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타락시키는 ‘음모론’의 근거와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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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철

 

-결론만으로 출발. 증거 따라 내용 바뀌어도 개의치 않고 오직 신자 사로잡는 게 중요

-믿는 사람이나 사회적으로도 백해무익. 신봉자들은 창안자를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자기 책임 모면, 변명 수단이기에 유혹적. 자기 속이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기에 추종

 

 

음모론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바로 음모론의 근거와 내용이 되는 세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 결론을 정해 놓고 설명하면서 그 후에 증거를 찾는다.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미혹할 만한 내용의 결론을 강하게 주장하기에 음모론은 신봉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 음모론의 최초 주장자는 결론만 이야기하는 것으로써 음모론을 출발시킨다. 통상적으로 황당한 이야기가 결론으로 제시되는데 사람들은 보통 황당하고 근거없는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결론만으로 출발할 수 있기에 나중에 증거를 찾고 내용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후에 찾은 증거에 따라서 내용이 거의 대부분 바뀌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무슨 수단을 사용하든 혹할 만한 이야기로 첫 번째 신자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음모론은 신앙으로 유지되고 종파적 성격을 가진다. 음모론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고, 믿음을 가진자들만을 위한 것이다. 신도 집단이 구성되면 음모론을 유지할 수 있다. 결론에 대한 신앙에서 출발하므로 설명이나 증거는 믿음을 가진 자들이 믿은 이후에 자기들이 받아들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찾거나 만들게 된다. 이제 믿음으로 인한 이해관계 집단이 구성되었다. 지도자가 된 최초의 음모론 창안자는 결론만을 계속 말하면 된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신앙의 부족함을 비판하고 회개토록 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펴는 것이다. 신도를 관리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세 번째이면서 가장 중요한 양상은 음모론은 믿는 이에게나 사회적으로 전혀 유익하지 않다는 것이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지도자가 된 음모론 창안자와 그 집단을 유지하는 사제들을 위해서 인생을 바치는 수단이다. 시간은 물론 물질을 낭비하게 된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지도자가 된 음모론 창안자와 그 집단을 유지하는 사제들을 위해 인생을 바쳐, 시간은 물론 물질을 낭비하게 된다.

 

음모론은 인생을 소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해명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나름 설명을 해 주어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데 효용이 있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모든 문제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데, 바로 이 문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없이 어느 한순간에 외부의 도움으로 갑자기 해결이 되므로 오로지 신앙의 문제가 된다.

 

음모론은 자기 책임을 모면하면서 자기 변명의 수단이 되기에 유혹적이다. 인간은 자기를 속일 수 있는 존재인데, 음모론이야말로 자기를 속이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므로 쉽게 음모론을 따르게 된다. 음모론을 통해서 만들어진 공동체는 적어도 음모론이 소멸되기까지는 집단적 정체성을 제공한다는 효용을 제공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그 집단에의 소속을 위한 시간과 물질의 투자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음모론의 창안자 등 집단을 이끄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음모론의 효용은 없으며 단지 인생의 낭비일 뿐이다.

 

음모론이 그보다 더 나쁜 것은 근본적으로 자기를 속이는 행위를 함으로써 생각을 타락시킨다는 점이다. 음모론은 무지의 결과가 아니다. 타인에게 속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속이는 행위다. 음모론이 주는 일시적인 효용을 누리고자 의도적으로 음모론을 받아들인다. 한번 자기를 속여 본 사람은 되풀이해서 자기를 속일 수 있다. 음모론에 빠지는 것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 스스로 자기가 주장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그러한 신앙은 신뢰를 얻게 된다. 자기를 속일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속일 수 있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은 거기서 벗어나기는커녕 배운 바를 실천해서 직업으로 삼기도 하는데, 새로운 종파의 지도자가 되어서 다른 음모론을 만든다. 음모론은 거짓말 정서를 만들고 거짓말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음모론은 정신의 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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