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신간을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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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경험과 지혜 공유하기 위한 책 같지 않아. 한마디로 만화 위인전이요, 대선 출마용 책

-김종인은 아주 조금만 배려해야. 무슨 비대위원장 권한 달라 하면 단호하게 거부해야

-후보가 위기에 처하면 자신이 대안이 되기 위해 후보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는 사람

 

 

지난 11월 15일 김종인이 출판 기념회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그 책을 사 보려고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때려 봤습니다. 도대체 안 뜹니다. 이 책이 만화책이고, 원제가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이고, <중앙일보> 지면을 사서 몇 차례에 걸쳐 광고를 크게 냈다는 사실도 며칠 전에 알았습니다. 만화책이라도 사 보려고, 인터넷 서점에서 “만화로 읽는”을 넣어 검색을 때려 봐도 안 뜹니다.

 

경세서든 소설책이든 수필집이든 만화책이든,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널리 공유하기 위한 책을 냈으면,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사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천운이 주거나 하늘이 내린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입니다. 살 날이 많지 않은 사람은 더더욱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나눠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뭥미? 정말 생뚱맞습니다. 정말 희안한 책이요, 희안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김종인의 경험과 지혜를 널리 공유하기 위한 책 같지 않습니다.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것도 대중에게 파고 들기 위한 책입니다. 한마디로 만화 위인전이요, 대선 출마용 책입니다.

 

몇 개월 전쯤에 출판업자와 김종인 대망론자들이 작당하여 책을 준비했을 텐데, 아마도 그 즈음에서 김종인의 판단으로는 국민의힘 안에서는 대선 후보감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등으로는 어림없다고 보고) 김종인 대망론을 촉발, 확산시키려는 당찬 포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종인이 오래 못 갈 거라고 보는 윤석열이 그 살벌하고 험난한 경선을 뚫고 국힘당의 후보가 되어 40~60%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저 만화책은 몇 개월에 걸쳐 준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판 기념회까지 간 것 같습니다. 출판업자는 들인 노고와 광고비도 있고 해서 인터넷 서점에 올려놓고 싶었겠지만, 아마 김종인이 좀 낯뜨겁고 겸연쩍어서 제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종의 만화 위인전이니! 출판업자의 손실이 크겠습니다. 김종인이 보상했으면 손실이 좀 줄었을 테고! 이건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해 봐서 압니다. 아니, 추측합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강준만이 지난 6월에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이라는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목과 소제목이 확 땡깁니다. 사 보려고 합니다.

 

제1장 왜 김종인은 늘 ‘배신’을 당하는가?

‘정당 소생술사’의 ‘할배이즘’ | 김종인의 집요한 ‘안철수 때리기’ | “안철수는 오세훈 아닌 김종인에게 졌다” | 오세훈 당선 후에도 계속된 ‘안철수 때리기’ | “도를 넘는 상왕 정치와 감별사 정치” | 갈수록 거칠어지는 김종인-국민의힘 갈등 | “김종인 떠나자 ‘도로 한국당’” | ‘아사리판’이 만든 ‘김종인의 역설’ | 문재인의 집요한 읍소에 넘어간 김종인 | ‘단독자’ 김종인이 극복하지 못한 한 가지 | “김종인은 현실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김종인을 추켜세울 때 흔히 하는 말이 “경제 민주화를 헌법 조문에 넣은 사람” “재벌 개혁론자” “킹메이커” “경륜 있는 사람” “중도층 견인할 사람” 등입니다. 이 말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운이 좋아서 얻게 된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습니다. 작년 초에 발간한 <영원한 권력은 없다>가 나름 심혈을 기울인 역작일텐데, 읽어 보니 하품만 나왔습니다. 이 책에 대한 긴 서평은 여기를 참고하십시오.

 

김종인을 과도하게 배려하면 그의 홍준표스러움과 이재명스러움을 역겨워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과 국힘당을 외면할 수 있습니다.

