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인간정신의 하수도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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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모

 

-표현과 성적 자유가 오래 억압. 마음속 분노 옮기지 않고는 진정되지 않는 상황

-스스로를 도덕과 윤리에 강박적으로 얽매지 말고 게임 등 통해 해소하기를 권장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노후화된 인간 정신의 하수도 시급히 정비 개선하는 일

 

 

꼭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오래 살다보면 경험적으로 알게 된다. 도덕과 비도덕은 분리될 수 없으며, 도덕을 부르짖는 이들일수록 내면은 깊은 탐욕을 가졌다는 걸. 돈을 싫어하고 부자를 증오하는 이들은 실은 돈에 미친X들이며, 성을 엄숙하게 생각하고 매춘을 증오하는 이들은 실은 성도착증 환자들이다. 그래서 내공이 깊은 이들은 상대방의 말만 들어도 의도를 안다. 그 안에 선한 것이 있는지 악한 것이 있는지,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정확하게 예단할 수 있다.

 

요즘 세상이 정말 많이 힘들긴 힘든가 보다. 끔찍한 사건들이 연일 보도된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우니까 남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화목제를 지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 희생양이 다시 복수의 원인이 되어 이 복수의 수레바퀴는 멈출 줄 모른다. 페북 세상에서도 자애롭고 선한 분들이 연일 분노와 혐오를 내뿜는다. 돌아보면 틀림없이 나도 부지불식간에 그랬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깊이 믿는다. 알지 못한 채 분노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감정이 해소되길 바란다.

 

정부 청사와 유흥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평소 근엄한 도덕을 유지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하는 일들은 정신적 배설구를 통해 배설하지 않으면 정신병에 걸리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유흥을 죄악시하고 도덕 강박증에 빠질수록 사회가 정화되기는커녕 독극물을 마시게 된다.

 

창원은 정부 청사가 한 곳에 집중된 잘 정비된 도시다. 집중된 정부 청사 바로 옆에는 전국 최고밀도의 유흥가가 있다. 도시 시스템의 상수도와 하수도가 잘 정비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행정 기능이 이전될 세종시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추측컨대 세종시 주변에는 거대한 유흥거리가 생겨날 것이고 오피스텔에는 첩들이 살아갈 것이다.

 

지금 우리 시민들을 보고 있으면 속병이 깊다. 표현의 자유, 성적 자유가 오랜 시간 억압돼 있다 보니 마음속에 야차가 커졌다. 분노를 옮기지 않고는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사회가 지식이 없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쉽게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이 중요하고, 정부보다는 경제가 중요하고, 상수도보다는 하수도가 중요하다. 먹는 것보다 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우리 시민들을 보고 있으면 속병이 깊다. 표현의 자유, 성적 자유가 오랜 시간 억압돼 있다 보니 마음속에 야차가 커졌다. 분노를 옮기지 않고는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도시에 하수도가 없으면 상수도와 하수도를 같이 쓰게 된다. 그러면 결국 사람이 똥물을 마시게 되고, 이유를 모른 채 병에 걸려 죽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쁜 것들을 배설하고 배출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도 상수도와 하수도를 구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낮에는 점잖은 공무원이 밤에 유흥 주점에 가서 문란하게 노는 것은 비난할 일은 아니다. 나도 페이스북이나 칼럼은 상수도로 점잖은 언어로 절제해서 사용하지만, 내 내면에는 파괴적이고 사악한 면도 당연히 공존한다. 하지만 그런 내면은 하수도에 흘려 버려야 한다. 나에게는 게임이 그런 하수도다.

 

한국 서버에 들어가면 온갖 유저들이 자기 부모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거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분노와 저주를 쏟아낸다. 솔직히 말해, 나는 애들이 게임하러 온 건지 욕하러 온 건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더 많다. 아마 다들 비슷할 것이다. 그냥 욕하고 싶은 것이다. 하수도에 분변을 보내는 게 나쁜 일이 아니듯,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것도 더럽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페북을 이용하는 많은 분들도 상수도와 하수도를 분리해서 쓰시면 좋겠다. 사실 예술은 감정을 해소하는 참 좋은 도구다. 감사하게도 나는 예술을 익힐 기회가 많았다. 내게는 글을 읽는 것, 쓰는 것도 그런 감정을 해소하는 일이다. 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드럼, 기타, 피아노, 농구, 축구, 달리기 등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아무리 세상이 발달해도 악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감정을 흘려 보내는 것은 듣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외로울 때 기타를 안고 연주할 때면 심심한 위로가 되곤 했다.

 

독자들께서도 자기 스스로를 너무 도덕과 윤리에 강박적으로 얽매지 마시고 해소하기 바란다. 예술은 상수도만 뜻하는 게 아니라 하수도도 뜻한다. 타인에 대한 증오나 괴로움을 표출하기 위해서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안 되니 게임에서 전쟁을 하면 된다. GTA는 모방 범죄를 일으킨다기보다 반대로 범죄를 감소시킨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수도를 더 짓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후화된 하수도를 정비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특히 인간의 정신에 관해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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