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후보를 지지하는지에 대해 얘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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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

 

-지도자 능력 자질보다 당선 가능성에 관심 많은 건 대세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강한 탓

-가치 판단과 호오가 우선하면 사실 판단이 영향 받아 자기 주장에 유리한 사실만 수용

-대깨리와 대깨윤은 극단으로 대치하지만, 사유구조나 논리회로는 똑같아 적대적 공존

 

 

주변에서 “내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그리고 “국힘당 경선에서는 누가 후보가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를 참고하되 우리나라 정치판은 (좋게 말하면) 너무 역동적이라 대선을 4개월 앞둔 현재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누가 될 것인가보다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한가나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지도자의 능력과 자질보다 당선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많은 것은 대선이나 총선을 게임으로 보거나 대세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주 수 개씩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또 방송(특히 종편)들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 검증보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경마 중계하듯이 방송하는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국민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와 싫어하는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작 왜 자신이 특정 후보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는 천착하지 못한다.

 

누가 될 것 같냐고 질문하는 분들에게 당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되묻고 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말하면 왜 자신이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를 제대로 말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이나 후보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피상적으로 느끼는 이미지에 따라 선호를 말하거나 정권 교체나 정권 재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시비(是非)를 가린 후에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호오(好惡)를 자연스럽게 결정하는 편이다. 즉, 옳고 그름의 시비가 우선이며, 좋고 싫음의 호오는 시비에 따라간다. 그리고 가치 판단은 사실 판단이 이루어진 뒤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판단과 시비 가리기를 우선하고, 가치 판단과 호오는 사실 여부와 시비 여부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접근 방식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도 후보의 모든 측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시비를 가린 후에 우리 정치 현실에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를 선택한다.

 

물론 이런 나의 접근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사람을 평가하고 사귀는 데 시비를 가릴 필요 없이 단순히 자신이 느끼는 호오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다만, 공인에 대한 태도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시비를 가리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피곤한 일이다.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교차 확인(Cross Check)도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오는 언론이나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에 의해 느끼는 일종의 감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과 시간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비를 가리는 것을 싫어하며 귀찮아하고 호오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는 옳고 그름(是非)과 좋고 싫음(好惡)을 혼동하여 현실을 오판하는 사람들이 많고, 진영주의에 함몰되어 시비보다 호오를 우선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우리 사회가 토론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토론은 시비를 가리는 장(場)이지 호오를 이야기하면 싸움밖에 안 된다. 대개의 토론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시비를 가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비의 이면에는 호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시비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호오에 의해 왜곡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치 판단과 호오가 우선하게 되면 사실에 대한 판단이 이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사실만을 수용하거나 진실을 외면하게 된다.

 

토론을 하다 보면 가장 황당한 경우가 메시지에 반박하지 못하면서 메신저를 공격하는 상대방을 만나는 경우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사실 판단이나 시비 가리기에 불성실하거나 자신의 가치 판단과 호오에 따라 사실 유무나 옳고 그름을 진실과 다르게 판단한다. 메시지를 말하는 메신저가 나쁜 놈이면 그 메시지는 진실일 수 없거나 옳은 것이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를 전개한다. 따라서 자신이 논점을 이탈하거나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메신저를 공격해 놓고 자신이 메시지를 반박했다고 착각한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대체로 사안과 인물에 대한 평가에 있어 시비보다는 호오를 우선한다. 호오는 주관적이라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외부로부터 받은 정보를 비주체적으로 수용하여 생성된 이미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원칙이나 일관성이 결여되기 쉽다. 원칙이나 일관성이 없으면 상대방도 토론을 이어가기 힘들고, 토론이 중구난방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어 생산적인 결론 도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에는 의외로 호오를 시비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으며, 심지어 전문가나 지식인들에게도 이런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옳고 그름의 시비와 좋고 싫음의 호오를 분간하지 못하고 혼동하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오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진영주의에 함몰하고, 진영주의에 함몰되면 또 시비보다 호오를 우선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조국 사태 때 서초동 법원 앞에서 “조국 사랑해요, 정경심 힘내세요”를 외치며 시위하던 대깨조들이 그렇고, 대장동 비리 개발 사건이 국힘당 게이트라며 이재명은 공공 이익 환수를 잘했다고 쉴드 치는 대깨리들이 그렇고, 윤석열이 원칙과 법리에 따라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한 강직한 검사라며 치켜세우고 국민의힘 후보로 만든 대깨윤들이 그렇다.