 

빈약한 지혜, 담 쌓은 성찰, 아예 없는 공심, 황당한 탐심, 유아독존, 안하무인, 오만독선을 가진 이 노인을 추켜세우는 이유와 동력은 작년부터 큰 화두였습니다. 제가 볼 땐 4.15 총선을 말아먹는 일등 공신이었는데, 그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어 1년을 재임했으니…

 

이 노인은 거침이 없습니다. 과감합니다. 추진력이 있습니다. 당 중진들을 애들 보듯 합니다. 김종인 같은 자를 우러러보기는커녕 아주 저열하게 보는(솔직히 2004년 여름쯤 김종인과 저를 포함해 5인이 서촌에서 2,3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부터 든 생각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아예 제명해 버립니다. 아무튼 김종인은 이재명처럼 뭐라도 합니다. 단적으로 웬만한 비대위원장은 당 간판을 바꾸고, 강령을 크게 바꾸지 못했을 겁니다. 그 강령에 기본 소득 등을 집어 넣지는 못했을 것이고…

 

이재명이 하는 짓이 옳은 일도 아니요, 당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닌 것이 많듯이 김종인도 마찬가집니다. 김종인 본인이 생각하는 상품 가치이기도 하고, 김종인을 떠받드는 사람들의 심리는 더 진보/좌파/민주당스러워야 중도를 잡는다는 것입니다. 5.18, 재벌, 기업, 시장, 복지 등에서 김종인은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빼 버리면 정책적 주장을 할 수 없는 진중권류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자주 하는 얘기지만, 20~30년 전쯤에는 국가 개혁과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역편향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는 경제의 정치화요, 경제의 질식화입니다.

 

보수-진보-중도는 국가-시장-개인-복지-북한-일본-미국-중국-근현대사에 대한 어떤 입장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홍준표가 가장 보수에 어필해야 합니다.

 

하지만 홍준표가 외면 받은 것은 선공후사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극도의 이기성과 경쟁이 끝난 후 승복을 모르는 비열함과 말이 때에 따라 너무 달라지는 일구이언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면모는 보수층으로부터만 혐오를 사는 것이 아니라 중도층으로부터도 혐오를 삽니다.

 

이재명이 아무리 진보/좌파적 주장을 해도, 진보/좌파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아무리 보수/우파적 주장을 해도 보수/우파는 물론 (보수/우파에 진보적 칼라가 더해지기를 원하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인간은 국가-시장-개인-복지-북한-역사를 기준으로 후보와 정당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정하지 않습니다.

 

김종인은 홍준표와 이재명의 이기성, 비열함, 역겨움, 탐욕, 오만독선, 권력형 부패 이력 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홍준표와 이재명이 가진 재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받아쓰기 좋은 말재주(뉴스거리), 추진력, 과단성 등.

 

김종인은 20~30년 전의 경제-복지-역사관을 가지고, 신자유주의 반대, 경제 민주화, 재벌 개혁 등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민주당스러움을 보수 우파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호소력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유권자의 몇 퍼센트는 될 겁니다. 그래도 한 표가 있기에 배려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배려하면, 김종인의 홍준표스러움과 이재명스러움을 역겨워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과 국힘당을 외면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종인은 아주 조금만 배려해야 합니다. 무슨 비대위원장 권한을 달라 하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살면서 보니 권력 휘두르는 맛을 알고, 안하무인이 몸에 밴 철없는 노인의 야망은 의외로 질겨서 지금도 윤석열 낙마를 기대하고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김종인은 후보가 위기에 처하면 자신이 대안이 되기 위해 후보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는 자입니다. 후보가 잘 나가면 자신의 공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면서 “역시 킹메이커”라는 허명을 얻어내고 엄청난 보상을 요구할 자입니다. 불가근 불가원입니다. 손에 칼을 쥐어 주면 절대 안 됩니다. 모실 자가 아니라 다루어야 할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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