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감상 후기와 몇 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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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표절 흔적 못찾아. 오히려 표절 피하려 유사한 아이디어 한 번씩 더 꼰 흔적들 많아

-감독이 ‘서바이벌 장르 차용한 휴머니즘 드라마’라는 장르적 고민 많이 한 게 느껴져

-미국 소프트파워 무너진 빈자리를 영미권 변방에서 채워야. 한국 선택하는 게 정답

 

 

1.

표절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 대체 어디가 표절이라는 것인지? 카이지니 라이어 게임이니 도박마 바쿠니 뭐니 이야기가 많은데… 몇몇 아이디어 정도는 가져 온 것 같긴 하지만, 오히려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 유사한 아이디어들을 일부러 한 번씩 더 꼰 흔적들이 다른 작품보다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시감이 든 것은 오히려 <도박마 바쿠>쪽이지만, 이것도 기시감이 들기 무섭게 흘려 버렸고… 아무튼 어딜 봐도 표절 아니다.

 

2.

기본적으로 서바이벌-두뇌 게임 장르로 볼 수 없다.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빌린 사회파 계열 휴머니즘 드라마이다. 어린아이용 게임이라 캐릭터들의 두뇌 플레이가 거의 없는데, 대체 왜 서바이벌-두뇌 게임 장르로 호명되거나, 그러한 작품들과 비교되는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의 능력이 눈곱만큼도 성장하지 않지만, 이야기가 서스펜스를 가지고 나쁘지 않게 완결되는 게 제일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지점인 것 같다.

 

감독이 ‘서바이벌 장르를 차용한 휴머니즘 드라마’라는 장르적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진다.

 

3.

표절 의혹을 받는 지점들은 오히려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의 필연적인 구조에서 온다는 생각이다. 개인전, 양자 택일, 단체전, 거대 흑막 뭐 기타 등등, 전부 “엄격하게 통제되는 극단 상황에서 다수의 참가자 중 하나만 살아 남아야 한다”라는 서바이벌 게임의 장르적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사랑이 없는 로맨틱 코메디가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 하나. 이러한 구조들을 무너뜨리면 서바이벌 무드가 나지 않을 테고… 그래서 감독이 ‘서바이벌 장르를 차용한 휴머니즘 드라마’라는 장르적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진다. 아마 중간에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깨닫고 많이 후회했을 것 같다.

 

4.

실사 기반의 미술과 연출 퀄리티가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준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

 

5.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전에 코멘트한 것과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동기화와 차별화가 동시에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어딜 봐도 넷플릭스스럽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넷플릭스-넷플릭스적이진 않다. 그게 매력이고 흥행도 여기서 온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비헐리우드 넷플릭스 히트작들은 다 이러한 매력이 소구점이었던 것 같다. 

 

이 지점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이미 무너졌고, 그 무너진 빈자리를 영미권의 변방에서 수입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국의 소프트파워는 항상 마이너리티와 아웃사이더들을 수용하며 세를 불리고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러프하게 미국 백인-흑인-LGBT-아시안, 대충 이 순서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시안 중에서 일본은 뭐 이미 주류고, 중국은 싫고, 동남아는 멀었고. 결국 영미권 문화 반경 안에서 가장 명분이 있고, 가장 잘 하는 한국이 정답이 아니었을까 싶다.

 

6.

원래 영화용 시나리오였는데 9편(대충 500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충무로나 지상파였으면 이것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이제 콘텐츠 제작자들은 실력만 있다면 넷플릭스로 바로 달려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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