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선서 문화와 진성당원제

<<광고>>



¶ 주동식

 

-미군, 국군에 청년들 받아들일 때 대한민국에 충성한다는 ‘서약’만으로 사상 검증 끝내

-조선에서 선서 따위가 자신의 정체성이나 행동을 규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극소수

-여론조사나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흉내가 황당한 코미디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해방정국 및 건국 시기에 조선사람들 사이에서는 ‘경찰은 이승만 편, 군대는 김구 편’이라는 암묵적 상식이 통용되고 있었다. 김구 편이라는 얘기는 사실상 좌익 성향이고, 북조선 편이라는 것,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얘기였다.

 

사실 여순사건이 발발하게 된 배경 역시 군대 내부에 적지 않게 잠입해서 암약하고 있던 남로당 세포들의 영향이 컸다. 대한민국 국군이지만 그들의 이념, 사상, 가치관은 철저히 반대한민국이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의 하나가 미군정의 대응이었다. 이들은 건군 초창기에 젊은이들을 군대에 받아들이면서 그 사상 검증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미군들은 군사영어학교 등 국군의 모태가 된 조직에 청년들을 받아들일 때 대한민국 정부에 충성한다는 ‘서약’만으로 사상 검증을 끝내곤 했다. 서양식 문화에서 선서란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 등을 분명히 하는 행위였다. 그 배경에는 지중해문명 특유의 계약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서양 문화에서 선서란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 등을 분명히 하는 행위였다. 그 배경에는 지중해문명 특유의 계약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서양인들이 특별히 도덕적이라기보다 자신의 정체를 감춰야 할 이유가 별로 없고, 오히려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자신의 적과 동지도 서로 오해가 없고 그게 자신에게도 더 이익이라는 오래된 문화 코드 같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표현은 이런 문화 코드의 다른 표현이다. 서양문화의 도덕적 우월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기보다 그냥 다른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그게 아니다. 선서 따위가 자신의 정체성이나 행동을 규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미군정은 그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건국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유혈과 비극이 발생했던 것이다. 좀더 엄밀하게 대응했더라면 그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미군정에 그 책임을 돌릴 수는 없지만(그들의 고의도 아니었고, 사실상 미군은 조선에 대한 이해나 계획이 거의 없이 한반도 남부에 진주했다), 어쨌든 그 경험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나 대통령선거 후보 결정에서도 이 경험과 반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계약에 대한 이해가 극히 빈약하고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 거의 양심의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역선택이 문제가 되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 여론조사를 참조정보 정도가 아닌, 당의 실제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한 것도 그것 때문이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흉내내기가 한국에서 황당한 코미디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미는 불문법 체계이지만, 우리나라는 대륙식의 성문법 체계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의 의사결정도 철저하게 성문법 방식으로, 자격과 기준을 따져야 한다. 현재처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엉터리로 이뤄진 의사결정의 결과에 따라 어마어마한 국가 자원의 배분이 이뤄지고 국가 경영권에 접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인들에게는 불신의 관행에 근거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의사결정이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근거에 의해 이뤄졌다는 믿음이 주어지지 않으면 저 불신의 관행도 없어지지 않는다.

 

제발, 진성당원제 하자. 진성당원제에 근거하지 않은 정당의 모든 의사결정은 본질적으로 사기 행위이고 불법이다. 청정수 1리터에 똥물 한 방울 수준이니 별 게 아니라고 할 건가? 그 똥물 드링킹할 수 있나? 그럴 자신 없으면 정당 의사 결정에 여론조사 좀 반영해도 상관없다는 헛소리는 제발 좀 그만하자.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