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9 관세사

<<광고>>



¶글쓴이 : 봉달

 

-물류 업계, 남 잘되는 꼴 못보고 물귀신처럼 끌어내리려고만. 그럴 시간에 영업이라도 하지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미국 관세사 합격률은 요새는 3% 정도. 전국적으론 1만 명 좀 넘어. 두번째 시험에서 합격

 

 

 

미국 관세사 시험 합격률은 요새 3% 정도라고 들었다.

 

물류 업계 얘기를 꺼낸 김에 조금만 더.

 

포워딩 회사를 화물 선적량으로 보면 세계 10위권 안에 중국계 Sinotrans가 있고 일본계로는 닛폰익스프레스가 있다. 나머지는 모두 유럽계와 미국계 회사들이다.

 

한국계 물류회사의 크기는 DHL이나 쿠엔앤네이글, UPS 등 초대형 글로벌 업체는 물론 긴테츠나 파날피나 같은 10-20위권 회사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 현대, 엘지, 롯데 등 대기업이 각자 물류회사를 갖고 있지만 후계 또는 친인척 몰아주기용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특수한 관계가 없는 3자는 물건을 받기 어렵고 따라서 덩치가 커지지도 않는다.

 

알짜는 그렇게 몰아주고 돈이 별로 안 되거나 귀찮은 짐들을 잔챙이 포워더들에게 주는데 그거라도 받아먹으려고 이전투구를 한다. 사정은 해외에 나가 있는 포워더도 마찬가지여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기본이요 남 잘 되는 꼴을 못봐 여기저기 투서와 음해가 난무한다.

 

아직까지 지연 학연으로 얽혀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에 따라 선사 또는 항공사 지점장이 바뀌면 혜택을 받는 포워더가 생긴다. 그렇다고 아주 큰 건 아니고 화물의 실무게보다 많은 볼륨 무게를 조금 깎아준다든지 하는 정도다. 꼭 특혜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게, 지점장 입장에서도 실적을 내야 하니까 짐을 많이 가져오는 포워더에겐 더 할인을 해주거나 편의를 봐주는 것 정도는 해 줄 수 있고 그게 또 당연하기 때문이다.

 

근데 난리가 난다. 짐도 별로 없는 것들이 자기보다 더 낮은 가격을 받거나 혜택을 주거나 하면 한국 본사에 투서를 하고 온갖 비방을 하고 다닌다. 이번에 새로 온 지점장이 술자리 아가씨 골프 접대를 받으며 특정 업체에 몰아준다더라 뭐 이런 식이다. 남 잘 되는 꼴을 못보고 어떻게든 물귀신처럼 끌어내리려고만 한다.

 

솔직히 나도 성공할 자신은 없지만 그런 짓 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든지 아니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게 맞지 않나 한다. 남을 못 되게 한다고 내가 잘 되는 게 아닌데 왜들 그러나 싶다. 이 바닥에서 한 10년 지켜보자니 그런 사람일수록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신도 결국 망한다.

 

암튼 회사를 옮긴 후 일은 바빴지만 마음은 편했다. 사장님은 레드오션인 미주쪽은 현상 유지만 하고 유럽쪽 물류를 뚫으려 동분서주했는데 미주와 유럽 화물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결국 업무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한 1년 정도 지났나, 시카고에 계신 삼촌 친구분이 간만에 가족끼리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 중 향후 진로 문제가 화제로 올랐다.

 

관세사를 염두에 두고는 있는데 아직 애들도 어리고 해서 딱히 시작은 안 했다니 이 양반이 그러는거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애들이 훌쩍 커있고 그럼 더 시간이 없어진다고. 굳이 관세사를 할 필요는 없으나 나중에 아이들 보기에 부모로서 열심히 살았다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단다.

 

안 그래도 마누라가 시험 준비는 하는 거냐 돈 좀 더 벌어와라 틈만 나면 들들 볶는데다가 그런 말까지 들으니 좀 자극이 됐다. 막내도 3살이 넘어 말귀도 좀 알아들으니 육아는 한결 수월한 상태였다. 그래서 전에 봐둔 세관법 + HTS + 참고서 3종 세트를 주문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고3 이후로 손에서 책을 놓은 지 20년에 가까웠는데 다시 공부를 하려니 제일 힘든 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는 것이었다. 조금만 있어도 좀이 쑤시고 나이는 들어 눈은 침침한데 밤이면 졸리고 피곤하니 머리에 뭐가 들어오지 않았다.

