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종부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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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

 

-종부세 고지 예고. 강남아파트 거주자, 다주택자 불만 표출. 언론도 비판하며 가세

-거래세는 폐지 완화, 보유세는 강화하되 누진율 조정이 부동산세제의 올바른 방향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이중 과세’ 주장은 보유세 성격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

 

 

11월 22일에 종부세 고지가 예고되면서 강남 아파트 거주자들과 다주택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론들도 문재인 정권이 국민들에게 공포를 안기고 있다고 비판 기사를 쏟아내면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를 강화한 부동산 세제 정책이 아파트 가격을 폭등시킨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필자는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 완화, 보유세 강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항상 주장해 왔으며,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은 반대했지만, 보유세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현재도 이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거래세인 취득세/등록세는 아예 폐지하거나 지금보다 더 세율을 낮추고, 양도 소득세도 보유 기간 동안 낸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양도 차액에서 일정 금액(양도 차액의 50%를 상한) 만큼 차감해 과세하여 현재보다 실질적으로 양도 소득세 부담을 줄여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양도 소득에서 납부한 보유 세액을 차감해 주면 보유세에 대한 저항도 약해지고 현행의 장기 보유에 따른 혜택을 주는 효과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양도 소득세 부담으로 매도를 꺼려하던 소유자들도 쉽게 매물을 내놓아 공급량(매물량)이 늘어나게 함으로써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도 있고 전 국민이 효율적인 주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보유세는 1가구 1주택에 주는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다주택에 대한 보유세는 현행보다 낮추어야 한다고 본다. 현행 보유세는 누진율이 너무 급격하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오늘은 보유세와 관련하여 좀 심도 있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보유세에 대해 논란이 되는 쟁점은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한 과세’이며, 매도 시에 양도 소득세를 내는데도 또 과세하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은 보유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것이다.

 

보유세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부)나 지자체가 행정 처리를 하거나 인프라를 건설, 유지하는 데 소요된 비용을 수익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근로 소득, 사업 소득, 배당 소득, 이자 소득, 양도 소득 등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세금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취득세, 등록세, 부가가치세, 관세 등이 보유세와 비슷한 성격이라 볼 수 있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나 ‘이중 과세’라는 주장은 보유세의 성격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보유세는 아파트(주택)에 거주하면서 얻는 편익을 국가와 지자체가 유지, 보수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이다.

 

일례로, 수서에 SRT가 건설됨으로써 강남 일대 주거민들의 장거리 여행 편익이 급상승했고, 이에 따라 강남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 SRT를 건설하는 데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이 국가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이 세금은 전 국민이 납세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 예산의 투입으로 편익이 증가했다면 편익의 수혜자가 세금을 더 부담해야 온당한 것이 아닌가?

 

국가의 투자로 혜택을 본 지역의 사람들이 낸 세금의 일부가 투자되지 않은 지역 사람들에게 쓰여지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다.

 

강남은 격자형으로 빽빽하게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 강남 주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서울의 다른 지역민들보다 큰 혜택을 받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높은 데는 이렇게 촘촘히 연결된 지하철 망도 하나의 요인이다. 그런데 서울 지하철은 매년 적자를 수천억 원씩 보고 있으며, 이를 서울시가 보전하고 있다. 즉, 서울 시민 전체의 세금으로 강남 지역 주민들이 더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을 유지 보수하고 운행하는 비용은 서울 시민 전체가 부담하는데 강남 지역의 혜택이 훨씬 크다면 강남 지역 주민들이 이 비용에 대해 더 부담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비용을 보유세를 통해 환수하는 것이다.

 

아파트(주택)의 주거 편익은 교통, 교육, 문화, 환경 등의 사회적 인프라를 국가와 지자체가 건설, 유지시켜 줌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고, 그 비용은 국민과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수혜를 입은 해당 주거민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주거의 편익은 아파트(주택)의 가격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시가에 따라 보유세를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매도 시 양도 소득세를 냄으로써 보유세(종부세)는 이중 과세라고 계속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만약 강남의 모 아파트의 주거 편익(교통, 교육, 문화, 의료, 체육, 환경 등의 인프라)이 10억 원의 가치가 있어 이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에 형성되었다고 하자. 국가나 지자체는 10억 원에 해당하는 편익을 유지시키기 위해 매년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데 10년 동안 편익의 증감 없이 그대로 10억 원의 가치가 유지되고 아파트 가격도 10억 원 그대로 유지되어 10억 원에 매각을 하면 양도 소득세를 낼 일이 없다.

 

그렇다면 10년 동안 10억 원 가치의 편익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예산(세금)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이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는 누구로부터 환수하는 것이 정당할까? 편익의 수혜를 본 수익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이 비용을 환수하는 세목이 보유세인 것이다.

