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즘 III : 첫 번째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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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자

 

-두 번째 사랑이자 첫 불륜 상대는 바람둥이 독신 생활자. 서른네 살, 예민하고 시니컬

-“그 여자는 사랑을 동경하고 있어. 달콤한 말을 해주면. 나중에 어떻게 떼어버리지?”

-갑자기 그를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엠마는 치미는 욕정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엠마의 두 번째 사랑이며 첫 번째 불륜 상대는 로돌프 불랑제다. 용빌 가까이 라 위세트에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고, 그곳에 별장과 두 개의 농장을 함께 사들여 손수 경작하고 있다. 물론 농사일을 직접 하는 것은 아니고 농부를 고용해 경작했으며, 엠마와 만나게 된 것도 그 중 한 농부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보바리 의사를 찾아오면서였다. ‘줄잡아 연 수입 1만5천 프랑’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바람둥이 독신 생활자다. 서른네 살, 예민하고 시니컬하다.

 

로돌프와 첫 만남

 

농부는 몸에서 한 대야 가득 피를 뽑아내는 치료를 받았다. 그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에 로돌프의 머릿속에서는 방금 보았던 엠마의 모습이 계속 맴돌았다.

 

“귀여운 여자야! 그 의사 부인, 귀여운 여자야! 깨끗한 이빨, 검은 눈, 화사한 발, 파리의 여인 같은 그 자태. 대체 어디 출신일까? 그 조잡한 녀석은 어디서 그런 미인을 손에 넣었지?”

 

“남편은 그다지 영리하지 않더군. 손톱도 더러웠고, 수염도 다듬지 않았던 걸. 아마도 그 아내는 싫증나 있을 거야. 그자가 왕진 간 사이에 아내는 양말 따위를 깁고 있을 테지. 그러니 따분할 수밖에! 도시에 살고 싶을 거야. 매일 밤 폴카춤이라도 추고 싶겠지! 가엾어라! 도마 위의 잉어가 물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 여자는 사랑을 동경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두어 마디 달콤한 말만 해 주면, 틀림없이 넘어올 거다! 무척 정이 깊겠어! 좋을 거야! 그런데 나중에 떼어버릴 때는 어떻게 한다?”

 

지금 루앙에서 몰래 데리고 사는 여배우가 머리에 떠올랐다.

 

“보바리 부인이 훨씬 아름답지. 게다가 무엇보다도 싱싱하잖아. 비르지니는 너무 살이 찌기 시작했어. 쾌활하게 떠들어대는 것도 좋지만, 귀찮아. 그리고 새우는 또 어찌 그리 좋아하는지!”

 

공진회에서 두 번째 만남

 

축제와도 같은 지방 도시의 공진회(共進會) 날, 둘은 우연히 만났고, 그 6주 후 로돌프는 보바리 의사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혼자였다. 해가 저물고 있었고, 유리창에 걸려 있는 짤막한 모슬린 커튼이 저녁놀을 한층 더 짙게 했다. 기압계의 금박이 저녁 햇살에 반사되어 거울 속에서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로돌프의 눈길이 너무나 강렬하여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엠마…”

“어머!”

 

엠마는 몸을 조금 피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마음에 가득 차 있어서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입니다. 엠마, 그런데 당신은 그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고 하는군요! 보바리 부인… 그건 아무나 마구 부르는 이름일 뿐, 당신 이름이 아니죠. 다른 사람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는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며,

 

“그래요. 나는 당신만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신을 생각하면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요… 용서하십시오… 이것으로 작별하겠습니다… 다시는 당신이 나를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저 자신도 어쩐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 당신 곁으로 왔어요! 하늘에 거역할 수는 없으니까요. 천사의 미소에는 거역할 수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것, 매력 있는 것, 멋있는 것에 끌려가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로돌프는 조금씩 의자에서 마룻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때, 부엌에서 나막신 소리가 났다. 객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일어섰을 때, 샤를르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로돌프가 말했다.

의사는 뜻밖에 박사라고 불리는 바람에 흐뭇해져서 얼굴이 환해졌다. 로돌프는 그 틈에 얼른 사태를 수습하며

 

“부인께선 저한테 건강에 대해 말씀하시고 계셨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자신도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면서 샤를르는 아내가 다시 숨이 갑갑하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로돌프는 말을 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군요! 그 이상 더 좋은 것은 없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여보, 당신 승마를 해 보구려.”

