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전공의들도 살찐다

<<광고>>



¶ 조용수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또 사망했다. 감흥이 없다. 일상이니까. 과한 의미 부여하지 않는다

-아니다, 말 실수다. 죄송스럽다. 내가 너무 무뎌졌다. 근데 그러지 않나? 전쟁영화도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덩달아 전공의들도 살찐다. 4년 내내 찐다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오늘만 벌써 5명째다. 모조리 사망했다.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 니미럴…

 

사실 아무 감흥도 없다. 그냥 일상이니까. 전쟁터에서 사람 하나 죽을 때마다 눈물짓는 병신은 없다. 누군가 죽으면 그게 운명인가보다 생각할 뿐. 과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방금 내가 사람이 죽었는데 감흥이 없다고 그랬나? 말 실수다. 죄송스럽다. 내가 너무 무뎌졌다. 근데 그러지 않나? 전쟁 영화를 보면 총알이 빗발치는 아수라장에서도 세상 쓰잘 데 없는 농담을 하더라. 하긴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미안하다. 일동 묵념.

 

심폐소생술을 했다. 사망했다. 오늘만 벌써 5명째.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 니미럴…

 

 

또 한 차례 심폐 소생술(CPR)이 끝났다. (일단 손부터 씻고) 레지던트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슴을 압박하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아서. 자주 쓴 근육이 발달한다고, 단단하게 각 잡힌 팔뚝과 허리 그리고 까치발 든 종아리. 아직도 잔향이 남아 있는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

 

“응급의학과 진짜 좋지? 하루에 너댓 번씩은 CPR을 하니까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잖아.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는 거야. 그치? 굳이 다이어트를 안 해도…”

 

빡친 전공의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내 말을 잘랐다.

 

“CPR 할 때는 살이 빠지는데, 대신 그거 하고나면 엄청 목마르고 힘들 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근무 끝나고 술을 마시겠죠? 결국 소모한 거보다 더 많이 찐다고요!”

 

설득력 있네. 자꾸 환자가 죽으면 술이 땡기긴 하지. 하긴 나도 전공의 때 근무 끝나면 매일같이 술을 마셨던 거 같기도.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시기잖아?

 

“그래서 근무 끝나고 1시간 반만에 급하게 마십니다. 총량은 똑같은데 빠른 시간에 들이키니까 살이 더 찌는 거 같아요.”

 

바야흐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덩달아 전공의들도 살찐다. 4년 내내 찐다. 근육인지 알았던 부분도 찬찬히 보니 순전히 살덩이다. 썩을 놈들. 술이나 사 줘야지. 그러고 보니 나도 찐다. 나불대는 주둥이만.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