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에 너 혼자만 가난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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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조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이층집 드물었고, 교복 한 벌을 3년간 입은 친구도 있어

-학교 체벌 흔해. 떨어진 점수만큼 맞아. 선생님 똑바로 쳐다본다고 뺨맞은 적도

-그렇게 자랐어도 시민들 땅 싸게 빼앗아 몇명에게 수천억 몰아 줄 배짱은 없어

 

 

그는 어릴 때 전깃불이라고는 노란 백열등이 전부인 집에서 자랐다. 침침한 불빛 아래 책을 보다 보면 달빛이 더 밝았다. 

 

학교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흰 고무신을 신은 아이가 너무 부러웠다. 초등학교 때 운동화를 처음 신고 너무 좋아서 품에 안고 다녔다. 가방은 없었다. 보자기에 책을 말아 허리에 감고 뛰어다녔다.

 

도시락은 보리밥이었고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 멸치 조림이 다였다. 달걀 부침이라도 있으면 뺐길까 봐 뒤집고 먹었다.

 

TV는 흑백이었는데 그나마 마을에 한 대뿐이라 구경을 가야 했다. 화장실은 재래식이었다. 빠질까 항상 불안했다. 밤에 화장실 가기는 너무 무서웠다. 참다 참다 못 참으면 노래를 부르며 갔다. 처음 수세식 화장실을 보고 사용법을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선하다.

 

교복이랑 옷은 한 치수 크게 입었다. 그래야 성장기 때 오래 입을 수 있었다. 옷은 기운 자국이 여기저기 있었고 양말은 구멍 나면 꿰매 신었다.

 

어릴 때 단칸 셋방에서 살았다. 중학교 때 어머니를 도와 밤에 연탄갈이를 자주했다. 연탄불이 꺼지면 불이 붙을 때까지 많이 춥다. 내 방은 꿈도 못 꿨다. 중학교 때 놀러 갔던 친구 집에서 자기 방과 침대, 책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집에 돌아와서 말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체벌은 흔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떨어진 점수만큼 맞았다. 10점 떨어졌으면 열 대, 100점 떨어져 100대도 맞았다. 27대는 흔했다. 선생님이 말하는데 똑바로 쳐다본다고 뺨을 사정없이 맞은 적도 있었다. 윗도리를 꺼내 입었다고 뺨을 때렸다. 당구 큐대로 때리고 자로 때리고 피가 날 때까지 때렸다.

 

혼자만 가난하게 자랐다는 말은 꺼내지도 마라. 어디서 약을 팔아. 너만 벤또를 알아? 책보를 알아? 검정 고무신을 알아?

 

그때는 그랬다. 잘못하면 당연히 맞는 줄 알았다. 그렇게 맞고 정신 차린 애들도 많다. 나중에 때려서라도 공부하고 바른길 가게 해 준 선생님께 감사했다. 잘못했는데도 대들다가 더 맞는 꼴통들도 있었다. 뺨을 27대나 맞을 정도면 뒤에서 욕했다. 저런 짱똘, 또라이, 맞아도 싸다라고.

 

길은 비포장에 먼지가 날렸다. 자동차는 귀했다. 친구들하고 자동차 보는 내기를 했다. 많이 본 애가 이겼다. 기차는 도시에 나와 처음 봤다. 일부러 철길에서 기다려 기차 구경을 했다. 중학교 때 처음 고속버스를 타고 두근거리고 신기했다.

 

햄버거, 피자, 던킨 도너츠는 구경도 못했다.

 

자라면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라면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항상 배가 고팠다. 라면 두어 개를 끓여 먹고 밥을 말아 먹어도 부족했다.

결혼하고 처음에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연탄 보일러라 겨울에 연탄을 가는 게 큰일이었다. 실외로 난 화장실 창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너무 시렸다.

 

매 맞는 부분 말고는 내 이야기다. 아버지는 경찰 간부였고, 과일은 쟁여놓고 먹었다. 울집이 밥 먹고 학비 낼 정도는 되었지만, 그때는 다 그랬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 살아 보세 하면서 전기도 들어오고 쌀밥도 맘대로 먹었다.

 

모두 가난한 시절이었다. 이층집은 드물었다. 교복 한 벌을 3년간 입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때는 수업 끝나면 소 먹일 풀 베는 친구도 있었고, 가방, 학교 모자 찢어져 꿰매고 다닌 친구도 있었고, 교복을 덕지덕지 기운 친구도 있었고, 양말은 당연히 조각조각 붙여 꿰매 신고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 가고 장학금 타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이 가난에서 벗어난 게 불과 몇십 년 전이다.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고, 라떼는 말이야 하면 아이들은 듣는 체도 안 한다.

 

그렇게 자랐어도 형수에게 “보확찠”이란 말은 생각도 못했고, 총각이라 속이고 무상 연애할 배포도 없었고, 시민들 땅 싸게 빼앗아 몇 명에게 수천억 이익을 몰아 주게 설계할 배짱도 없다.

 

혼자만 가난하게 자랐다는 말은 꺼내지도 마라. 어디서 약을 팔아. 너만 벤또를 알아? 책보를 알아? 검정 고무신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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