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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길도형
-트럼프가 회담장 박차고 나와 귀국하는 모습에 한국 우파는 환호, 좌파는 분노로 들끓었지만
–엄포만 놓고 시간을 벌어주면서 결국 핵보유국 지위까지 이르게 한 점은 돌이킬 수 없는 실착
-세계최빈국 35세 독재자가 미국 대통령과 2차례 회담, 암묵적 핵보유국 지위 등 전리품 획득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2월 28일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은 형식적으로는 결렬이었고, 트럼프의 완승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도 그리 아쉬운 게 없는 만남 아니었을까 싶다.
시속 67킬로미터짜리 기차를 타고 60시간에 걸쳐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의 이벤트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촌스럽고 남루할지라도 본디 그것이 그들의 방식 아니던가?
북이 감추고 있는 북핵 시설 두 곳에 대한 트럼프의 공개에 김정은이 당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낡은 영변 핵시설 외의 핵실험 시설을 미국이 파악 못하고 있었을 거라고 북한이 생각했을까?
트럼프가 결렬을 선언하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와 귀국하는 모습에 한국의 우파는 환호하고, 좌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정말 사소한 일상을 사는 시민으로서 그 동안의 경과를 새삼 짚어보고자 한다.

김정은이 당장 종전 선언과 경제제재 해제를 약속받을 거라 믿으며 하노이에 왔을까?
트럼프는 ‘시간은 미국의 편’이라며 회담장을 떠났다. 그가 김정은에게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핵시설 두 곳을 적시하며 밑장 까기 하지 말라는 경고는 했지만, 이미 완성된 북핵 관련 폐기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즉, 트럼프는 김정은의 거짓과 사기를 폭로하며 1차회담의 경솔함을 어느 정도 만회할 만한 형식은 얻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획득한 ‘핵 전략 국가(북한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신조어)’의 위상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 아닌가?
더욱이 앞서 엄포만 놓고 시간을 벌어 주면서 결국 핵 보유국 지위까지 이르게 한 점은 돌이킬 수 없는 실착이라고 보는 게 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사자 중 절대적 위치에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핵 전력의 완성으로 인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이 소멸할 경우 경제제재만으로 과연 북 체제의 혁명적 변동이 가능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솔직히 회의적이다.
즉, 북의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 수준에서 북핵을 억제하고 남한의 자본을 앞세운 상황 관리로 군사적 옵션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국내외적 도전에 맞서는 트럼프의 대응 아닐까 하는 점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정은이 2차 회담에서 얻고자 한 것과 잃은 것이 뭔가 하는 점이다. 김정은이 솔직히 종전 선언과 당장의 경제제재 해제를 약속받을 거라 믿으며 하노이에 왔을까?
세계 최빈국의 만 35세 독재자가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과 두 번의 회담을 가졌다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암묵적인 핵 보유국의 지위를 추인받고 그로부터 군사적 옵션까지 사실상 소멸해 버렸다는 것.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역량으로 획득한 전리품 아닐까?
공식 일정을 마친 3월 2일 평양으로 돌아가는 기차 속 김정은의 60시간을 과연 우리가 깨소금 맛으로만 여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