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복통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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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수

 

-소크라테스 문답법 시간이다. 극심한 복부통증이 심했다 사라졌다 반복하는 질병이 뭔지

-역시 전문의는 다르다. 창백해진 얼굴색과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만으로 정확한 진단

-진단과 치료, 모든 게 완벽하다. 의사는 지식을 책으로도 배우지만, 경험으로도 습득한다

 

 

“어디 안 좋으세요?”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더니 전공의가 물었다.

 

“intermittent한 colicky abdominal pain(극심한 복부 통증). 어떤 질병의 특징이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등장할 시간이다. 나는 되물었다. 극심한 복부의 통증이 심해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질병의 이름이 뭔지를.

 

“intussusception(장 중첩)”

 

“그렇다면 intu가 호발하는 연령은?”

 

“6개월에서 2세. 아이들요.”

 

“그런데 그 증상이 성인에서 나타난다면?”

 

“다른 질병이겠죠.”

 

나는 되물었다. 극심한 복부의 통증이 심해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질병의 이름이 뭔지를.

 

“아냐. 성인도 종종 intu가 생겨. 너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앞으로 1년에 한두 번은 성인 intu를 꼭 보게 될 거야.”

 

“성인이면 의심하기 어렵겠네요.”

 

“복부 CT를 볼 때, 돼지 막창 같은 게 보이면 intu를 떠올리면 돼.”

 

“도너츠 모양이 아니고요?”

 

“아냐. 내 경험상 그건 엄연한 막창 사인이야. 도너츠라니. 외쿡 놈들이 막창을 안 먹어 봐서 그래.”

 

“근데 갑자기 intu는 왜 물어 보십니까?”

 

“내가 지금 딱 그 증상이거든. intermittent한 colicky abdominal pain.”

 

“그럼 얼른 CT를 찍어 보셔야죠!”

 

옆에서 듣고 있던 펠로우가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했다.

 

“똥 마려우신 거 같은데, 얼른 화장실이나 다녀 오시죠.”

 

역시 전문의는 다르다. 창백해진 얼굴색과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내 모습만 보고도 정확한 진단을 해 낸다. 낚시질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급한 걸음으로 총총 문을 나서는 나에게 한마디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제 경험상 그거 분명 설사입니다.”

 

놀랍다. 시원하게 물똥을 쏟아 내고 나니 산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의 진단과 치료, 모든 게 완벽하다. 대체 그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급똥을, 아니 설사를 지려 본 것일까? 의사는 지식을 책으로도 배우지만 경험으로도 습득한다.

 

혈색이 완연히 좋아진 채 가벼운 표정으로 응급실에 다시 앉았더니, 전공의가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넨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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