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파업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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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수

 

-의사가 없어도 수술 못하지만 간호사가 없어도 마찬가지. 심지어 가스 넣어주는 사람도

-사회에 피해 끼치지 않는 파업은 없다. 파업은 반드시 타인의 불편을 인질로 잡게 된다

-약자인 간호사는 파업할 수도 있지만 강자인 의사는 파업해서는 안된다는 감정적 반응

 

 

며칠전 예고되었던 보건의료노조의 총 파업은 불과 5시간을 앞두고 철회되었다. 정부와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병원은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중이다. 지부별 교섭결과에 따라 파업을 선택한 의료기관이 꽤 있다.

 

살면서 병원 노동자의 크고 작은 파업을 제법 겪어왔기에 이번 일 또한 전혀 놀랍지 않다. 노동자는 단체행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건투를 빈다.

 

다만 파업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몇해 전 일이다. 병원 노동자들이 꽤 큰 파업에 돌입했다. 당연히 응급, 중환자, 수술등의 필수의료에는 비상인원을 배치하여 피해가 없을 거라고 했다. 진짜 그랬을까? 물론 절반은 사실이다. 필수인력은 병원에 남았다. 수술실은 계속 돌아갔다.

 

문제가 발생했다. 응급실에 중증외상 환자가 실려왔다. 응급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하필 먼저 온 환자가 수술중이었다. 평소같으면 당번 인력이 투입되었겠지만 이때는 그게 불가능했다. 파업 때문에 인력이 부족했다. 겨우 1개 수술방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병원 노동자의 파업은 긍정하면서 의사의 파업만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환자는 수술받지 못하고 응급실에 체류했다. 아시다시피 중증외상의 골든타임은 1시간. 타병원으로 전원이 빠를까? 먼저 시작된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 전원은 여의치 않았고 결국 환자는 응급실에서 몇시간이나 대기한 후에야 비로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환자는 운이 좋았다. 응급실에 내가 있었으니까. 덕분에 환자는 골든타임을 넘기도록 버텨낼 수 있었고 다행히 수술 잘 받고 잘 치료하고 살아서 퇴원했다.

 

일반적으로 병원은 의사만 있으면 굴러간다고 착각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의 모든 조직이 그렇듯 병원도 마찬가지, 하나의 부품이라도 어긋나면 구르는 바퀴는 멈춰서게 된다. 전쟁을 하는 건 병사지만 그렇다고 보급하는 사람이 필요없을 리 없다. 병사가 다 죽어도 전쟁은 끝나지만 보급이 끊겨도 전쟁은 끝난다. 의사가 없어도 수술을 못하지만 그건 간호사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가스 넣어주는 사람만 없어도 수술방은 멈춰선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파업은 원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파업은 반드시 타인의 불편을 인질로 잡게 된다. 그게 없다면 파업은 수단으로서 가치를 상실하겠지.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소중한 환자의 생명이 희생된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다만 파업의 본질이 무언지 얘기하려는 것 일뿐. 그리고 이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의사의 파업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의 파업이 타인의 생명에 피해를 끼쳤다면 그것은 일하는 장소가 하필 병원이었기 때문일 뿐.

 

따라서 병원 노동자의 파업은 긍정하면서 의사의 파업만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인 강자와 약자를 나누고, 그 위치에 따라 파업의 정당성을 따진다. 약자인 간호사는 파업을 할 수도 있지만 강자인 의사는 파업해서는 안된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강자와 약자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항상 변해왔다. 집권층은 법적 사회적 제약을 통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막아왔고, 그것에 저항하고 싸우면서 권리를 확대해 온 역사를 잊는 건 곤란하다. 노동 운동은 약자에 대한 시혜가 아니다. 노동권은 기본권이며,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자신이 노동하지 않을 권리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단체행동을 하는데 의사냐 간호사냐는 하등 중요치 않다.

 

의사 파업과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온도차가 재밌어서 한번 이야기해 봤다. 그렇다고 내가 작년 의사 파업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그에 대한 내 견해는 일단 pass). 다만 명분이나 실리에 대한 논의보다 파업 자체의 정당성 시비가 주가 되어있는 건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달까?

 

아무튼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랄뿐이다. 작년이나 올해나 피곤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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