 

대깨조들과 대깨리들은 조국과 이재명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윤석열을 증오하고, 대깨윤들은 문재인 정권을 증오하고 윤석열을 빠는 상극의 관계지만, 양측 모두 호(好)에 오(惡)가 결합하여 호가 극대화된다. 단순히 조국과 이재명, 윤석열에 대한 지지와 사랑만이 아니라, 윤석열과 문재인(조국)에 대한 증오와 복수가 부가되어 조국과 이재명, 윤석열에 대해 더 지지와 사랑을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극대화된 호는 상대 진영에 대한 오를 다시 증폭시킬 뿐 아니라, 자기 진영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오를 폭발시키기도 한다. 대깨리들이 이재명을 찍지 않겠다는 이낙연 지지자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하고, 대깨윤이나 윤캠이 윤석열을 떠나는 2030을 향해 위장 당원이니 역선택이니 한 줌밖에 안 되니 하며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호와 오의 결합, 그리고 이 둘의 상호 에스컬레이팅에 의한 증폭 작용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시비도 필요 없고, 사실(Fact)도 무시된다. 팩트는 자신의 주장에 복무하는 것만이 유효하며,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팩트는 자신의 주장에 맞게 왜곡하여 해석된다. 시비에서 출발한 호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깨리와 대깨윤들은 상호 극단으로 대치하지만, 그들의 사유 구조나 논리 회로는 똑같아 적대적 공존이 가능하다. 민주당의 똥팔육들과 국힘당의 기득권 꼰대들도 마찬가지다. 상호 비난하지만 상대방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잘 안다. 대깨조와 대깨리, 똥팔육들이 사라지면 대깨윤과 기득권 꼰대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반대로 국힘당이 대깨윤과 기득권 꼰대들을 몰아내면 민주당도 대깨조, 대깨리, 대깨문, 그리고 똥팔육들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힘당 경선이 아쉽다. 기득권 꼰대들이 대거 몰린 윤석열 대신에 2030의 지지를 받는 홍준표가 되었더라면 국힘당은 혁신의 기회를 갖게 되고, 민주당의 똥팔육들도 자연스럽게 퇴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시비나 진실보다는 상대방의 존재가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가 되어, 극악무도한 상대방에게 승리하기 위해 이재명이나 윤석열을 결사 옹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기 진영의 사람들을 압박할 것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본선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양측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격렬해질 것이다. 윤석열은 이재명의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은 윤석열의 고발 사주 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 무마 건,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건 등에 대해 폭로전을 이어가겠지만, 대깨윤과 국힘당, 대깨리와 민주당은 해당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은 뒷전이고 필사적으로 자당 후보 보호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진실은 저 멀리 가거나 왜곡되어 대중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대선이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상대방의 범법 행위에 대한 규명은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 명은 감방에 간다고 예상하지만, 둘 다 구리기 때문에 구린 구석이 있는 대통령이 상대방을 감옥에 보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이래저래 불량 후보 둘이 대선에 나와 국민들만 피해를 볼 것 같다.

 

뱀발: 아직 대선은 4개월이나 남았고, 민주당이나 국힘당의 후보 교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특히 이재명이 대장동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또 다른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윤석열에게 10% 이상 차이로 지는 결과가 계속 이어지면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후보 교체가 거론될 것으로 본다. 만약 민주당에서 후보 교체가 일어나면 국힘당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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