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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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전쟁이나 내전 없이 태어난 국가 전무해도 그것을 헌법 전문에 넣은 국가 없어

-3.1운동, 4.19와 달리, 5.18은 무장시위대와 진압군경이 유혈 충돌했던 사건

-국민의 90% 이상, 가능하다면 99%가 동의하는 가치들을 헌법전문에 넣어야

 

 

윤석열의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의사” 관련 기사를 보고 참 씁쓸했습니다.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한 계단 위로 올라가지 못해서입니다. 제가 알기론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가들 중에서 국가 간 전쟁이나 정치 세력 간의 내전이나 대규모 (유혈) 시위 없이 태어난 국가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헌법 전문에 그 역사적 사건을 넣은 국가는 없습니다.

 

헌법은 대개 연방과 주, 연방과 국민 간의 계약서이기에 계약의 목적을 서술합니다. 스위스 헌법이 그 전형입니다.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스위스 국민과 주(Cantons)는, 창조에 대한 책임을 유념하고, 세계를 향한 개방 정신과 연대 정신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독립과 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우리의 연대를 새로이 할 것을 결의하며, 타인을 존중하며 공정성을 중시하는 가운데 다양성 속에서 함께 삶을 영위할 것을 다짐하며, 공동의 경험을 자각하고,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유를 행사하는 자만이 자유로우며, 국민의 힘은 약자의 복지를 척도로 평가됨을 인식하며, 여기 다음의 헌법을 제정한다.”

 

미국도 고귀한 가치를 구현한 독립 전쟁이나 남북 전쟁을 헌법 전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1789년 대혁명, 1830년, 1848년 혁명과 1871년 파리 꼬뮨, 1차, 2차 대전 승리 등 자랑하거나 기념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 많을 프랑스도 헌법 전문(1958년 10월 4일 헌법, 2013년 12월 13일에 최종 수정)에도 그런 혁명, 폭동, 전쟁 등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프랑스 헌법 전문 및 제1조: 프랑스 국민은 1789년 인권 선언에서 정의되고 1946년 헌법 전문에서 확인 및 보완된 인권과 국민 주권의 원리, 그리고 2004년 환경 헌장에 정의된 권리와 의무를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프랑스 공화국은 상기의 원리들과 각 국민의 자유로운 결정에 의거하여 공화국에 결합하려는 의사를 표명하는 해외 영토들에게 자유, 평등 및 우애의 보편적 이념에 기초하여 그들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구상된 새로운 제도들을 제공한다. 제1조 ①프랑스는 불가분적,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이다. 프랑스는 출신, 인종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이 법 앞에서 평등함을 보장한다. 프랑스는 모든 신념을 존중한다. 프랑스는 지방 분권화된 조직을 갖는다(이하 생략).”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다양한 얼굴이 있습니다. 헌법 제정이나 위대한 정책은 대개 이성, 타협, 헌신, 결단의 산물이지만, 혁명, 내전, 대규모 시위/운동 등은 오만 가지 요소가 다 끼어듭니다. 헌법적 가치나 선한 의도 외에도 (국제 정세) 착각, 오판, 격정, 낭만, 분노, 실수, 꼼수 등이 다 끼어듭니다.

 

3.1운동과 4.19는 비폭력 평화 시위였으나, 5.18은 이유야 어떻든 무기고를 턴 무장 시위대(시민군)와 진압 군경의 유혈 충돌이었습니다.

 

3.1운동부터가 그렇습니다. 3.1운동에 비판적이었던 윤치호 등의 시각도 민주 공화국이라면 결코 반국가, 반헌법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이 기리는 역사적 사건들은 독립 선언문이라도 있던 3.1운동을 정점으로 점점 더 그 위대함이 저하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3.1운동과 4.19는 비폭력 평화 시위로 진행되었으나, 5.18은 이유야 어떻든 무기고를 턴 무장 시위대(시민군)와 진압 군경의 유혈 충돌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1980년대 운동권과 북한이 5.18에서 특별히 주목해 부각시킨 점은 바로 근대 세계의 혁명 역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국가 공권력에 맞선 시민 무장 폭동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운동권이 최고로 꼽은 최고의 혁명 전사는 고 윤상원 씨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고 윤한봉 씨 등 당시 항쟁 지도부나 수습 대책위도 당혹스러워하는 관점이었을 겁니다.

 

요컨대 국민의 20~30% 혹은 때에 따라 국민의 50~60%가 그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건은 헌법 전문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90% 이상, 가능하면 99%가 동의하는 가치를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합니다.

 

다양한 측면을 가진 역사건 사건은 가능하면 빼야 합니다. 역사적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인 인물을 집어넣어서도 안 됩니다. 헌법 전문에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집어넣으면 일종의 이견과 비판을 불허하는 신성을 얻게 됩니다. 5.18은 말할 것도 없고, 3.1운동과 4.19도 빼고, 국민의 99%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가치, 즉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서술해야 선진 문명 국가의 헌법에 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헌법 전문(서문)은 역사와 인물에 비판과 이견을 불허하는 신성을 집어 넣은 후진 헌법의 끝판왕입니다. 한번 보시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시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이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영생 불멸의 주체 사상을 창시하시고 그 기치 밑에 항일 혁명 투쟁을 조직 령도하시여 영광스러운 혁명 전통을 마련하시고 조국 광복의 력사적 위업을 이룩하시였으며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분야에서 자주 독립 국가 건설의 튼튼한 토대를 닦은 데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창건하시였다. (중략)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여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계시고 인민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치시였으며 숭고한 인덕 정치로 인민들을 보살피시고 이끄시여 온 사회를 일심 단결된 하나의 대가정으로 전변시키시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 통일의 구성이시다. (중략) 김일성 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 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 그 실현을 (중략) 김일성 동지는 사상 리론과 령도 예술의 천재이시고 백전 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시였으며 위대한 혁명가, 정치가이시고 위대한 인간이시였다.(이하 생략)

 

윤석열의 5.18 전문 발언은 정말 불편하지만, 이재명 같은 자가 결선 투표도 없이 압도적 지지로 대선 후보가 되고, 문재인 같은 자가 아직도 35%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참담한 민도(현실)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도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수준을 확인하니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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