 

말이 없다는 이유로 엠마가 반대하자, 로돌프가 자기 말을 한 필 내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사양했고, 그는 더 이상 고집은 부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시 방문할 구실을 찾기 위해, 전에 피를 뽑았던 하인이 아직도 어지러워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갑자기 로돌프를 당장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치미는 욕정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윽고 엠마는 목장 속을 빠져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잰걸음으로 걸었다.

 

승마를 시작하다

 

승마복을 갖추게 되자, 샤를르는 불랑제 씨에게 아내는 언제라도 좋으니 잘 부탁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다음 날 정오 때쯤, 로돌프는 자기 집의 승마용 말 두 필을 끌고 샤를르의 집 앞에 닿았다. 말 한 필의 귀에는 장미빛 술이 달려 있고, 등에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부인용 안장이 얹혀져 있었다.

 

로돌프는 부드러운 가죽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이런 것을 본 일이 없겠지’하고 그는 생각했다. 과연, 엠마는 큼직한 우단 재킷에 하얀 저지 바지를 받쳐 입고 층계 위에 나타난 로돌프의 모습에 매혹되었다.

 

발밑의 흙을 느끼자 엠마의 말은 곧 달리기 시작했다. 로돌프의 말은 그 곁에 붙어서 달렸다. 이따금 그들은 간단한 말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얼굴을 약간 숙이고, 고삐를 짧게 쥐고는 오른팔을 똑바로 뻗은 채, 안장 위에서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겼다.

 

언덕 밑에 이르자 로돌프는 말고삐를 늦추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꼭대기에 올라서자 말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큼직한 푸른 베일이 떨어졌다.

 

때는 10월 첫 무렵, 들판에는 안개가 끼어 있었다. 지평선에는 구릉의 윤곽 사이로 안개가 길게 뻗쳐 있거나, 또는 끊어져서 높이 올라갔다가 사라지곤 했다. 이따금 안개가 끊어진 곳에서 햇빛을 받아 멀리 용빌의 지붕들이 보였다. 냇물을 낀 뜰이며, 안뜰과 벽, 그리고 성당 종루가 보였다. 엠마는 자기 집을 찾아보려고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저 보잘것없는 쓸쓸한 마을이 이처럼 작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들이 서 있는 높은 곳에서는 산골짜기 전체가 대기 속으로 증발하는 하얗고 넓은 호수처럼 보였다. 우거진 나무숲이 군데군데 꺼먼 바위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안개 속을 뚫고 나와 늘어선 포플러 나무 숲은 바람에 흔들리는 시냇물처럼 보였다.

 

잔디밭 위 전나무 사이에는 갈색 햇빛이 미지근한 공기 속에 움직이고 있었다. 담배 가루 같은 불그스레한 흙이 발소리를 죽였다. 말은 편자 끝으로 굴러다니는 솔방울을 차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곧 숲 속의 공터가 나왔다. 어린 나무가 많이 베어져 있었다. 그들은 넘어진 나무 줄기에 걸터앉았다.

 

그녀가 일어서서 돌아가려 하자 사나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오늘은 그만해요. 말은 어디 있죠? 돌아가요.”

 

두 필의 말이 풀을 뜯어 먹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조금만 더. 돌아가지 맙시다! 여기에 있어 주세요!”

 

그는 부평초가 파랗게 덮여 있는 조그마한 연못가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골풀 사이에 시든 수련이 보였다. 풀을 밟는 발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펄쩍 뛰어서 모습을 숨겼다.

 

“내가 나빠요, 나빠요. 당신 말씀을 듣다니, 내가 미쳤어요.”

“왜요?”

“아아! 로돌프…”

 

젊은 여자는 사나이의 어깨에 기대면서 천천히 말했다.

 

나사 드레스의 옷자락이 사나이의 우단옷에 감겼다. 엠마는 한숨으로 부푸는 하얀 목줄기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까무러칠 듯 하염없이 울면서, 한없이 몸을 떨면서, 얼굴을 가리고, 사나이에게 몸을 맡겼다.

 

기우는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를 누벼 그녀는 눈이 부셨다. 이곳저곳 그녀 주위에는 나뭇잎 속이며 땅 위를 마치 벌새들이 날아다니며 깃털을 뿌린 것처럼 빛의 반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방은 조용했다.

