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글쓴이: 유성호
–무게감이나 안정감 확실. 정치신인이기 때문인지 동년배나 다선의원에게 느끼는 ‘칙칙함’ 없어
–광고홍보업 하며 만난 클라이언트들 가운데 저렇게 기분 나쁘고 싸가지 없게 말하는 사람 처음
–우파 재건 가능성 충분. 보좌진과 당 내부인력의 정치질 ‘슈퍼갑’ 마인드가 브랜드 망가뜨릴 것
1. 내가 쓴 황교안 대표의 에세이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가 출간된 지 일주일이 넘었다. 함께 만들었던 영상도 업로드가 되었다. 책은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고, 출판사에서도 이 정도면 꽤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2. 솔직히 말하면, 기대가 커서 그런지 기대만큼 팔리진 않았다. 하지만 디자인을 엄청 젊고 트렌디하게 뽑았고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좌파 매체들조차 책 자체에 대한 비난은 전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 김어준조차 유일하게 비판한게 ‘책 두께가 얇다’였으니 말이다.
좌파가 점령한 출판계에서도 책에 대한 비판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황교안이라는 인물에 대한 욕이 대부분, 유성호라는 이 미친놈이 누구냐는 욕이 약간이라고 했다.
정치에 관심없는 중도 성향의 주변인들도 책을 받아 들고 깜짝 놀랬고, 자한당 내부에서도 ‘한국당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책이 나왔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는 증언을 복수의 사람들에게 들었다.
사실 나는 애초에 이 책에 대한 제안이 왔을 때,
‘고리타분한 자유한국당의 브랜딩을 어디까지 젊게 만들 수 있는가?’
같은 느낌의 도전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콘텐츠와 브랜딩만 놓고 본다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자화자찬같이 보이겠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다.

‘슈퍼갑’ 마인드가 황교안 브랜드를 망가뜨릴 것이다.
3.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님을 만났다. 실제로 몇 번 보고 여러 이야기도 나눠본 소감은….
우선 무게감이나 안정감은 확실히 있다. 정치 신인이어서 그런지 황교안 대표님과 동년배나 그 이상의 다선 의원들에게서 느껴지는 ‘칙칙함’이 없다. 머리도 비상한 것 같고, 내 말들을 경청하려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질문에도 성실한 태도로 자세히 대답했다. 인상적이었다.
황교안 대표님이 차기 대통령인지까진 모르겠지만(3년이나 남았는데 세상 그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괴멸 직전의 보수 우파진영을 다시 일으킬 만한 무게감이나 자질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4. 영상을 위해 당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황교안 대표님에 대해 물어봤다. 다들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특히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25년차 당직자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를 여러 차례 해보고, 다큐도 만들어본 경험에 의거해 보았을 때, 이런 대답들이 전혀 ‘황비어천가’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황교안 체제’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 진심으로 기뻐하고, 무언가 해보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스타트업 판에 있을 때 느꼈던, ‘잘되는 스타트업의 분위기’와 유사했다. 전혀 우파성향 지지자가 아닌 감독과 PD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타트업 영상의 톤앤매너를 통해 변화와 승리를 갈망하는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의 진심을 담고 싶었다.
5. 문제는 책이 발간된 이후에 ‘발견’됐다. 우선 황교안 대표님 주변의 보좌진들이 이 책에 대해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다. 황교안 관련 SNS 채널들 중 가장 파급력이 큰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홍보를 부탁했음에도 결국에는 씹혔다.
동시에 황교안 대표님은 청년이나 여성 관련 행사에서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메세지들만 쏟아냈다. 황교안 대표님의 메세지를 담당하는 사람이 감을 못 잡고 있다는 증거였다. 답답한 마음에
‘국정에 대한 큰 아젠다나 문재인 정권 비판은 괜찮은데, 청년이랑 여성만 따로 메세지팀을 두면 좋을 것 같다.’
는 말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복수의 응답을 들었다.
6. 영상 업로드 관련 해프닝은 더 심했다. 유튜브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상은 제목과 썸네일이 절반이다. 그래서 영상 제목과는 다른 후크용 제목을 짓고, 썸네일도 명확하게 영상의 특정 파트를 지목해서 업로드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영상 제목을 그대로 쓰고 썸네일은 영상에 등장하지도 않는 황교안 대표님의 시장방문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었다. 썸네일을 따로 선정해서 올리는 것은, 영상의 특정 파트를 지정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로운 일이다.
자신들이 지켜온 톤앤매너가 무너진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이해는 한다), 이렇게나 손발이 안 맞아서 어떻게 일을 하겠나 싶었다.
7. 업무의 마무리 과정에서 당직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몇 년 간 광고홍보업을 하면서 만난 백 명이 넘는 클라이언트와 담당자들 중, 이렇게 기분이 나쁘고 싸가지 없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광고홍보업은 갑질이 일상인데, 갑질은 원래 ‘갑질의 선’이라는 것이 있다. 근데 그 선을 훅 넘어버리는 말이었다. 콧대높다고 소문난 글로벌 브랜드도, 잘나가는 아티스트도, 글로벌 기업도, 국내 대기업도, 의사도, 변호사도, 동네 고깃집 사장도 이렇게 말하진 않았다.
업무가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한 소리 할까 말까 속으로 엄청 고민을 했다. 결국 광고홍보나 콘텐츠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온 말이라고 생각하고 참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슈퍼 갑’이라는 인식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8. 정리하자면, 황교안이라는 인물 자체는 위기의 보수우파진영을 재건할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님 주변의 보좌진이나 당 내부 인력들의 정치질이나 ‘슈퍼 갑’ 마인드는 결국 황교안이라는 브랜드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9. 결과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본 동시에,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의 벽을 느낀 프로젝트였다.
항상 젊은 친구들을 끌어주시고 챙겨주시면서 자유한국당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강지연 국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러한 개노답스러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 하신다는 점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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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나만 덧붙이자면, ‘막말 논란’으로 고통받고 계신 한선교 사무총장님은 내가 만나본 50대 이상 클라이언트 중에서는 상당히 좋은 분이었다.
업무의 프로세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으시고, 꼼꼼하지만 깐깐하지는 않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당 내부를 어떻게든 변화시키고 개혁하려는 노력을 하고 계신다고 느꼈다. 최근 언론의 십자포화로 만들어진 부정적인 이미지와 많이 다른 분이었다는 점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