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짜 인용문 퍼뜨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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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수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는 자기 견해에 반하는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거의 전무해

-논리 부족하지만 확신 강력한 사람들은 가짜 인용문 빌어 자기 주장 당위성 내세워

-사람들은 자기 의견 옳은 것 입증하기보다 같은 생각 가진 사람 찾는 걸 더 좋아해

 

 

사람은 결코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뉴로사이언스 측면에서 보나 심리학적으로 보나 그렇다. 사람들은 논리적인 척, 이성적인 척하고 살지만, 사실 우리가 내리는 의사 결정의 대부분은 매우 감정적이고 심지어 본능적인 측면에 의해 이뤄진다.

 

우리의 감정과 본능은 아주 강력하다. 때문에 논리와 사실을 눈앞에 들이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견해를 바꾸지 못한다. 본래부터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취해 믿는 것이지, 무언가가 옳기 때문에 믿기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표현은 바로 그런 상황을 잘 나타낸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한다고 생각하지만, 특히나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자기 견해에 반하는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거의 전무하다. 듣기 싫은 사람은 차단하고,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클릭하지 않거나 ‘더 이상 보이지 않기’, ‘팔로우 취소’ 등으로 얼마든지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는 주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팔로우를 취소하고,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믿음을 거듭 되풀이해 확인하며, 그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주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팔로우를 취소하고,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믿음을 거듭 되풀이해 확인하며, 그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영어로 이런 현상을 ‘cancel culture’라고 말한다.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만을 듣게 되는 현상은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라고도 한다(곧 출간될 양문출판사의 <기생충 마인드> 참조하세요).

 

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현대인들은 특별히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어도, 특별히 전문가가 아니어도, 특별히 논리적이지 않아도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더닝 크루거 효과가 말하듯 남들보다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오히려 확신이 강하다는 데 있다.

 

지식도 논리도 부족하지만 확신 하나만큼은 강력한 그런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할 때는 주장 자체가 틀린 것만큼이나 주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 쉽다. 가짜 인용문을 빌어 사람들에게 자기 주장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것은 바로 논리학에서 말하는 ‘권위에의 호소’ 오류에 해당한다. 어떤 주장이 논리적으로 옳은 게 아니라, 권위 있는 사람이 말했기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권위 있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문장을 말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가 했을 수도 있는 말, 혹은 했으면 좋았을 말을 지어낸다. 그리고 그 말을 내세운다. 봐라, 레이몽 아롱도 이렇게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조지 오웰이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내가 옳다. 자기가 즐겨 사용하던 인용문이 알고 보니 가짜였다고 인정하기도 껄끄럽다. 대개의 사람들은 ‘인용문이 가짜’라는 사실과 ‘인용문의 내용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권위라는 준마에 올라타서 우위를 누리다가 별안간 상대방과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오로지 논리와 사실만으로 승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잘못된 인용문은 계속해서 돈다. <기생충 마인드>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의견이 옳은지 입증하는 것보다는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걸 더 좋아한다. 그게 뇌를 덜 쓰기 때문이다. 그게 더 우리 본능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는 부족주의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 위인들이 우리와 한편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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