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 지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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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욱

 

-홍준표 왈, “의사들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 지우는 쪽으로… 수술실 CCTV보다 나아”

-수술실 CCTV가 “모든 의료인 범죄자 취급”하지만, 실제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아냐

-입증 책임 전환은 “아예 의사 하지 말라” “위험한 환자는 치료 말라”와 다를 바 없어

 

 

홍준표 왈, 입증 책임을 전환하여 의사들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라고? 그게 수술실 CCTV보다 난 거라고?
CCTV를 설치했다. 위암 수술을 하다가 환자에게 뇌 경색이 와서 환자가 죽었다. 혈액 공급이나 산소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CCTV를 조사해 보아도 수술 상의 과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입증 책임이 전환되면 환자가 수술 중에 왜 뇌 경색이 왔는지, 의사의 과실이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뇌 경색과 그로 인한 사망도 의사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출산을 했는데 뇌성 마비가 왔다. CCTV 상 출산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이에게 뇌성 마비가 왜 왔는지 의사가 과실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의사가 뇌성 마비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수술 후 30일까지 사망에 대해 ‘수술 후 사망률’이라는 지표로 사용한다. 관상 동맥 우회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퇴원 후 20일이 지났는데 심장 마비로 사망하였다. 왜 심장 마비가 왔는지 의사에게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의사가 심장 마비와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위암 수술 중에 뇌 경색이 왔는데 그게 왜 왔는지 의사가 다 아냐? 출산을 했는데 왜 뇌성 마비가 왔는지 의사가 다 아냐? 관상 동맥 우회 수술을 받고 20일 후 심장 마비가 왜 왔는지 의사가 다 아냐?
물론 추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의사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라고… 그건 과실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어려운 것이다. 가능한 모든 요인을 배제해야 하니까. 가능한 모든 요인을 배제하지 못하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수술실 CCTV가 모든 의료인을 범죄자 취급한다고 하지만 실제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반면 입증 책임 전환은 실제로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과실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2020년 한 해 사망자 수가 30만5천 명 정도다. 이 중 의료 기관 사망자 수가 75.6%로 약 23만 명이다. 수술 후 퇴원 20일 이내에 사망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치료나 수술 후 의사의 과실이 없어도 악결과가 나타나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치료나 수술 후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산다면 그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다. 이제 그에 대해서 의사에게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의사가 책임지라고? 의사가 신이냐?
그래서 입증 책임 전환은 아예 “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나라도 없다. (독일의 경우에도 무조건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중과실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인과 관계에 대한 부분만 입증 책임을 전환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판례가 취하는 과실/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책임 완화보다 환자 구제에 더 낫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입증 책임 전환은 수술실 CCTV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극도의 방어 진료가 나오게 만들 여지가 많은 정책이다. 위험한 환자는 절대로 수술하면 안 된다. 그런데 환자의 상당수는 리스크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입증 책임 전환은 수술실 CCTV에 비교도 할 수 없는 악법이다. “위험한 환자는 치료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그게 수술실 CCTV의 대안이라고 떠들어? 그걸 의사협회(의협) 가서 떠들어? 의협 집행부는 그걸 듣고만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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