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글쓴이 : 유성호
-취업준비 해보면 알잖아. 더 이상 깎아낼 게 없는데 인사팀 응답 없으면 멘탈 나가는 거
-따낸 ‘것’조차 ‘공정’ 명분을 위해 만들어진 아주 작은 무대에서 아등바등 겨우 따낸 것?
-경쟁은 평범하고 못난 부모의 자식들끼리 하층계급 이하 되지 않으려 서로 짓밟는 수단
아등바등 사는 놈이 열등한 세상이야. 열심히 살아 봤자 계급이 낮다는 증거밖에 더 되나? 그렇게 자기가 ‘하층 계급’이라는 것을 매 분 매 초 증명해야 돼? 무엇을 위해? 내 인생은 하류층에서 중류층이 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중산층의 지위를 방어하기 위한 것인가?
왜 사람들은 유튜버를 광대라고 우습게 여기면서 핸드폰만 내려놓으면 ‘나도 유튜브나 해 볼까’라고 생각할까? 그게 한국사회의 본질이기 때문이야. 내가 아등바등 사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웃긴 일로 받아 들여지는 그 구도.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을 뿐이지.
유튜브는 잘 되면 광고수익이라도 바로바로 나오지. 아등바등 살아 봤자 한 푼도 안 떨어지고, 보는 사람도 없으면 얼마나 비참하냐. 취업준비 해본 사람들은 다 알잖아. 인사팀의 응답을 받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깎아내야만 하는지. 근데 더 이상 깎을 게 없는 데도 응답이 없는 순간이 오면, 다들 멘탈이 나가는 거야.
사실은 다 알고 있었어. 은행 채용에서 부모님 신상을 적어내라고 하던 이유도, 아버지 친구가 임원인 대기업에 서류만 맞춰서 들어갈 거란 친구도, 유력자 수발 들다가 갑자기 공공기관에 취업한 선배도, 그냥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뿐이지. 내가 가는 길은 공정할 거라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근데 이제는 좀 알겠는 것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유독 더러운 게 아니라, 내가 지나온 곳들이 원래 그런 곳들이었던 거야. 어쩌면 내가 가진 초라한 ‘내 것들’조차 광활한 벌판에서 이루어진 공정한 경쟁으로 따낸 것이 아니라, ‘공정’이라는 명분을 위해 만들어진 아주 작은 연극 무대 위에서 아등바등 하며 겨우 따낸 것이었을 수도 있겠더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허탈하지 않아? 근데 열 받는 것은, 이젠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고. 경쟁은 평범한 부모, 못난 부모 둔 애들끼리만 하는 거야. 패배주의적인 사고라고? 아니. 이건 패배주의적인 사고가 아니라 경험주의적인 사고야. 뉴스에도 맨날 나오는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 행복하게 살아야지. 근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멘토 쫓아다니면서? 멘토라는 그새끼도 똑같은 새끼던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 뭐 하나 진득하게 붙잡고 5년 이상 해본 적이 있긴 있어? 근데 그거 직업으로 삼으면 한 달에 200도 못 번다는데. 약지 못해서 고생만 하신 부모님 등골 언제까지 뽑아먹게?
말만 존나게 많은 세상이야. 그리고 사람들 말에 휘둘려서 아등바등 살아봤자, 열등하다는 증거밖에 안되는 세상이야. 근데 하층계급인 걸 증명하는 것조차 못하면 인간 이하로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야. 게다가 자기가 하층계급인 걸 증명한 사람들이 더 잔인한 세상이야. 그런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