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교육예산 제대로 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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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석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며 기다리는 수업은 역시 체육. 바깥에서 뛸 수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공기청정기 설치와 마스크 분배가 공교육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인가?

-새로운 발상과 진지한 학구열로 불타는 현장전문가 교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권한 필요

 

 

[현장칼럼] 학교체육 위협하는 미세먼지

 

우리 독서회 멤버 박용화 선생님(편하게 ‘용화’로 지칭한다)의 기사다. 한국교육신문에서 요즘 개성 있는 2030 교사들을 필진으로 하여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칼럼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용화를 추천했다. 사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선생님들을 소개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활약하는 스타 교사 분들 말고도 현장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정말 능력있는 젊은 선생님들이 많다.

 

한국교육신문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최대 규모의 교원단체 교총에서 내는 전문지인만큼 보다 젊고 능력있는 평교사들의 문제의식과 컨텐츠로 무장하게 되면 좋지 않을까. 에듀인뉴스처럼 몇몇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인터넷으로 고정 칼럼란을 가질 수 있게 될 날을 상상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교육신문의 많은 구독자 분들과 아직 때 묻지 않고 더 좋은 수업과 더 좋은 교육을 향한 상상에 불태우는 젊은 교사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다면 새로운 문제의식과 함께 우리의 교육에 대한 인식과 지평이 더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용화의 장기를 살린 강점은 음악 비평적 관점을 담은 음악 교과 수업과 독서회 활동과 영화 동아리 운영을 통해 다진 텍스트 비평적 관점을 담은 영화 수업에 있다. 아마 내 생각에 조만간 이런 부분으로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고 책도 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칼럼에서는 젊은 남자 교사들이 흔히 하는 체육 전담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체육 수업을 통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내용을 담아내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미세먼지 수치에 의해 자주 야외로 나가지 못하게 되는 현장의 아주 평범한 문제에 접근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을 못할 경우 교사 스스로 만드는 실내활동과 교실놀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초등에서 제일 중요한 수업은 국어도 영어도 수학도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며 기다리는 수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체육 수업이다. 아이들은 바깥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한다. 움직임 욕구라고 해야 할까,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괴로워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고 높아지는 미세먼지 수치에 학교는 야외활동을 금지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묶이게 된다.

 

여기서 용화는 실내 체육시설 건립과 실내 체육수업 자료의 개발과 보급, 대안적 프로그램의 개발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따로 만나 술 마시고 떠들며 왜 학교 체육 수업이 실망스러운지, 우리의 교육 현실이 왜 이렇게 실망스럽고 한심한지를 토로할 때 나온 이야기들이다.

 

학교의 체육 교육과정은 전문가들에 의해 꽤 체계적인 논리를 갖추고 완성도 있게 짜인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논리와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서 위의 교육과정이다. 용화는 특히 생활체육과 건강체력의 문제에 집중해서 모든 아이들을 위한 체육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똑같은 문제의식으로 단순히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을 실내에 붙잡아 급조하는 형태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목표와 성취기준에 맞는 교육 활동을 어디에서도 할 수 있도록 내용을 조직하고 전문가에 의해 개발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교육 결손의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옛날부터 말해온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혁신적인 무언가를 실험하는 것도 좋지만, ‘원래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제대로 구현해보는 충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전에도 수없이 많은 지식인과 교육인들이 교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달려들었다. 우리는 그 성과들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학교 교사 공동체 차원에서 공교육의 역량과 낙후성을 얘기하기 전에 교육과정과 교육학의 기본을 제대로 구현하려는 충분한 노력과 진지한 고민을 경주했을까?

 

우리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마스크를 분배하는 것을 국가 공교육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것이 미세먼지로부터 위협받는 체육 수업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현장의 선생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 기관이 미세먼지 때문에 ‘유난스러운 학부모’들의 민원을 피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교육자들은 어떻게 해야 안정적으로 환경 위협 속에서도 좋은 교육을 베풀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우리는 미세먼지로부터도 위협받지 않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체육 수업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를 위해서는 외부의 자원과 연계하여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고 때로는 교사 스스로 만드는 실내활동과 교실놀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교사들이 찍는 유튜브도 체육수업을 위한 훌륭한 자료와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나 교육청, 관리자들은 이를 두려워하고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새로운 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결국 답은 새로운 문제 현상들과 현장에서 부딪치는 교사들에게 있다. 새로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문제해결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급기관과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발상과 진지한 학구열로 불타는 현장전문가인 교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것이 70조원이 넘는 국가 교육예산의 집행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높으신 분들 권력놀이에 쓰이는 낭비를 줄이고, 교사들의 전문적인 노력으로 보다 발전된 컨텐츠와 교과 수업으로 보답하여 국민에게 최대한의 교육 편익이 돌아가는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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