 

즉, 보유 기간 동안 주거 편익을 유지하는 데 소요된 비용을 보유세로 내는 것이고, 매각 시에는 양도 차액에 대해 양도 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양도 차액이 발생하는 것은 주변에 교통, 문화, 교육, 환경 등의 인프라가 더 구축되어 주거 편익이 종전보다 증가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 주변의 인프라 구축에는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이 투여되었다. 따라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된 비용을 양도 차익 중 일부에서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혹자는 양도 소득세율이 너무 높아 아파트를 팔면 똑같은 아파트를 살 수 없어 아파트를 팔 수 없다고 한다. 국가가 세금으로 강탈해 가서 내가 살던 아파트 만큼의 아파트로 이사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원래 자신이 샀던 아파트는 지금과 같이 주거 편익이 높지 않아 가격이 쌌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주변 환경의 개선에 따른 것이다. 아파트를 산 이후에 지하철이 들어왔거나, 교육, 문화 시설이 들어와 주거 편익이 대거 올라갔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똑같은 아파트이지만 매입 시점의 아파트와 매도하는 현재 시점의 아파트는 주거 편익에서는 전혀 다른 아파트이다. 양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산 시점보다 매도 시점의 주거 편익이 중가함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기여한 것 만큼 환수하는 것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분은 보유 기간 만큼 양도 소득세를 경감해 주고 있다.

 

양도 소득세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대개 자신이 살 때의 아파트와 매도 시점의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가격 상승이 자신의 기여에 의한 것이라면 양도 소득세를 무는 것은 억울하겠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기여한 것이라면 양도 소득세를 내는 것을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10년 전에 자신이 아파트를 살 때 그 아파트의 주거 편익이 10이라서 10억 원을 주고 샀는데 10년 동안 국가와 지자체가 인프라에 투자하여 해당 아파트의 현재 주거 편익이 20이 되어 가격이 20억 원으로 올라 매도하게 되면, 양도 차익이 10억 원이 되고 양도 소득세 3억 원을 내더라도 7억 원의 이익을 보고, 10년 전에 자신이 샀던 아파트와 같은 주거 편익 10(10억 원)이 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매도하고 양도 소득세 3억 원을 내고도 10년 전과 똑같은 주거 편익의 아파트를 구입하고 7억 원을 남겼는데 왜 억울한가?

 

재산세를 내는 데 종부세를 또 부과하는 것은 이중 과세이며,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부세는 이중 과세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없지 않지만, 재산세율이 누진제가 적용되어 고가 주택일수록 중과되는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주택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필요하다.

 

만약 종부세가 없다면, 1가구 다주택자의 세율이 1가구 1주택자보다 높긴 하겠지만 재산세율의 누진에 의해 똑같이 15억 원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라도 5억 원짜리 아파트 3채를 가진 1가구 다주택자보다 15억 원짜리 아파트 1채를 가진 1가구 1주택자가 재산세를 훨씬 많이 내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반대로 다주택자에게 종부세를 중과하다 보니 똑같이 15억 원 가치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인데도 5억 원짜리 3채를 가진 사람이 15억 원짜리 1채 가진 사람에 비해 종부세를 과도하게 부담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혜택을 축소하거나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를 완화해서 형평을 맞추어야고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보유세를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하는 이유가 있다. 재산세는 지방세이고 종부세는 국세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 국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 투자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렇다 보면 아무래도 인구가 많은 지역(도시)에 더 많이 투자되고 인구가 적은 지역(시골)은 투자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세금은 어느 지역이나 다 같이 내는데 남의 지역에는 국가 예산이 많이 투자되어 편익과 가치가 올라가는데 내 지역에는 국가가 투자를 하지 않아 혜택이 없다고 한다면 당연히 투자되지 않은 지역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의 투자로 혜택을 본 지역의 사람들이 낸 세금의 일부가 투자되지 않은 지역 사람들에게 쓰여지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다.

 

재산세는 지방세로 해당 지역에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세인 종부세로 별도로 환수해 국가가 소외된 지역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국가가 효율적 투자를 위해 특정 지역에 예산을 투입하려 해도 다른 지역민들이 반발해 국가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경부고속도로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공원화하는 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만약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 구간 인근의 아파트 주민들의 주거 편익은 엄청나게 올라가고 그에 따라 아파트 가격도 급등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 비용을 정부와 서울시가 부담한다. 비용은 전체 국민과 서울 시민이 낸 세금으로 부담하는데 그 수혜는 오롯이 이 구간의 아파트 주민들이 받게 된다.

 

만약 보유세가 형편없이 낮거나 종부세가 없다면 다른 지역민들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동의할 수 있을까? 경부고속도로 시내 구간 지하화 사업은 필자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제도가 없다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왜? 내가 낸 세금으로 남의 편익만 증가시켜 주니까. 이건 시샘도, 깡자를 놓는 것도 아닌 정당한 요구이다.

 

위에 든 예가 적절했는지 모르겠지만, 종부세의 필요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필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1. 보유세는 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주거 편익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인프라 구축과 유지에 소요된 비용을 수익자로부터 환수하는 세금이다.

 

2. 종부세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며, 이중 과세도 아니다.

 

3.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거나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완화해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추어야 한다.

 

4. 현행의 재산세와 종부세의 급격한 누진율은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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