더구나 세관법도 법이라고 법전을 그것도 영어로 읽고 있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대학 들어가 행시를 하겠다며 헌법책 한 달 읽고, 난 도저히 법과 안 맞는다며 때려쳤건만 낼모레 마흔 이 나이에 미국법을 공부해야 한다니 답답하다 못해 황당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소시적에 그냥 고시할 걸.

 

물론 미국 관세사 시험이라는 게 한국 고시에 비할 바는 아니다. 공부량이나 법에 대한 이해도나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다. 그래도 어릴 때 공부하는 것과 나이 먹어 책 펴놓고 용을 쓰는 것의 난이도 면에서는 비교가 가능하지 싶다. 어른들이 왜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옛날 생각하고 대뜸 책부터 폈는데 공부는 잘 되질 않았다. 책상에 앉아 1시간 집중하는 훈련만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낮에 일하고 애들 저녁 먹이고 재운 뒤 공부를 하려니 체력적으로도 버거웠다.

 

한 1년 정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차라리 애들과 같이 9시 전에 자서 밤 11시나 12시쯤 일어나 서너시간 집중하고 다시 자는 패턴이 가장 효과적인 것을 발견했다. 그런 식으로 다시 1년반에서 2년 좀 안 되게 살았다.

처음엔 영어로 법을 공부하려니 눈에 안 들어와 고생했지만 법이라는 게 결국 그말이 그말이라, 나중엔 조항별로 단어만 좀 다를 뿐이지 문장의 형식이 대동소이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미국 사는 한국 사람들 중 이 자격증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지레 겁을 먹어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까지 어려웠고 지금도 골치가 아픈 건 첨단소재 특히 약이나 화학 관련 제품의 classification이다. 물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HTS를 판정할 텐데 까막눈 문돌이로선 도저히 방법이 없다. 관세사 중 학부 때 화학을 전공한 경우 제약사 등에서 특별대우(?) 한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 관세사, 그러니까 Licensed Customs Broker 시험은 매년 2차례 연방세관이 실시한다. 4시간 동안 세관법(Title 19, Code of Federal Regulations), HTS(The Harmonized Tariff Schedule of the United States), Several Specified Customs Directives, 그리고 CATAIR(Customs and Trade Automated Interface Requirements document) 4종류에 관한 문제를 푼다.

 

시험 종목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걸로 안다. 세관이 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다 HTS라는 전세계적 통일 규범에 의거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다른 것은 오픈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준비에 좀 더 수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근데 내 솔직한 생각은 한국 관세사 시험이 좀 이상한 듯 하다. HTS 달달 외워서 뭣에 쓰나. 예를 들어 미국서 8702.10.3100은 경유를 연료로 쓰는 16인승 이상 대형버스고 8702.10.6100은 10인승 이상 16인 미만 콤비 같은 소형버스다. 일하면서 찾아보면 그만인데 뭐하러 죄다 외워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한국선 세관 공무원을 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직해 무시험으로 관세사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아마 진입 장벽을 높여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싶다. 여러모로 한국은 공무원들의 천국이다.

 

암튼 미국 관세사 시험 합격률은 예전엔 10% 정도였는데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져 요새는 3% 정도라고 들었다. 현재 미 전국적으론 1만 명 좀 넘게 ‘활동’ 중이다. 한번 따면 끝이 아니라 3년마다 보고서랑 돈 내서 새로 갱신하지 않으면 없어진다.

 

나는 1년 좀 넘게 본격적으로 준비한 후, 또는 처음 공부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는 2년 정도 후에 시험을 봤는데 걍 떨어졌다. 6개월 후 봤던 두번째 시험에선 80%로 붙었다.

 

나이가 어리고 고시공부하듯 했으면 6개월이면 충분했을 텐데 늙은 머리로 하루 공부량도 많지 않아 좀 오래 걸렸다.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리스트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2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3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4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5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6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7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8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9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0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1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2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3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4 결혼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5 전직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6 짐쟁이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7 시민권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8 철도물류
봉달의 미국 이민 이야기 #19 관세사

 

 

 

 

<<광고>>



Comment 15
LIST
  1. 송재민2019.4.15 PM 18:37

    잘못된 정보 하나 수정드리자면,
    한국에서 세관공무원 경력이 있는 사람이 관세사 시험을 응시할경우,
    1차/2차 시험중 1차만 시험을 치지않고, 바로 2차시험을 응시할수 있습니다.
    그냥 바로 되는건 아니랍니다.! ㅎㅎ 도움될까하고 글남깁니다

