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왕(王)’ 어설픈 대응이 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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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재

 

-손바닥 왕(王) 자 논란 보며 윤석열 본인보다 처참한 수준의 윤석열 캠프에 분노

-정권교체 염원이 간절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어야

-캠프에서 뭉개려 들면 국민 의심이라는 기름이 부어지며 거대한 불길로 번질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 자 논란을 보며 분노했다. 분노의 대상은 윤석열 본인이라기보다는 처참한 수준의 윤석열 캠프 실력이었다.

 

그간 윤석열이 참석한 주요 자리에 역술인이 있었다는 보도들을 보며 소위 쎄하다는 인상은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전근대적인 미신을 제법 진지하게 믿는 듯한 정치인들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너무나 자주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에 의해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그래서 이런 미신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닌가 생각하곤 했었다. 윤석열도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바닥 왕 자 논란은 다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 손바닥에 왕 자를 그리고 나왔다. 세간에서는 이게 주술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윤석열 본인이 이런 미개한 믿음을 갖고 있건,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서건,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그 자리에 그러고 나왔다는 게 너무나 충격적이다.

 

윤석열 본인이 이를 원했더라도, 캠프 관계자들이 막았어야 했다. 출연 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챙기는 TV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손바닥 왕 자를 사전에 보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윤석열이 그러고 나왔다는 건, 캠프의 상황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정말 보지 못했다면 실력 부족이고,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면 결국 후보자 근처에 들러붙어 고개만 끄덕이는 예스맨들만 모여 있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캠프 측에서 보여준 위기 대응 능력은 캠프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확신하게 했다. 대변인이 나와서 언론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할머니들이 토론회 갈 때 몇 차례 힘 받으라고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대변인은 “물티슈로 닦았지만 안 지워졌고, 알코올 성분이 있는 세정제로 다시 닦았는데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런 황당한 소리를 대응이라고 하는 캠프 수준에 실소를 터뜨렸다.

 

 

임금은 주위 대신들에 의해 벌거벗게 되었다. 윤석열은 주위를 둘러보기 바란다.

 

국민들을 바보로 보는 건가? 3차 토론회, 4차 토론회, 5차 토론회 다 손에 뭘 그리고 나왔는데 전부 다 ‘지워지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는 해명이다. 도대체 무슨 펜으로 그리면 그렇게 영구 문신처럼 남는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백 번 양보해서 한 번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에도 지지자들이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손에 뭘 그려줬고, 그걸 세 번이나 지우지 못해서 후보자가 전 국민이 다 보는 TV 토론회에 그러고 나왔다는 말.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캠프라면 공보팀이라는 게 있을 건데, 이게 거기서 시도한 스핀닥터링이라면 전부 하루 빨리 사퇴하는 게 후보자를 돕는 거다.

 

위기 대응의 기본도 없이, 적당히 뭉개려 드는 윤석열 캠프 공보팀. 이들의 무책임함, 무기력함, 무능력함을 보며 화가 난다. 이재명이 웃고 있는 것 같아서.

 

윤석열은 이 문제를 정면 돌파했어야 했다. 미신적인 이유로 손바닥에 왕 자를 그렸다고 깔끔하게 인정하는 거다. 이게 정권 교체의 염원이 너무 간절해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나는 중요한 시험 때마다 합격을 위해 엿을 먹었고, 아내는 내게 작은 부적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런 게 미신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 작은 의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이라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관문 앞에 서서,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에 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미신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심리적 위안을 위한 것일 뿐, 국정 운영에 이런 미신이 개입할 일은 추호도 없다.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잘 지켜 봐 주시리라 믿는다.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런 대응을 떠올리는 게 그렇게 어렵나?

 

지금 캠프 대변인들이 내놓은 초등학생도 안 믿을 변명보다, 이런 정면 돌파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한국에는 아직 많은 미신들이 있고, 그중 일부는 문화로 자리잡기도 했다. 나 개인적으로야 이런 전근대적인 것들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미 물이 엎질러진 이상, 이렇게 솔직하게 정면 돌파하는 게 차라리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킴으로써 반감보다는 호감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이다.

 

정말 만에 하나, 현재 캠프가 내놓은 변명이 사실이라고 치자. 세 번에 걸쳐 지지자들이 손에 뭘 그렸고, 세 번에 걸쳐 알코올 등으로 지우려 했으나 지워지지 않았고, 그래서 세 번에 걸쳐 TV 토론회 앞에 그러고 나왔다는 게 사실이라고. 그렇다면 지금 윤석열 캠프는 목숨 걸고 CCTV 확보부터 해야 한다. 토론회에 앞서 지지자들이 손에 무언가를 그려주는 장면이 찍힌 영상 말이다.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만나는 상황에서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안 했을 리 없고, 윤석열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해당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겠다면 아마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다.

 

이런 노력 없이 캠프에서 적당히 이 논란을 뭉개려고 든다면, 이 작은 불씨 위에 국민들의 의심이라는 기름이 부어지며 거대한 불길로 번지게 될 거다. 그리고 이는 장담컨대 윤석열의 발목을 잡을 큰 문제다. 윤석열 개인이 정치인으로서 감각이 떨어진다는 점은 여러 차례 느꼈다. 그렇다면 캠프라도 유능해야 하는데, 지금 꼴을 보니 그간 왜 이렇게 아마추어 논란들이 터져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위기 대응의 기본도 없이, 적당히 뭉개려 드는 것. 이런 무책임함, 무기력함, 무능력함을 보며 화가 난다. 이재명이 웃고 있는 것 같아서.

 

임금은 주위 대신들에 의해 벌거벗게 되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그 옷을 두고 대신들이 한 목소리로 자기도 보인다면서 우겨대는 바람에. 윤석열은 주위를 둘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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