 팬들의 평균 연령도 30대로 가장 낮다. 미래 또한 밝은 셈이다. 꾸준한 세계화 시도가 제대로 먹혀들어 갔음을 뜻한다.

 

그 중 가장 성공한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NBA에겐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후원, 중계권 등 NBA가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미국 못지 않다. 때문에 시범경기를 중국에서 열기도 하며, 스타들이 연례행사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지금껏 많은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 압도적인 인구 수에 적당한 경제화가 이루어졌다. 국내총생산량은 미국에 이어 2위이다. 중국의 구매력은 세계 어느 나라도 포기하기 힘들다. 이는 스포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우리나라와의 시범경기에서 단 1분도 출전하지 않았고,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 ‘날강두’란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거의 풀타임 가까이 경기에 출전을 강행했다. 감히 중국팬의 심기는 건드릴 수 없는 게 스포츠계의 불문율이다. 수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스포츠마저 자본에 잠식당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NBA 총재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고, 물론 그에 대한 응답으로 중국은 NBA 보이콧을 구체화하였다.

 

NBA의 30개 팀 중에서 가장 중국 친화적인 구단이 바로 휴스턴 로켓츠다. 그 유명한 야오밍이 뛰었던 팀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저 키가 큰 중국 선수로 기억하겠지만, 전성기 시절 야오밍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류현진 정도의 성적을 지속적으로 뽑아줬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국민적 영웅이 아닐 수 없었다.

 

휴스턴은 야오잉이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당연히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단장이 트위터에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쉽게 말해 투자자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휴스턴의 모리는 NBA 단장들 중에서도 꽤 유명한 편에 속한다. ‘모리볼’이라는 독특한 농구철학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통계를 중시하는 그는 ‘3점 & 골밑’이라는 극단전 전략을 신봉했고 그것으로 성적을 내 NBA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봉장에 서 있는 인물이다. 개인 트위터임에도 큰 논란이 된 건 바로 그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협박은 즉각 효과를 보았다. 모리가 당장 글을 내리고 사과했으며, 휴스턴 구단주부터 다른 팀 감독들까지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휴스턴의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이 중국 지지 발언을 이어받았다. 이 두 선수는 마이클 조던과 비교되는 현재 NBA의 아이콘들이다. 사태가 이쯤되자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자본에 엎드린 표현의 자유”

 

자유의 가치를 부르짖고 수호하는 미국인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의 집중포화가 시작되었다. 결국 NBA 총재가 대표로 나서 일을 수습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고, 물론 그에 대한 응답으로 중국은 NBA 보이콧을 구체화하였다.

 

이 사태가 종국에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일련의 사태가 고작 표현의 자유로 퉁쳐지는 데 굉장한 불만이다. 개인이 정치적 표현을 마음껏 남길 수 있는 자유? 미국이 고작 이 정도 선언에 그친다는 데 크게 실망했다. 대체 이게 팍스 아메리카 맞나?

 

홍콩 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에 가치를 묻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타협할 수 없는 인권의 문제이다. 우리 모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시위를 지지해야 한다. 나는 미국과 NBA가 화끈하게 홍콩 시위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NBA는 지금껏 늘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서 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성소수자 차별법을 제정하자, 그 지역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올스타전 장소를 바꿔버렸던 게 NBA다.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와 르브론 제임스는 인종차별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쿠테타 관련해서 자국 대통령과 싸운 터키의 칸터 선수를 주위에서 지지해줬던 게 NBA다.

 

나는 그런 NBA의 모습에 NBA의 팬임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 모든 정치적 올바름이 결국 자신들의 이익에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불과하다는, 그런 위선의 딱지가 내려앉지 않기를 바란다.

 

남의 나라 정치에 왈가왈부 할 일 아니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리 나라가 밟아온 피의 역사가 자꾸 아른거린다.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오지랖 넓게 남의 나라 스포츠계에 쓴 소리를 보태는 바다. 뭐 나도 NBA 골수 팬이니 이 정도 말 할 자격은 있겠지.

 

자유를 위한 투쟁. 홍콩을 지지한다
(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