    1. 봉달2019.10.12 AM 11:07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시처럼 1차는 객관식 2차는 주관식 뭐 그런 건가봐요

  2. 송재민!2019.4.15 PM 18:37

    잘못된 정보 하나 수정드리자면,
    한국에서 세관공무원 경력이 있는 사람이 관세사 시험을 응시할경우,
    1차/2차 시험중 1차만 시험을 치지않고, 바로 2차시험을 응시할수 있습니다.
    그냥 바로 되는건 아니랍니다.! ㅎㅎ 도움될까하고 글남깁니다

  3. Chung2020.2.5 AM 09:18

    안녕하세요 구글에 미국 관세사 검색하다 우연히 들려 글 잘 읽고 갑니다~ 포워딩에서 일하면서 브로커 역할도 하다보니 관세사에 관심이 생겨 한참 알아보고있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합격률이 굉장히 낮네요ㅠㅠ 저도 어서 책 사서 공부 시작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 봉달2021.3.31 AM 02:56

      홧팅입니다. 저는 다른 교재를 쓰긴 했는데 가만 보니 boskage에서 나온 게 젤 나은 것 같아요.

  4. Doya2020.5.21 AM 01:06

    안녕하세요 봉달님
    미국시민권자만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인가요? 그리고 주관식인지 객관식인지 궁금합니다

    1. 봉달2021.3.31 AM 02:58

      네 시민권자만 응시 가능합니다. 그리고 범죄기록이나 개인 신용기록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관세를 대납하고 그런 게 있다 보니 세관에서 자격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시험은 객관식입니다.

  5. mino2020.8.16 AM 01:08

    안녕하세요 봉달님,

    통관 시험준비하기 어떤 책이 좋은지 추천 해주실만한게 있으신가요? 책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동영상 있는 걸로 구매후 공부하야 하는지 몰라서요.

    1. 봉달2021.3.31 AM 02:59

      어떤 사람들은 학원이나 동영상 시청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돈아까워서 3종 세트 200불 어치만 사서 혼자 했습니다. 제가 본 교재는 오류가 많아서 공부하며 개인적으로 일일이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boskage에서 나온 게 젤 나은 것 같아요.

  6. Rumi lee2020.10.15 AM 08:22

    안녕하셔요
    초면에 올리신 관세사 글을 보고
    연락을 드립니다

    혹 학원 공부 책 등
    정보 공유가능하신지요
    아니면
    개인 레슨도 가능하신가요??
    516-838-3970

    1. 봉달2021.3.31 AM 03:01

      시카고에 살아서 개인 레슨은 어렵겠네요 ㅎㅎ 교재는 boskage에서 나온 거 쓰시고요 원래 혼자서 공부 웬만큼 하셨으면 이것저것 많이 사지 않아도 됩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제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callmeplz@gmail.com

  7. 김진우2020.10.27 AM 08:21

    안녕하세요? 봉달님 글 재밌게 보고 있는 1인입니다.
    제가 하늩 일에 관련되어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알려주시면 감사할것 같습니다.
    Nitrile Gloves라는 품목이 현재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입이 많이 되는데 미국세관 통관금지 브랜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건지 도저히 알 길도 없고, 알아봐도 부정확한 정보뿐이라 많이 답답합니다. 혹시 Nitrile Gloves 관련 미 세관에 현재 통관이 금지된 BRANDS NAME을 알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1. 봉달2021.3.31 AM 03:06

      일회용 고무장갑이면 보나마나 4015.19 일 텐데.. 세관이 수입을 금지할 땐 HS code보다는 manufacturer 또는 국가별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세관 시스템과 바로 연결된 ABI를 갖춰야 MID 코드로 확인 가능한데 저는 직접 통관을 하고 있진 않아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미국에 있는 아무 통관사무소에 연락해 제조사 또는 수출자 정보를 주면 알아봐줄 수 있을 겁니다.

  8. 강지훈2021.1.15 PM 21:22

    안녕하세요.

    저는 한중 무역서비스를 하고 있는 테일코리아 라는 회사의 중국 법인장 강지훈 이라고 합니다.
    올려주신 글 읽고 문의 드립니다.
    중국에서 LCL 또는 FCL 선적을 한 이후 미국에서 통관후 아마존 입고를 할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안내 해주실 가이드 있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 봉달2021.3.31 AM 03:07

      아마존에 입고하기가 좀 까다로운데.. 통관보다는 물류가 문제입니다. 캘리포니아쪽 포워더를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