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위기에서 배우는 성공 방정식

<<광고>>



¶ 유성호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은 인터넷 게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사회적 펀더멘털이 중요

온라인-피시시대 성공 방정식은 유저들 간 계급성·명예욕 기반 페이투윈 비즈모델이 맞아

환경 또 변하며 현실-가상현실 경계 무너져 악랄한 페이투윈 시스템에 감정적 반발 조짐

 

 

엔씨소프트(NCSOFT)의 위기(?)를 보면서 성공 방정식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엄밀히 생각해 보게 된다.

 

엔씨소프트가 찾아낸 성공 방정식은 충성도 높은 지적 재산권(IP) 위에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pay to win BM)을 끼얹는 것이고, 이건 생각보다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그 전에는 성공적인 AAA 게임 타이틀 세일즈(대작 게임 시디 팔아먹기)가 게임업계의 정통적인 성공 방정식이었고, 지금도 이 방정식은 여전히 잘 작동 중이다.

 

AAA 게임 제작이 거의 콘솔 기반인 것과 달리,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인터넷 게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사회적 펀더멘털이 중요했다. 그리고 인터넷 게임을 위한 펀더멘털은 ‘피시 보급(90년대) – 피시방 문화의 정착(90년대 말~00년대 초) – 최적화된 가상 현실 – 최적화된 가상 현실의 모바일 이식’ 순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서 변곡점이 된 것은 ‘최적화된 가상 현실’ 부분인데, 이게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다. 집에서 게임을 하건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건 끊김없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현실과 가상 현실의 매끄러운 연결 환경이 완성된 것이 대충 2010년대 초반의 일이기 때문이다(심지어 가상 현실 최적화가 콘솔로 제대로 이식된 것은 그로부터 또 몇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은 시기이자, 엔씨소프트의 영업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도 이때부터이며(리니지의 후속 타이틀이 연달아 성공했던 시기), 그 전까지의 리니지는 악명 높은 노가다성과 린저씨들의 상대적으로 조악한 가상 현실에 대한 기이할 정도로 높은 충성도가 유명했지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의 악명이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이 온라인 게임 유저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매력으로 작용했던 것은 그동안 가상 현실이 현실 세계의 대안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방정식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해서 엔씨소프트에게 엄청난 돈을 벌어다 주었는데, 이건 비단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3N이라고 불리는 한국 인터넷 게임사들의 공통적인 성공 방정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충 10년 정도 지나서 이러한 성공 방정식에 대한 반발 현상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데, 사실 유저들의 반발 자체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있긴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반발 현상이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 자체보다는 리니지라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정확히는 엔씨소프트라는 회사의 리니지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도에 대한) 지겨움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은 리니지뿐 아니라 AAA 게임이 아닌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에 적용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게임인 피파 시리즈조차도 잘 뜯어보면 아주 악랄한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콘솔 버전, 온라인 버전 가릴 것 없이.

 

결국 싱글 플레이나 오프라인 대전이 중심이었던 과거의 오프라인 콘솔 시대에서 게임 제작사들의 성공 방정식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방대한 세계관에 기반한 ‘AAA 게임 타이틀 제작’이었다면, 최적화된 가상 현실 공간에서의 플레이가 중심인 온라인-피시 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유저들 간의 계급성이나 명예욕에 기반하는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이 맞다고 보는 것이다.

 

근데 또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이 온라인 게임 유저들에게 지금까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가상 현실이 현실 세계의 대안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쪼렙인 내가 이 세계에서는 사기캐?!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이 또 변하면서 현실과 가상 현실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와중이라, 현실 세계보다 더 악랄한 페이투윈 시스템에 대한 감정적 반발이 떠오르는 게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다.

 

소수만 가상 현실에 접속하던 시대에서, 누구나 가상 현실에 접속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니 가상 현실에 대한 감각이 현실에 대한 감각, 정확히는 ‘현실과 비교해 더 나은 대안으로서의 가상 현실’이라는 감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거다.

 

그런 점에서 ‘성공 방정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려면, 그 방정식의 펀더멘털이 변함 없다는 전제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인데, 최근에 펀더멘털이 변하고 있기에 또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싶은 것이고.

 

나아가 이번 엔씨소프트 사태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펄어비스 ‘도깨비’의 말랑말랑한 비주얼 그리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이 ‘현실과 비교해 더 나은 대안으로서의 가상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재료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