 

나무 사이에서 무언가 달콤하고 기분 좋은 것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녀는 다시금 심장이 심하게 뛰기 시작하고 피가 온몸에 도는 것을 느꼈다. 그때 먼 숲 저쪽, 다른 언덕 위에서 길게 외치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미처 흥분이 채 깨어나지 못한 신경의 마지막 떨림 속에 음악처럼 녹아드는 그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녀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로돌프는 엽궐련을 물고 잘려진 한 쪽 말고삐를 조그만 칼로 손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갈 때와 같은 길을 지나 용빌로 돌아왔다. 말에 올라탄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날씬한 몸을 똑바로 세우고, 무릎을 말갈기 위에 굽히고, 바깥 공기를 쐬어 약간 발그레해진 얼굴이 저녁놀에 빛나고 있었다. 진흙에 나란히 그들의 말 발자국이 박혔다. 갈 때 보았던 갈대숲이며 풀숲의 조약돌은 모두 그대로였다. 주위에 있는 것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엠마에게는 산이 움직인 것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일어났다. 로돌프는 이따금 허리를 굽혀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하곤 했다.

 

남편이 말을 구입해 주다

 

저녁식사 때, 남편은 아내의 얼굴빛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산책에 관해서 물었지만, 그녀는 타고 있는 두 개의 양초 사이에 놓인 자기 접시 옆에 팔꿈치를 세우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엠마!”

 

남편이 불렀다.

 

“네.”

“사실은 말야, 오늘 오후에 내가 알렉상드르 집에 들렀는데, 그 사람 집에 암말이 한 필 있더군. 조금 나이는 먹은 것 같았지만, 무릎에 상처가 조금 있을 뿐이고 아직은 넉넉히 탈 수 있는 좋은 말이야. 아마 3백 프랑쯤 주면 틀림없이 내놓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리고 곧장 이렇게 말했다.

 

“당신 마음에도 들 거라고 생각해 약속을 했어… 아니, 사실은 사 버렸어… 잘한 일이겠지? 어떻게 생각해?”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엠마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이토록 크고 이렇게 검고 이렇게 깊었던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다음 날, 그것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숲속의, 나막신 만드는 오두막 안에서의 일이었다. 벽은 짚으로 되어 있고, 지붕이 낮아 내내 허리를 굽히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가랑잎을 깐 자리에 꼭 붙어 앉았다.

 

그날부터 그들은 매일 밤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엠마는 편지를 뜰 끝쪽 냇가에 가까운 바위틈에 끼워 놓았다. 로돌프가 그것을 가지러 와서 자기 편지를 놓고 갔다. 그녀는 언제나 사나이의 편지가 너무 짧다고 나무랐다.

 

새벽의 밀회

 

어느 날 아침 샤를르가 날이 새기 전에 외출했을 때, 그녀는 갑자기 로돌프를 당장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라 위셰트까지는 금방 갈 수 있고, 한 시간쯤 머무르다가 용빌로 돌아와도 모두 아직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엠마는 치미는 욕정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윽고 엠마는 목장 속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잰걸음으로 걸었다.

 

날이 밝기 시작했다. 엠마는 멀리서 애인의 집을 보았다. 제비 꼬리 같은 두 개의 풍향계가 희끄무레한 새벽 어스름 속에 검게 떠올라 있었다.

 

농장 안뜰을 지나자 저택으로 보이는 안채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는 벽이 저절로 열린 듯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똑바로 난 큼직한 문고리를 돌렸다. 그 순간 방 안쪽에 자고 있는 사나이가 보였다. 로돌프였다.

 

“당신이 오다니! 당신이 오다니!”

 

그는 되풀이 말했다.

 

“어떻게 빠져 나왔소? 아! 옷을 이렇게 적시고!”

 

“난 당신이 좋아요!”

 

그녀는 사나이의 목에 매달리면서 대답했다.

 

이 대담한 첫 모험에 성공했으므로, 그 뒤로 샤를르가 아침 일찍 외출할 때마다 엠마는 부랴부랴 옷을 입고 강가로 통하는 돌층계를 살금살금 내려갔다.

 

그러나 소(沼)를 건너는 판자 다리가 치워져 있을 때는 시냇가를 따라 서 있는 울타리를 끼고 걸어야만 했다. 강둑은 미끄러웠다. 그녀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시든 향꽃장대 밑동에 매달리곤 했다. 밭을 가로지를 때는 발이 빠져서 비틀거리고 화사한 반장화가 진흙에서 잘 빠지지 않았다. 얼굴을 싼 엷은 비단 스카프가 잡초 속에서 바람에 펄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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