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노조의 관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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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저임금, 단체교섭, 고용보호 등 제도가 과도하면 노동시장 정상적으로 작동 못해

-노조가 고임금 근로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변질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정부 정책이 노조에 휘들리면서 절대 다수 비조합원 근로자의 이익 외면 당하게 돼

 

 

노동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워 단절이 발생할 수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 단체교섭, 고용보호 등 개인과 기업의 선택을 통제하는 각종 제도가 과도하면 노동시장은 제도의 장애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제도의 장애가 누적되면 노동시장은 기득권을 가진 인사이드와 그렇지 못한 아웃사이드로 나누어진다.

 

나라 전체로 보면 실업은 물론 일하고 싶은 만큼 또는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저고용 문제도 커진다. 게다가 생산성이 떨어지고 성장은 후퇴하며, 제도의 혜택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져 불평등이 커진다. 제도의 장애가 방치되면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커지고 자본주의체제도 위험해진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제도의 장애가 해소되고 시장이 활력을 찾지만, 정책결정의 무대가 소수의 이익집단에 장악되어 제도의 장애가 계속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고착된다. 민주주의마저 포퓰리즘에 빠져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자본주의체제는 무너진다.

 

법제도와 정책이 노조의 힘에 눌려 왜곡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노조는 사회적 약자 또는 저임금 근로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의 보장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노조가 사회적 강자와 고임금 근로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비정상적인 제도로 변질되면 노조에 의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만들어진다. 노조가 아웃사이드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노동력의 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계층과 신분의 문제를 일으킨다.

 

노조가 정치권력까지 장악하면 소수가 다수를 희생시키며 탐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포퓰리즘의 덫에 빠진 남미의 비극이 그렇고, 정치경제가 불안한 이태리 등 남부 유럽도 이렇게 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권력이 강하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노조의 힘이 강한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절제한 나라는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공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로 노조가 스스로 규범을 강화하거나 법으로 사회적 책임이 부과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한 미국과 영국, 독일과 스웨덴 등 북부 유럽국가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운동 덕분에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독과점적 위치에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거의 모두 노조가 설립되었고, 노조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급격히 커졌다. 이러면서 노동시장은 빠른 속도로 노조의 유뮤에 따라 이중구조화 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노동시장이 나누어지면서,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40%에서 10%로 줄고 반면, 임금은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20%에서 50% 이상으로 벌어졌다. 노조의 힘이 세지면서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고용보호가 강화되어 실업률은 2%대에서 4%대로 증가했고, 비정규직이 근로자 3명 중 1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 때문에 비정규직이 등장했지만 노조는 힘의 절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폐지를 요구하는 모순을 보였다. 기술변화로 노동의 성격이 바뀌어 새로운 고용형태의 등장이 불가피하지만 이마저도 막아 노동시장은 더 악화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는 청년층이 가장 컸다. 정규직 일자리가 줄고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만 늘면서 청년들은 공공부문에 쏠렸다. 공공부문은 고용보호가 법으로 강화되어 있는데다 단체교섭으로 임금도 빠르게 올라, 민간부문보다 근로조건이 훨씬 좋아져 합격률이 2%도 안되는 채용시험에 몰렸다.

 

우리나라 노조는 제조업에서 시작해 금융, 의료, 언론, IT, 건설 등 전 산업에 걸쳐 있다. 정부기관과 공기업, 학교와 병원 등 공공부문에는 노조가 다 설립되었다. 노조가 시장 지배력에다 정치사회 영향력이 강한 부문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 힘은 조합원의 이익을 키우는 데 이용되었다. 노조의 행태가 매우 전투적이라 노조는 임금인상과 고용보호의 도구가 되었고 단체교섭과 파업권은 남용되었다.

 

노사관계뿐 아니라 정책결정의 무대도 힘의 균형이 깨졌다. 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여도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공권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노조가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면서 정부의 각종 정책은 노조에 휘들리고 결과적으로 절대 다수의 비조합원 근로자의 이익은 외면당했다.

 

법제도와 정책이 노조의 힘에 눌려 왜곡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복잡하면서도 공고해져, 노동개혁을 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좌절되거나 실패했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는 오히려 개혁을 지연시키거나 후퇴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민주화 이후 노조가 힘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노동운동 나름대로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는 물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공성의 강화의 논리는 노조의 입맛대로 확대재생산되었다. 그 자체로서 추구할 가치가 있지만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억제하고 기득권 유지와 확대에 이용되었다. 특히 진보성향의 지식인과 시민단체가 노조를 돕고 서로 밀어주는 관계로 손잡으면서 더 왜곡되었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뿐 아니라 해당 노조도 양보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노조의 이익을 챙기는 논리로 이용되면서 그 부담이 중소기업에 전가되어, 대·중소기업의 격차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업주뿐 아니라 해당 노조에게도 요구되는데, 단체교섭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었고, 그 결과 고임금과 고용보호의 강화는 비정규직을 활용하게 만들었다.

 

공공성의 강화는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의 자제를 요구하는데 오히려 공익을 내세운 사익 추구의 논리로 이용되었고, 특히 서비스업의 성장을 규제로 막아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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